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대한 대책 논의를 위해 7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7일 긴급하게 일본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간 일본에 머물며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관련 해법 모색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부회장은 현지 관계자들에게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을 불러 진행한 청와대 간담회에도 불참 의사를 밝히고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목한 소재의 추가 조달로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10일 일본의 TV아사히 계열 방송인 ANN(아사히뉴스네트워크)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최근 일본 메가뱅크(대형은행) 관계자들과 협의하는 자리에서 “반도체 소재의 수출 규제 문제보다 광복절(8월15일)을 앞두고 한국 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나 반일시위 등이 확산돼 한일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부회장은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목한 ‘포토리지스트’와 ‘에칭가스’의 재고 물량 확보를 위해서 일본을 방문했다. 에칭가스는 독성이 강한데다 부식성이 있는 기체인 고순도 불화수소로 반도체 제조공정 가운데 회로의 패턴대로 깎아내는 식각(Etching)과 세정(Cleaning) 작업에 사용된다. 포토리지스트는 빛에 노출되면 화학적 성질이 변하는 물질로 반도체 제조과정 중 웨이퍼 위에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Photo) 공정에 사용되는 감광재다.

두 제품 모두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인 데다 일본 업체가 세계 시장의 70~90%를 점유하고 있어 의존도 절대적이다. 업계에선 한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 중단이란 초유의 사태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포토리지스트는 EUV(극자외선) 공정에 쓰이는 핵심 재료로 삼성전자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7나노(nm)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 7나노 공정이 가능한 업체는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이와 관련해 ANN(아사히 뉴스네트워크)은 “이 부회장이 반도체 재료의 조달이 정체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대응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의 직접 대상이 되고 있는 소재 공급업체가 아닌 일본 대형은행과 협의하는 쪽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내일(11일) 한국으로 돌아와 일본 기업과의 협의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