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정부 `한국형 뉴딜’ 선언하면서 `비대면진료’ 군불때기
/그동안 반대만 하던 더불어민주당은 여론 탐색 나서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문재인정부가 이른바 ‘한국형 뉴딜’을 선언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돌파구로서 디지털 인프라를 바탕에 둔 비대면 산업 성장 촉진을 내걸었다. 이제 밑그림이 제시된 단계지만, 세간의 관심은 원격의료 도입 등 산업 전반의 실질적 변화다. 다만 정책적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당장 실현 가능한 대책부터 시행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을 맞아 대국민 담화를 했다.
“대한민국을 첨단산업 세계공장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을 맞아 대국민 특별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국가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딜 핵심은 ▲데이터를 수집, 축적, 활용하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 ▲의료, 교육, 유통 등 비대면 산업 집중 육성 ▲도시와 산단, 도로와 교통망, 노후 SOC 등 국가기반시설에 인공지능과 디지털기술 결합으로 요약된다.

이는 ‘산업 전반의 디지털화’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디지털 경제를 선도해 나갈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며 “대한민국이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돼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획기적인 선언은 아니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에 둔 경제성장 구호는 20여 년 전부터 나왔다. 김대중 정부의 경우 ‘장기비전 2025’를 기치로 한 IT벤처 육성, 노무현 정부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위한 ‘IT839’ 전략을 내놓았다.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 전략에는 ‘그린IT’ 및 ‘건설IT’가 있었고,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역시 ‘스마트 컨버전스 정책’이 주요했다.

그렇지만 이번 한국형 뉴딜의 경우는 특히 주목받는다. 과거에 제시된 신성장 모델은 각 정부만의 철학 및 고유한 특색을 나타내는 성격이 비교적 짙었으나,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이 가시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정부의 한국형 뉴딜 성패여부는 보다 엄격한 평가 잣대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운영하는 선별진료소에서 안전한 선별 진료를 위해 지난 1월 28일부터 로봇을 이용한 원격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격의료 도입될까

최대 관심사는 단연 원격의료 도입이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국내의 우수한 ICT 분야를 강조하며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우선 예로 들었다. 그간 의료계 등의 반발로 한 발도 떼지 못한 원격의료지만, 대통령이 이 같이 말하면서 해당 제도의 도입 논의가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13일 목요회의에서 원격의료 도입의 필요성을 거론했다고 알려졌다.

국내에서 원격의료에 관한 논의가 이뤄진지도 20여 년째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이 전부 원격의료 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의료민영화 및 개인정보 유출 등의 논란에 휩싸이면서 아무런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 작년까지도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의료 절대불가’라는 원칙 아래 ‘전국의사 총파업’ 등 강력한 투쟁을 전개했을 정도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산업 육성의 필요성이 사회 전반에 부각됐고, 해외에서도 원격의료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이번엔 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 관점의 주요국 원격의료 정책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의학협회가 원격의료에 합의했고, 독일은 의사총회가 2018년 5월 직업규정을 개정해 원격진료 금지를 완화했다.

여권은 여론 살피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4일 정책조정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원격의료가 아닌 비대면 의료를 용어로 쓰는 게 맞다”고 전했다. 정부가 내놓은 한국형 뉴딜에 원격의료가 포함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자 우선 선긋기에 나선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줄곧 원격의료 도입에 반대해 왔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이처럼 개선 여부가 불확실한 분야가 있다 보니, 무쟁점 법안부터 일단 통과시켜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 정부가 장기적 경제 목표를 두고 뉴딜을 설계 및 선언한다는 것이 실은 무척 허무한 일”이라며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 코로나19를 저점으로 ‘V자’ 내지 ‘U자’ 반등하는 데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지적이 소수 의견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2016년 ‘미래성장동력 정책평가’ 보고서에서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조사처는 “정부는 2000년대 이후 경제성장 모형 전환을 위해 미래성장동력 발굴?육성 정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새 정부 출범 때마다 잦은 정책변화에 따른 지속성?실행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시급히 통과돼야 할 9개 경제입법 과제 리포트를 국회에 제출했다. 건의안은 한국형 뉴딜 일환의 공인인증제 폐지 및 보험업법 개정안 등 여야 간 쟁점이 없는 법안을 상당수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활용산업 활성화를 위한 네거티브식 규제로의 전환도 요청했다고 한다.

김현수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이번에 임기만료로 주요 법안들이 폐기되면 21대 국회의 원구성과 법안 재발의 과정을 거쳐야해 코로나19 극복 관련 법안, 민생 현안들이 언제 해결될지 기약하기 어렵다”면서 “20대 국회가 막바지에 이른 만큼 사명감을 갖고 중요한 법안들을 5월 중 꼭 처리해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의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규모 재정지원에 나섰지만, 기업들은 특정 기간에 한해 세액공제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과거 경기침체기마다 운영했던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부활, 모든 기업에 투자금액의 10%를 향후 3년간 세액공제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입법을 요구했다고 대한상의는 밝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국내 R&D 세액공제율은 주요국 중 최하위”이라며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만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성훈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의 경우 감소하는 세수보다 더 큰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법인세수가 늘면 임시투자세액공제로 감소했던 세수도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