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사상 첫 적자전환을 기록한 이마트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위기설’에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2011년 기업분할 이후 첫 자사주 매입하고 자산유동화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내세웠다. 표면적으로는 기업가치 대비 과도하게 떨어진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계산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에 대해 '자신감'으로 대응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마트는 13일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고 공시했다. 취득 예정 주식 수는 90만주(발행주식총수의 3.23%)로, 약 1000억원(12일 종가 기준 949억5000만원) 수준이다. 취득 예정 기간은 오는 14일부터 11월 13일까지로, 장내매수를 통해 이뤄진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4일까지 대주주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장내 매수를 통해 이마트 주식 14만주를 약 241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자사주 매입은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를 끌어올리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본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짝 이벤트에 그친다.

이마트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2011년 신세계에서 기업 분할을 통해 별도 상장한 이후 처음이다. 주가가 실제 회사 가치보다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번 결정은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나왔다. 이마트는 29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내며 위기가 현실화했다.

이마트 측은 “이번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미래 실적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기존 점포 리뉴얼, 수익성 중심의 전문점 운영 등 현금 흐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주주 이익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력 사업인 오프라인 할인점에서 강세를 보였던 식료품 부문이 온라인 유통 채널의 공세에 직면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초 30만 원대이던 이마트 주가는 올해 들어 20만원 아래로 떨어졌고 현재 11만 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마트는 자사주 매입 외에도 점포 건물을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자산유동화를 이뤄 재무 건전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예상 규모는 약 1조원 수준이다. 자산유동화를 위해 이날 오후 KB증권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자산유동화를 위해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변동되는 자가점포는 10여개로 예상된다. 일부 점포를 유동화하면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줄이고 불필요한 차입금을 갚아 이자 부담과 부채 비율을 낮출 수 있다. 이마트가 점포 매각을 통한 현금 마련에 나선 것도 창사 후 처음이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