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비용절감하며 연말 특수 기대…“각종 부담금과 규제 개선 필요”

슈퍼마켓은 신선식품에서 당일배송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고 간편식품은 편의점과 경쟁해야 하는 등 경쟁업태에 끼어 있는 구조에서 매출을 진작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유통업계의 4분기는 계절효과와 함께 연말이라는 특수를 기대할 수 있는 시기지만 올해는 이런 호재를 크게 누리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4분기 소폭 상승하긴 했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가 여전히 코로나19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유통기업들 시름은 계속해서 깊어지고 있다. 상당수 유통기업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비용절감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 내에서는 정부의 세제 감면, 2차 재난지원금, 규제 완화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는 이런 정부 지원에 기반한 소비심리 진작으로 연말 특수를 만들어내겠다는 복안을 가진 듯하다.

각종 부담금과 규제 개선 필요성 대두

코로나19로 유례없는 유통업계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대부분 유통기업들이 긴급 경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몇 년 전부터 시작됐던 유통업 패러다임 변화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포스트 코로나’를 함께 준비해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게 됐다. 대기업 등 대응력을 갖춘 기업들은 살아남을 수 있지만 온라인과 배송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데 소홀했던 기업들은 고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기업 10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장기화 대응방안으로 절반이 넘는 기업들이 ‘비용절감(57.6%)’을 꼽았다. ‘대응책 없음(22.5%)’이라 답한 업체가 그 뒤를 이었는데 소규모 업태일수록 이 답변율이 높아 대응책 마련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유통업계는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 중 가장 필요한 정부지원책으로 ‘세제감면(34.1%)’을 꼽았고 이어 ‘2차 재난지원금 지원(30.5%)’, ‘규제완화(25.9%)’, ‘경영안정자금 지원(21.3%)’, ‘고용안정자금 지원’(20.2%)이 뒤를 이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팀장은 “소비는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데 유통 업황이 부진하다는 것은 소비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는 뜻”이라며 “소비심리 조기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기업들이 위기상황을 견디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우선 현실에 맞지 않는 각종 부담금과 규제부터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BSI 업태별 전망치(RBSI는 기준치 100 초과 시 경기호전 전망, 미달 시 경기악화 전망)를 보면 온라인·홈쇼핑 업종만이 유일하게 100을 넘기며 반등을 기대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지난 분기에 이어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졌고 슈퍼마켓과 편의점은 지난 분기 상승세를 유지 못하고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홈쇼핑 반등 기대, 슈퍼마켓 올해 최악

유일하게 업황 호전을 전망한 온라인·홈쇼핑(RBSI 108)은 비대면 쇼핑 강세와 연말 특수 기대감이 겹치며 3분기 만에 100을 넘어섰다. 겨울로 접어들며 단가가 높은 상품 주문이 늘 것으로 내다봤고 크리스마스 등 연말 시즌이 다가오며 그간 소비자 관심이 덜 했던 상품들도 매출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각 유통기업들은 통합 온라인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오프라인을 동시 공략하고 언택트 소비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신세계 SSG닷컴은 다음 달까지 행사를 잇따라 준비할 방침이며 롯데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도 다음달 15일 롯데쇼핑 창립 기념일 전후로 유통 계열사가 모두 참여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백화점(RBSI 96)도 연말 특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RBSI가 100에 근접했다. 겨울로 접어들며 의류 부분에서 패딩, 코트와 같은 고가 상품 판매가 매출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상반기 백화점 매출을 되살렸던 국가 판촉행사(코리아세일페스타)가 하반기에도 계획돼 있어 기대감을 더했다.

신세계는 3분기 영업이익이 71.56% 감소한 273억 원으로 추정되지만 486억 원 영업 손실을 냈던 2분기와는 다른 분위기다. 광복절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7월에 회복세(-0.8%)를 보이던 백화점 기존점 성장률이 8월(-13.6%)에 타격을 입었지만 이 기간에도 명품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40%를 넘어섰다. 현대백화점도 상반기 역성장했던 분위기를 털고 3분기에는 전년 대비 17.74% 늘어난 6266억 원 매출 달성이 예상된다.

문제는 대형마트(RBSI 54), 편의점(RBSI 78), 슈퍼마켓(RBSI 61)이다. 대형마트는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모든 업태 가운데 가장 저조한 전망치를 보였다. 편의점은 지난 분기 여름철 성수기와 더불어 주류(와인) 판매 허용 등 신규 수입원 기대로 전망치가 상당부분 상승했지만 겨울이 시작되는 4분기는 편의점 비성수기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매출 증가세도 꺾일 것으로 보인다. 슈퍼마켓은 2분기 코로나19 대규모 확산 때 수치(RBSI 63)보다도 낮은 전망치를 기록했다. 신선식품에서 당일배송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고 간편식품은 편의점과 경쟁해야 하는 등 경쟁업태에 끼어 있는 구조에서 매출을 진작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먼저 롯데마트는 오는 28일까지 1년 중 와인을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 ‘가을 와인장터’를 진행해 다양한 와인을 엘포인트 회원 대상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인다. 이번에 준비 물량을 확대해 행사를 준비하게 된 것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홈술족이 늘어나고 다양한 초저가 와인이 등장하며 와인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져 와인을 경험하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BGF리테일은 다음 달 중으로 ‘CU해외사업TF’를 말레이시아로 보내 현지 소매유통시장에 최적화된 편의점 모델 및 시스템 구축 작업에 들어간다. CU가 ‘K-편의점’의 한류를 동남아시아로 확대하는 것은 국내외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한민국 편의점의 차별화된 모델과 전문적인 운영 시스템을 십분 발휘, 글로벌 무대를 넓혀나감으로써 경쟁력을 꾸준히 키워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