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논란 해명ㆍ사과 없었음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여전히 강조

김성주 MCM 회장, 최근 일본 언론과 인터뷰 가져

지난해 하도급 업체 갑질논란 후 연이은 사퇴 행보

직접적 해명ㆍ사과 없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과 사회공헌 활동만 강조

김성주 MCM 회장.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MCM 성공신화’로 유명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최근 한 일본 언론을 통해 근황을 밝혔다. 김성주 회장은 지난해 불거졌던 하도급 업체에 대한 ‘갑질논란’ 이후 MCM 운영사 대표와 대한적십자사 총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의 직접적 해명이나 사과도 없이 이뤄진 연이은 사퇴 행보에 대중들은 상당한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김성주 회장은 이번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고, 자신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과 사회공헌 활동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일본 포브스재팬은 ‘MCM을 부활시킨 한국 여성 기업가가 소중히 하는 3가지’라는 제목으로 김성주 회장과의 인터뷰 보도를 게재했다.

이날 김성주 회장은 ‘제9회 아시아 여자대학(Asian University For WomenㆍAUW) 일본 지원 그룹 펀드 레이징’ 행사에 연사로 참석하면서 인터뷰에 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포브스재팬은 김 회장을 한국의 대표적 여성 사업가이자 명품 브랜드 MCM의 오너로 소개하며, 그의 성장과정과 사업성공의 비결 등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다.

박근혜 정권 시기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외 언론에서 김성주 회장에 대한 보도는 매우 흔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중순 이후 업계와 언론에서 그의 근황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싶이 김성주 회장은 지난해 6월 근 3년 간 이어왔던 대한적십자사 총재직에서 사임했다. 당시 그의 총재로서의 임기는 4개월이나 남아있는 상태였다.

비슷한 시기 김 회장은 성주디앤디(MCM 운영사)의 공동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김성주 회장이 인터뷰를 나눈 포브스재팬의 관련 보도. (사진=야후재팬 포브스재팬 캡처)
사실 당시 연이은 사임 행보와 동시에 김성주 회장은 이른바 하도급 업체들에 대한 갑질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구체적으로 성주디앤디 측이 MCM 제조 하도급 업체들에게 마진 지급 방식을 기존 정률제에서 정액제로의 변경을 강제하면서 부당한 단가를 적용했다는 내용이었다.

또 하도급 업체들이 계약상 책임질 의무가 없었던 소비자 반품 상품에 대해 구매가가 아닌 백화점 판매가로 보상을 떠넘기거나, 본사 측 문제로 발생한 손실도 이들에게 부담하게 하는 등 불공정 행위가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하도급 업체들 중에는 이로 인해 부도가 나는 곳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고, 논란이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관련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MCM 측은 갑질논란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다소 억울한 점이 많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또 김성주 회장의 잇단 대표직 사퇴는 글로벌 시장 확대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회사 차원이 아닌 김성주 회장의 직접적인 공식 해명이나 사과가 이뤄지지 않은 채 사퇴가 이어지며, 업계에서는 갑질논란을 회피하고자 무책임한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일부 언론에서는 김성주 회장에 대해 갑질 논란 이후 사퇴한 다른 기업 오너들과 비교하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 갑질논란은 가라앉았지만 업계와 대중들에게 그동안 김성주 회장 스스로 강조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과 맞는 도덕적 의무)’를 몸소 실천하는 기업가라는 이미지는 사실상 기존보다 추락한 상태다.

그런데 김성주 회장은 이번 포브스재팬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회공헌 활동을 언급하며, 여전히 자신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주 회장의 아시아 여자대학 펀드 레이징 관련 게시물. (사진=베스트리빙제팬(bestlivingjapan) 닷컴 캡처)
김성주 회장은 인터뷰에서 “저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필요 이상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허락받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이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기본으로 하는 어머니로부터 물려 받은 유전자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김성주 회장은 아시아 여자대학에 대한 기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은 이 학교에 대한 지원이 자신에게 ‘의무감’과 가까운 활동이라고 언급했고, 과거였다면 국내 여론도 이를 매우 고무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김성주 회장이 하도급 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 이후 공식 사과나 해명도 없이 도망치듯 적십자사와 성주디앤디 대표직을 사임했음에도, 일본 언론에는 여전히 자신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과 사회공헌 활동만을 강조한 부분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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