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시장의 새로운 트렌드…‘착한 기업’에 투자하면 돈 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매년 국내 상장기업의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수준을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ESG는 기업이 경영활동 과정에서 환경경영, 사회책임경영, 지배구조 부문에서 얼마나 바람직한 성과를 내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모델이다. 특히 ESG는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Corporate Sustainability Management)’ 수준을 평가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는 중요한 투자 가이드라인 역할도 하고 있다. ESG와 관련된 국내외 현황을 살펴본다.

기업의 환경경영, 사회책임경영, 지배구조 등을 평가하는 ESG는 지속 가능한 기업에 투자할 때 활용되는 글로벌 스탠더드다.

ESG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6년 유엔(UN)이 제정한 ‘유엔 책임투자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PRI)’을 통해서였다. 당시 유엔은 책임투자원칙을 제정하면서 투자자들이 어떤 기업에 대해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때 재무적 요소뿐만 아니라 환경 및 사회에 대한 책임, 지배구조 등 비(非)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도록 촉구했다.

이에 앞서 유엔은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한 환경개발회의에서 인류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환경 보전과 개발의 조화로운 병행을 목표로 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글로벌 어젠다를 제시한 바 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리우 선언’이다.

유엔이 제시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달성하려면 각국 정부 못지않게 기업들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지구촌의 경제적 발전을 실제로 이끄는 주체가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200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경영’이 기업들의 핵심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이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종합적으로 경영활동에 반영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유엔이 책임투자원칙을 제정한 것도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반대로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게는 투자가 이뤄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세계 차원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ESG는 지속가능경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개념이며, 동시에 21세기의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으로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2011년부터 매년 국내 상장기업에 대한 ESG 평가를 실시해 온 것도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점검함으로써 개선 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취지다. 아울러 투자자들에게 투자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참고자료를 제공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유엔 책임투자원칙’에서 비롯된 국제기준

특히 ESG 요소를 고려해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을 ‘ESG 투자’라고 일컫는데, 전 세계적으로 ESG 투자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ESG 투자는 ‘사회책임투자’ 혹은 ‘지속가능투자’라는 표현과 혼용되기도 한다.

‘글로벌 지속가능 투자연합(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 GSI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ESG 투자 총액은 2016년 말 기준 무려 22조9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2014년과 비교하면 2년 만에 약 25% 증가할 정도로 ESG 투자 규모가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유럽이 전체 ESG 투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지에서도 ESG 투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ESG 투자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자 유형별로 보면 2016년 기준 기관투자자가 전체 ESG 투자의 74.3%를 차지하고 있고, 개인투자자가 나머지 25.7%를 떠맡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ESG 투자 비중은 최근 수 년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엔에 따르면 ‘유엔 책임투자원칙’에 서명한 투자기관의 숫자는 2018년 4월 기준으로 2000개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그 숫자가 5.4배나 증가했다는 사실이 주목할 만하다.

또 국제공인재무분석사협회(CFA Institute)가 지난해 글로벌 투자기관에서 투자를 담당하는 수천 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3%가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때 ESG와 같은 비재무적 정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가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신뢰성 높은 투자 가이드라인으로 뿌리를 내렸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ESG 투자는 수익성 면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적지 않다. 이광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ESG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417개 기업을 편입하고 있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MSCI)’ 신흥시장 ESG 지수가 지속적으로 MSCI 신흥시장 벤치마크 지수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파이낸셜타임스 스톡 익스체인지(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 FTSE)’가 ESG 규범을 준수하는 기업들로 구성한 4가지 글로벌 ESG 지수 역시 2013년 이후 계속 벤치마크 지수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사례들은 ESG 평가가 우수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시장 평균치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되는 셈이다.

ESG 투자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ESG 투자가 폭넓게 확산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다만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 활동 성과를 공개하는 보고서를 발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진은 LS산전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연합

국내 기관투자자들 ‘ESG 투자’ 관심 점증

국회예산정책처가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한국교직원공제회 등 5곳의 ESG 투자 현황을 집계한 결과, 이들의 ESG 투자 규모는 2017년 말 기준 총 7조 246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 5대 기관투자자들의 전체 운용자산 785조 7178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9%에 그쳤다.

또 국회예산정책처가 국내 공모 펀드 중에서 글로벌 펀드평가회사 모닝스타의 지속가능등급(Morningstar Sustainability Rating)을 부여받은 펀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펀드의 포트폴리오에서 ESG 투자 규모는 2017년 말 기준 총 37조 912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운용자산 241조 732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3% 수준이다.

이 같은 국내 ESG 투자 규모는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ESG 투자가 확대될 수 있는 계기들이 점차 마련되고 있다.

일례로 2016년 말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가 공표된 이후 국민연금을 비롯한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이 잇달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를 들 수 있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에는 ‘기관투자자는 투자 대상 회사의 중장기적인 가치를 제고해 투자 자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높일 수 있도록 투자 대상 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일반적으로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측정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상승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확산되면 ESG 투자 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ESG 투자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 국민연금 등 공적(公的) 연기금들이 장기 투자전략으로 채택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금융 당국과 공적 연기금을 중심으로 자산운용사 등 관련 금융기관들도 공동 참여해 ESG 투자 환경을 조성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박스> ESG 투자의 다양한 전략들

ESG 투자 방식에도 여러 가지 전략이 있다. ‘글로벌 지속가능 투자연합(GSIA)’의 분류 기준에 따라 ESG 투자 전략을 유형별로 소개한다.

▲네거티브 선별: 포트폴리오 구성 시 ESG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종목을 제외시키는 방식.

▲포지티브 선별: ESG 평가 결과가 우수한 기업이나 프로젝트 등을 선정해 투자하는 방식.

▲국제기준 기반 선별: 유엔 책임투자원칙 등 국제기준의 준수 여부를 근거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

▲ESG 통합: 투자 대상 기업의 ESG 요소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투자하는 방식.

▲지속가능 테마 투자: 환경 등 지속 가능성 테마와 관련된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

▲임팩트 투자: 사회 문제나 환경 문제의 해결을 목표로 활동하는 기업이나 단체에 투자하는 방식.

▲경영참여 및 주주행동주의: 의결권 행사 등으로 기업 의사결정에 관여해 ESG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하는 방식.



김윤현 기자 unyon21@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