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인수전 불참에 이어 면세점 사업도 철수 ‘심상찮은 움직임’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자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이 롯데카드 인수전에 불참한데 이어 면세점 사업에서까지 철수하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염두에 둔 사업 재편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전날 이사회 의결을 통해 ‘갤러리아면세점63’의 영업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한 지 4년 만에 면세점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이다. 한화그룹이 면세점 사업을 포기한 원인은 실적 부진이다. 지난 3년간 누적 10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다.

면세점 업계에서는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이 시장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뛰어든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자리 잡았다. 매출 상위 면세점 대부분이 중국인 관광객이 모이는 서울 명동 일대인 것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2017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면세점의 입지는 더욱 중요해졌다. 개별 관광객이 떠난 자리를 다이궁(代工·중국인 보따리상)들이 채웠는데, 이들은 접근성이 좋은 서울 시내 2, 3개 면세점을 집중 공략하기 때문이다. 명동 등 도심에서 먼 여의도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다이궁들의 발길이 뜸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앞서 한화그룹은 인수 가능성이 농후했던 롯데카드 등 롯데그룹 금융사 인수전에도 막판에 불참했다.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정도 공들여온 인수 작업이었다. 한화는 그룹 내 인수·합병(M&A) 전문가인 여승주 사장이 한화생명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그룹 차원에서 금융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김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실무 작업을 총괄했다. 그룹 내에서도 이번 인수 작업은 경영 전면에 나선 김 상무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화그룹 입장에서 1조원 이상의 인수전 참여는 2014년 삼성테크윈 이후 처음이었다. 그만큼 그룹 차원에서도 힘을 실었다. 한화그룹은 롯데카드 인수 작업 중단에 대해 “계열사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1조원이 넘는 인수 작업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건 그룹 내에서 김승연 회장이 유일하다는 관측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롯데그룹의 금융사 인수에 발을 빼 1조원 정도 실탄을 준비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고 앞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한화는 주력인 방산산업이 항공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된 이후 잠재적 인수 후보로 꼽혔다. 또 항공 산업에 대한 김 회장의 관심이 높고, 그동안 축적된 관련 기술과 산업의 연계성이 어느 기업보다 높다. 1979년 항공기 엔진사업에 진출한 한화의 항공사업은 방산산업 등과의 연계성도 높다.

국내 1위의 방산 업체인 한화는 30여 년 동안 항공엔진 등 관련 사업에 종사해 왔다. 그동안 글로벌 기업 GE 등과의 네트워킹 등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도 많고, 오너 및 경영진의 항공 산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엔진부품을 생산하고 있고, 한화시스템은 레이더를 생산하고 있는 등 한화는 항공 산업에서 상당한 수준의 수직계열화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중이다. 한화테크윈은 지난 2016년 항공기 엔진부품 신공장을 건립하고 항공기 엔진 부품 글로벌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화는 그동안 전투기·헬기 등의 엔진 8000대 이상을 출하했다. 이후에도 한화는 최근 물적 분할로 설립한 3개 자회사를 통해 항공기 엔진·부품 사업을 강화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작년 7월 KAI(한국우주항공) 주식 584만7511주(5.99%)을 모두 처분한 이후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로케이의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가 막판에 철회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도 그룹 차원에서 주력 사업 중 하나로 항공을 삼은 후 최근 동남아 LCC 등 항공업 관련 투자설이 제기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난해 12월, 베트남에 항공기 엔진 부품 공장을 설립했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 인수설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인수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여기에 한화가 그동안 삼성 화학 계열사 ‘빅딜’ 등 에서 보여준 M&A 수완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풍부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한화그룹의 강점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1조5000억원에서 2조원 수준으로 시장에선 내다보고 있다. 한화그룹은 인수에 충분한 실탄을 갖고 있다. 또 롯데카드의 인수에 발을 뺀 만큼 한화그룹은 현금성 자산 1조원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화그룹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한화가 금융권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2조9445억원이다. 지주사인 주식회사 한화는 3553억원, 금융계열사를 제외할 경우 현금성 자산은 한화건설(6819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2362억원), 한화케미칼(2281억원) 순이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