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10여 년 전 리베이트 의혹 공방전…자가보험 분쟁 이어질 듯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조원태 회장측과 3자 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의 갈등이 진흙탕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3자 연합은 10년도 더 지난 리베이트 문제를 끄집어낸 데다, 반도측 의결권 등 여러 사항을 법정으로 끌고 갔다. 그런 와중에 국민연금은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기로 결정해 결과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다만 한진칼 주가가 최근 부쩍 하락한 것을 두고, 시장이 조원태 회장의 승기를 읽었다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점입가경 공방전

조원태 회장 측 37.5%, 3자 연합 34.18%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초박빙 승부로 전개되고 있다. 매일같이 변수가 발생하는 양상이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에 양측 운명이 달렸다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갈등은 거세지고 있다. 3자 연합의 공세는 유별나다. 세간의 시선을 지난 1996~2000년에 쏠리게 했다. 3자 연합에 따르면 당시 프랑스의 에어버스사가 대한항공과 항공기 납품 계약을 맺었다. 그 과정에서 대한항공 고위관계자에게 180억원이 흘렀다고 한다. 따라서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경영진이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3자 연합 주장이다.

조원태 회장은 2003년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에어버스와 대한항공 간 계약이 이뤄진 지 3년 뒤 회사에 들어온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선 에어버스 등에 확인을 요청했으며 이와 별도로 내부 감사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그러나 근거 없이 현 경영진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판단이 든다면 민·형사상 조치까지 강구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이쯤에서 끝날 법하지만 공방은 지속된다. KCGI는 ‘납품계약은 1996~2000년에 맺어졌지만, 리베이트가 지급된 시기는 2010~2013년’이라는 점 등을 들어 조원태 회장에 책임을 묻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KCGI 등이 프랑스 검찰의 ‘수사종결합의서’를 법원의 ‘판결문’으로 속여 배포하는 등 악의적으로 회사에 나쁜 이미지를 씌운다”고 반발한다.

이 같은 대립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일 3자 연합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반도건설 등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8.2%의 주총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들의 의결권 인정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만에 하나를 위해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다. 한진칼은 “법 절차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표심 촉각

캐스팅보트는 2.9% 정도의 지분을 쥔 국민연금에 있다. 당초 위탁운용사에 보유주식 분에 따른 의결권 행사를 위임했던 국민연금은 돌연 이를 회수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갑작스레 결정사항이 바뀐 만큼 실제 어디에 표를 행사할지가 관심사다. 이를 두고는 분석이 엇갈린다.

대한항공이 리베이트 의혹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일지라도,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주요한 고려사항일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함께 법령상 위반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도 주주권익과 연관성이 크다”며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 근 1년간 수억 원 대의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는 탓에 국민연금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이 3자 연합과 뜻을 같이 하기에도 부담을 느낄 것이란 전망도 크다. 이는 기권을 예측하는 이들의 분석이다. 리베이트의 진위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회항’ 사건 및 명품 밀수, 외국인 가사노동자 불법고용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것은 분명해서다. 또 코로나19로 항공업 피해가 심한 상황에서 경영권 간섭은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

노조의 강경한 태도도 위와 마찬가지다. 세계 코로나 확산지의 교민들 이송에 투입된 대한항공이지만 정작 회사는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전체 여객 노선 124개 중 89곳 운항을 멈췄고,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희망 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외국인 조종사는 무급 휴가에 돌입했다. 대한항공 노조는 “이런 상황일수록 검증된 항공·물류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원태 승기? 한진칼 주가 ‘급락’

경영권 분쟁 이슈에 끝없이 오르던 한진칼 주가가 최근 한풀 꺾였다. 지난 4일 장중 9만6000원까지 치솟던 주가가 12일에는 6만 원을 간신히 넘겼다. 현 체재 우호세력으로 알려진 델타항공이 지난 9일까지 지분을 추가 매입했고, GS칼텍스가 주주명부 폐쇄 직전인 작년 말에 약 0.25%(14만주)를 매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 같은 흐름이 전개됐다.

주가 하락의 원인이 한 가지에 그치진 않는다. 다만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조원태 회장의 승기를 감지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바라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델타항공과 GS칼텍스의 지분취득에 따라 조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의 매도로 한진칼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동요하는 소액주주들도 차츰 늘어나는 모습이다. 이들이 모인 커뮤니티의 분위기가 그렇다. 한 소액주주는 “양측이 의결권 위임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달렸겠지만, 무엇보다 국민연금이 조현아 편에 설 것이란 상상이 잘 안 된다”며 “끝까지 한진칼 주식을 지키려는 사람은 7만~8만 원대 회복을 기대하거나 일단 ‘존버’(끝까지 버팀)하려는 이들”이라고 전했다.

한편 양측 갈등의 쟁점은 이제 자가보험에 향할 전망이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사망하거나 질병에 걸렸을 시 활용하려고 조성한 자가보험이 경영권 보호 수단으로 퇴색했다는 의혹이 3자 연합 등 일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항공 자가보험은 지난 13일 사내 인트라넷에 ‘전자투표 시스템’을 마련했다. 오는 27일 주총 때 다뤄질 안건별 찬반 의견을 받기로 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