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 산업계 위축 속 LG화학 잘 나가는 비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 LG화학)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최근 LG화학이 ‘화학’을 넘어 ‘과학’을 기반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한 뉴 비전(New Vision)을 선포하며 새로운 도약에 나섰다. 코로나19로 국내 산업 대부분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LG화학은 오히려 재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 LG화학 뉴 비전은 모든 분야의 지식체계는 물론 지금까지 축적한 지식과 기술, 솔루션이라는 ‘과학’을 바탕으로(Science) 새로운 분야의 지식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세상에 없던 혁신을 만들고(Connect) 고객과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해나간다는(Life for a better future)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뉴 비전은 대규모 M&A보다 꾸준한 투자로 사세 확장을 이어가고 있는 LG화학의 기존 행보와도 통한다.

LG화학, 14년만에 새로운 비전 선포

LG화학이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는 것은 2006년 이후 14년만이다. 기존 비전인 ‘차별화된 소재와 솔루션으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세계적 기업’과 비슷하면서도 최근 국내외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구체화된 내용이 추가로 담겨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LG화학이 비전을 새롭게 수립하게 된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는 물론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흐름 속에서 회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 화학을 뛰어넘는 혁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중심 사업 구조에서 기존 비전 체계를 수립한 과거와 달리 현재 LG화학은 석유화학, 전지, 첨단소재, 생명과학 부문을 성장축으로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했다. 전통적인 석유화학 사업에서 시장을 선도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기업 DNA를 진화시키면서 화학 기반 사업 구조를 넘어서게 된 것.

LG화학에 따르면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hyper-intelligence)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은 고객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고객이 LG화학에 기대하는 가치를 변화시켜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LG화학은 사업 분야별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은 이산화탄소 저감,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지속가능성 트렌드에 맞춰 바이오 기반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공정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다양한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지 부문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사업운영 역량을 높이고 공동연구를 확대해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 e-모빌리티 혁신을 추진한다. 첨단소재 부문은 양극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규 배터리 소재 사업 발굴을 위해 글로벌 소재 업체와 다양한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생명과학 부문은 혁신신약 타깃발굴 및 개발과정에 다수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고 있고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통해 중점 연구개발 분야인 대사질환, 항암·면역질환에서 다양한 바이오텍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도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과학과 우리가 축적한 과학으로 깨지지 않는 화장품 뚜껑부터 세상에 없던 최고의 배터리를 만들기까지 꿈을 현실로 만들어 왔다”며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사업모델을 진화시키고 전혀 다른 분야와 융합해 고객의 기대를 뛰어 넘는 가치를 만들어갈 시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신 부회장 “R&D는 LG화학의 생명선”

LG화학은 올해 1분기에 매출액 7조1157억원, 영업이익 2365억원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 분기 대비 4.5%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고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5.8% 감소한 실적이다.

LG화학 측은 1분기 실적과 관련해 △석유화학 주요 제품 스프레드 개선 △전지사업 비용 절감을 통한 적자폭 축소 △첨단소재 사업구조 및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달성했다고 자체 평가했다. 외부에서도 LG화학 1분기를 선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LG화학이 글로벌 경제 위축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선방할 수 있는 힘은 2001년 분사 이후 20여년 간 주요 경영진인 CEO와 CFO가 장수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조직 안정성을 높였기 때문으로, LG화학 역대 CEO와 CFO는 각각 4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LG화학은 재도약기를 맞아 미국 3M 출신 신학철 부회장을 CEO로 영입했는데, 외부 인사가 LG화학 수장에 오른 것은 1947년 창립 이후 첫 사례일 정도로 중요한 시점에는 과감한 파격 행보도 선보이고 있다.

게다가 LG화학은 대규모 M&A보다는 꾸준한 투자로 사세를 확장해 왔고 무엇보다 R&D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실적을 창출하고 있는 효자제품 대부분이 과거 수년간 주력했던 투자 결과물이라는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최근에도 매출액 대비 LG화학 연구개발 투자비중은 3.5%, 3.8%, 4% 수준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설비 투자에도 6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투자 규모를 늘려 배터리 사업에 60%를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연 매출의 4%인 1조3000억원을 R&D에 지출하고 그 중 40%는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된다. 현재 LG화학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25%를 점유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지속가능성 전략이 모두 달성되는 2050년은 LG화학이 창립 100년을 넘어 다음 세기로 나아가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지속가능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혁신적이며 차별화된 지속가능 솔루션을 제공하고 고객은 물론 환경, 사회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까지 해결해 영속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개발은 우리의 생명선과 다름없기 때문에 R&D 지출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각 지역에 있는 제조 거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작업 중단이 거의 없이 원재료 공급도 잘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