비자금 의혹 벗어나지 못하는 박인규 DGB회장

시민단체 “박 회장 즉각 구속하고 금감원, 대구은행 검사·제재해야”

朴, 구속영장 기각 후 대규모 임원 물갈이…반대파 제거·친정 구축

하이투자증권 인수도 먹구름…BNK 호시탐탐?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7월 사내에서 발생한 성추행 및 성희롱 문제와 관련해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대구경실련과 참여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대구지역 40여개 시민단체들은 ‘박인규 대구은행장 구속 및 부패청산 시민대책위(이하 대구은행 부패청산 시민대책위)’를 결성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구 대표기업인 대구은행의 전·현 은행장이 저지른 기업범죄가 처벌받지 않고, ‘갑질’행위가 청산되지 않는다면 대구 경제는 상식과 원칙이 자리 잡지 못하고 낡고 부패한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대구은행) 임직원들의 여직원 성폭력 사건도 있었고, 거래업체에 대한 갑질과 채용비리 의혹 등 기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부정비리가 벌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하춘수 전 은행장이 70억 원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까지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과 경찰은 봐주기 수사로 일관하고 있고, 은행 감사와 이사회는 아무런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하며, 금융감독원 등 관계당국의 감독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19일 대구경찰청은 업무상 횡령·배임,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한 박 회장에 대해 ‘증거 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회장은 2014년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후 상품권판매소를 통해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소명이 부족한 혐의에 대한 보강수사를 지휘하였고, 보완수사를 통해 추후 경찰의 영장 재신청이 있을 경우 구속수사가 필요한지 여부를 다시 결정할 예정”이라고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대구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대책위는 “검·경이 수사의지와 처벌의지가 없다”며 “박 회장을 즉각 구속하고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에 대한 검사와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연말 임원 물갈이…반대파 숙청?

이런 가운데 박인규 행장은 지난 연말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DGB금융그룹 총 4명의 등기임원 중 자신을 제외한 3명을 전원 해고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포함해 대구은행 임원 8명 가운데 6명이 옷을 벗었다.

노성석 DGB금융지주 부사장과 임환오 대구은행 부행장, 성무용 대구은행 부행장 등 DGB금융그룹 임원의 해고는 예상 밖이었다. 비자금 조성 혐의 등 경찰 수사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명분으로 인사를 단행했지만 정작 몸통으로 지목되는 박 회장은 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의 유일한 등기임원으로 남게 됐다. 더구나 노 전 부사장과 임 전 부행장, 성 전 부행장 등은 비자금 조성 의혹 관련 경찰수사 과정에서 박 회장과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져 보복 인사로 비춰지는 모양새다. 특히 노 전 부사장의 경우 그룹 2인자였고 노 전 부사장을 포함해 임 전 부행장, 성 전 부행장 등 3명은 지난해 초 박 회장과 함께 DGB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 4인이었다는 점에서 견제 세력이 한순간에 없어진 셈이다.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입건된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10월 피의자 신분으로 대구지방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구은행 인사도 잡음이 계속 흘러나온다. 기존 부행장급(부행장보 포함) 임원 8명 가운데 6명이 회사를 떠났지만 비자금 조성 혐의로 박 회장과 함께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임원들은 승진했기 때문이다. 김남태 대구은행 상무는 DGB금융지주 부사장보로, 김태종 DGB금융지주 전략기획부장은 대구은행 상무로, 여민동 대구은행 상무는 부행장보로 각각 승진했다. 경찰이 신청한 박 회장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경찰이 보강수사 중에 있어 어떤 식으로든 기소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상황에 따라 박 회장과 함께 이들은 재판에 회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한 금융관계자는 “승진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한 배에 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인사 이동에 대해 평가하기도 했다.

하이투자증권 인수 첩첩산중

박 회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하이투자증권 인수 전망도 불확실한 상태다. 그간 DGB금융은 M&A 사업에서 번번이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2013년 저축은행을 시작으로 7~8차례 금융사 인수를 시도했지만 늘 빈손으로 끝을 맺었다. 특히 박 회장은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증권사 매물을 살펴왔다. 대구은행이 금융지주 순이익의 90%를 차지하는 터라 DGB금융지주로서는 수익 다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문이다.

이런 가운데 하이투자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DGB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하이투자증권 최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과 오는 9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12월에는 금융당국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 심사를 받고 있다. 통상 심사기간은 60일이라 늦어도 3월께 하이투자증권이 DGB금융 품에 안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돌연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이 DGB금융에 대해 하이투자증권 인수절차 심사와 관련한 추가 서류 보완을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DGB금융이 지난 8월부터 내부실사 등을 거쳐 진행해 온 하이투자증권 인수자금 마련 및 향후 운영계획안 등의 대책방안이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문제가 걸려있다고 주장한다. DGB금융에 대해 기관경고가 내려질 경우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사는 1년간 다른 금융사의 대주주 자격을 제한한다’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때문이다. 이른바 ‘대주주 적격성 심사’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증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때문에 발행어음 사업 인가심사가 보류되고 있고, 하나금융투자의 하나UBS자산운용 인수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제동이 걸렸다. 하이투자증권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SK증권 매각도 금감원이 케이프컨소시엄의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암초에 부딪히면서 투자증권 부문 강화에 힘쓰고 있는 BNK금융지주로 인수 대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이후 BNK금융지주의 수익 다변화를 위해 증권 부문 강화를 선언하며

자회사인 BNK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을 2100억 원에서 4100억 원으로 2배가량 늘리는 증자를 단행했다. 김 회장은 BNK투자증권 자기자본을 최소 5000억 원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이투자증권이 부산 시민들이 소액주주로 참여하며 부산에서 시작했다는 점에서 부산 기반의 BNK금융지주로서는 인수 명분도 있다.

BNK금융지주는 이미 당국이 인수 심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러나 DGB금융지주의 인수가 불발된다면 공식적으로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의향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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