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 국내 규제 외 노사관계도 ‘삐걱’

민주노조 “임금과 근로조건이 마트3사 중 최저ㆍ최악”

롯데마트 사측 “공식적으로 답변할 사항 없다”

불만 쌓이고 소통 부족해 노사관계 안정 어려울 듯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큰 타격을 입은 롯데마트가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마트 앞에 여러 악재들이 나타난 상황이어서 롯데마트가 앞으로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 점포에 이어 상하이 지역에 있는 점포도 중국 유통기업인 리췬(利群)그룹에 팔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2007년 중국 시장 진출 이후 11년 만에 사업을 중단하게 된 것이다.

중국에서 막대한 손실을 본 롯데마트는 국내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규제 여론과 상생 문제 등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드 수수료율 인상 요구까지 나온 상황이다. 그렇지만 업계 인사들은 롯데마트의 경우 노사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롯데마트 노사관계도 ‘시한폭탄’

롯데마트에는 노조가 2개 있다. 하나는 한국노총 소속 노조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다. 이중 민주노총 노조는 사측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민주롯데마트노조가 민주노총 소속 노조다.

김영주 민주롯데마트노조 노조위원장은 노조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롯데마트 직원 여러분, 회사가 발전하는 만큼 직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도 나아졌습니까?”라고 묻고 “오히려 대형마트 3사 중에서 최저‧최악”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국내 롯데마트 직원 수가 1만3000명 정도인데 8000명은 행복사원이라고 해서 무기계약직”이라며 “무기계약직들의 근무시간이 7시간인데 법정최저임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마트, 홈플러스하고 급여를 연간으로 따지니까 500만 원에서 60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마트노조가 올해 초 내놓은 자료를 보면 마트3사 중 담당사원들의 급여조건이 가장 좋은 곳은 홈플러스다. 담당사원 연간임금총액이 약 2200만원에서 2400만 원 정도다. 이마트의 경우 약 2000만원에서 2200만 원 정도이며, 롯데마트는 약 1700만원에서 1800만 원 정도였다.

김 위원장의 인사말에 보면 “정규직 직원들의 연봉은 2~3년째 계속 줄어들기만 했고, 행복사원들의 월급과 임금총액은 타 마트에 비해 차이가 너무 난다”며 “자랑처럼 말하는 최고시급대우는 결국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고 나와 있다.

김 위원장은 “롯데마트가 2년 전에 최고 시급 대우해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며 “그때는 최저시급이 6000원 초반 수준인가 그랬는데 500원 정도를 더 올려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고대우라고 했는데 사실상 급여를 까놓고 보면 500만원에서 600만원이 연봉으로 보면 작다”며 “근로시간이 작다는 것이 있지만 이마트도 근로시간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규직은 예전에 9시간 근무였는데 8시간으로 2년에 걸쳐 30분씩 줄였다”라며 “연장수당이 한 달에 30만 원 정도 지급이 됐는데 그것을 없앴고, 2년에 걸쳐 근무시간을 줄였으니 급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측이 노조동향 파악한다”

김 위원장은 지금도 정규직 사원들이 휴일에도 불려 나오느냐는 질문에 “정규직은 진급이나 이런 것이 걸려있어서 인원이 없다보니 아직도 오랜 시간 장기간 노동을 하는 경우가 꽤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말에서 “1시간 시급이 6000원인데 20분에서 30분 넘게 더 근무하는 것은 무료봉사로 취급돼 행복사원들이 연장수당도 못 받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김 위원장은 “노조가 생기면서 행복사원들이 안고 있던 문제가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노조의 활동에 대해 사측의 압박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노조탄압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첫날에 노조를 결성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니까 직원 중 수백 명 정도가 노조가입을 했다”며 “일일이 회사가 동향파악을 해서 노조탈퇴 공작을 했으며 그때 많이 탈퇴했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노조원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이 노조 활동에 대해서 동향파악을 수시로 하고, 노조탄압을 한다”고 주장했다.

마트 직원들의 부담 중 하나인 감정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매뉴얼은 있는데, 고객 갑질에 대해서 무방비”라고 말했다.

최근 롯데마트 노사 간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정규직 성과평가 방식 개정 문제다. 사측은 직원 성과평가에 ‘로스율’을 반영하려고 하고 있다. 로스율이란 상품 손실 비율을 말한다. 마트에서는 상품을 도난당하거나, 상품이 망가져서 손실을 입는 일이 있다.

민주롯데마트 노조는 지난달 10일 ‘민주노조는 이번 로스율 성과평가 반영은 철회되길 요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놓았다.

노조는 “성과평가의 불공정함, 성과평가 기준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회사의 정책을 민주노조가 강하게 비판하자 불과 몇 개월 전 지원부점장들을 모아놓고 앞으로 상시 관리해야할 KPI지표를 지속 공개 하는 등 성과평가를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이번 성과평가 KPI지표에 로스율을 넣은 것은 직원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KPI지표는 ‘키 퍼포먼스 인디케이터’의 준말로 핵심성과지표를 말한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거쳐야 할 절차를 평가하고 시각화하기 위해 쓰이는 지표가 KPI다.

노조는“로스율은 담당이 신경 쓴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상품 곁에서 24시간 상품만 지키고 있을 수 없고 로스의 원인 또한 다양한데 성과평가 기준에 넣는다고 하면 예전처럼 다시 협력업체에 ‘로스카바’를 요구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로스카바는 유통사에서 납품업체에게 손실된 분량만큼 제품을 더 넣어달라고 하는 것을 말한다.

노조는 “요즘 인원을 감축하면서 게이트도 무인화하고 공정위 교육, 바르게 일하기 캠페인 등을 진행하면서 로스카바를 받지 말라고 하고 있다”며 “이런 조치를 하면서 로스율을 성과평가에 넣는다면 회사가 앞서 조치한 내용은 진정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로스율로 인해 징계위에 회부되고 징계도 받는데 개인적 실책이 아닌 포괄적인 관리 책임으로 인한 이런 징계도 롯데마트 직원들은 착하니까 받아들인다”며 “징계 역시 부당한데 성과평가에 넣어 성과급까지 깎겠다는 발상은 법에서도 금지한 이중처벌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응답 없는 롯데마트 사측

김 위원장은 “정규직 성과평가 방식 개정과 관련된 노조의 주장에 사측은 아직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스율을 성과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사측이 올해에 반영하겠다고 해서 시행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게이트(마트 매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보안직원들이 있지만 순 매출 40억 이하 점포는 보안직원들을 다 뺐다”며 “로스율 책임을 정규직 직원들에게 넘겼다”고 말했다.

그는 “성과급 같은 것에서 안 좋게 하니까 문제의식이 상당히 있는 것”이라며 “지금은 로스카바가 거의 없어졌지만 로스율을 가지고 평가를 하면 직원들이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노조 활동 계획에 대해선 “이번 연도가 단협을 갱신하는 해라 내부적으로는 단협 투쟁을 하고 민주노조를 더욱 공고히 조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마트 사측은 민주롯데마트노조의 주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답변할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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