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92.84p 내린 2,976.21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32.50p내린 928.73, 원/달러 환율은 0.8원 내린 1,118.8원으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개인자금 규모에 관해 상반된 견해 존재

지난해 개인투자자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63조80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고객예탁금이 38조1000억원 늘었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까지 포함한 대기 자금도 51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져 연초 이후 두 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15조원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하루에 4조50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는 믿기 힘든 상황도 나왔다. 개인투자자의 시장 영향력이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주장이 등장했다. 모바일을 통한 정보 접근으로 개인투자자가 기관이나 외국인과 동등한 상태가 됐다는 얘기부터 개인투자자가 과거보다 현명해졌다는 지적까지 내용이 다양하다. 개인투자자를 어떤 측면에서 보든 상관없이 현재 투자 열기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모두가 같다.

개인투자자가 시장에 집어넣은 돈이 주가를 올리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고객예탁금 규모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게 사실이지만 그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면서 시가총액이 커졌는데 이를 감안하면 다른 결론이 나온다. 현재 고객예탁금과 코스피, 코스닥을 합친 시가총액은 각각 67조원과 2570조원이다. 고객예탁금이 시가총액의 2.6% 정도로 과거 주가 상승기 때의 비중인 3%에 못 미친다.

거래대금과 비교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지난 한 달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8조원이었다. 고객예탁금 전체를 가지고 이틀도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 작년 1월 고객예탁금이 20조원 수준일 때 해당 수치가 1.5일이었다. 반면 유동성에 더 큰 힘을 실어주는 수치도 있다. 증시 자금과 통화지표 사이의 비교가 그것이다. 가계유동성(M2)에서 고객예탁금과 CMA를 더한 증시 대기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7%대로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둘의 차이는 시장과 경제에 대한 반응 속도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시가총액처럼 시장과 관련된 수치는 빠르게 변하므로 이와 비교할 경우 개인투자자금의 중요성이 줄어들지만, 경제변수는 느리게 움직이므로 증시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 시장에 들어와 있는 자금의 규모가 크지만 주가를 마냥 끌어올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개인투자자의 새로운 투자시대 열렸는지는 불분명

개인투자자의 투자 패턴이 과거와 달라졌는지도 논쟁거리다. 개인투자자의 변화를 얘기하는 쪽에서 미국의 경우를 들고 있다. 가계 자산의 많은 부분이 자본시장에 투자되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했는데 앞으로 우리 가계의 자산 구조도 미국과 같은 형태가 될 거라고 얘기하고 있다.

미국과 우리시장을 비교할 때 먼저 생각해야 할 부분이 과거 투자수익률이다. 1990년 나스닥 지수는 450이었다. 22년동안 30배 상승했는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나스닥만큼은 아니어도 10배 올랐다. 같은 시간 코스피는 850대에서 3100로 2.6배 올랐다. 주식투자수익률이 채권이나 예금 수익률의 절반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장기 수익률 차이는 현재 투자 패턴을 좌우한다. 우리 주식이 저조한 성적에 머무르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상당한 손실을 봤다. 그 사람들은 주가가 언제 하락으로 돌변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상당수 투자자들이 주가가 오를 때 잠깐 참여했다가 수익이 나면 빨리 털고 나오자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마음이 없어지고 주식이 투자자산으로 확실히 자리잡으려면 오랜 시간 주가가 올라 사람들이 안심하고 투자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1950년대 중반부터 미국 사람들은 대공황으로 인한 심리적 공포를 털고 주식투자에 다시 나섰다. 그 사이 미국 경제는 세계 최고 지위에 올랐고 세계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규모도 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지만 주식시장은 이런 사실과 관계없이 움직였다. 최근 우리 개인투자자가 주식에 우호적으로 바뀐 게 사실이지만 새로운 투자시대가 열렸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순환매에 의한 상승 예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쇼크가 발생한 후 주식시장은 내적으로 끊임없이 변해왔다. 지난해 4월부터 4개월 동안 성장주가 시장의 중심이었다가, 8월 이후는 업종 대표주로 통칭되는 가치주로 주도권이 넘어왔다. 삼성전자가 대표주자였는데 기업실적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상태에서 다른 곳의 위탁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얘기한 게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됐다. 현대차나 LG전자가 삼성전자보다 주가가 더 오르기는 했지만 시장 영향력 면에서 삼성전자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대형주 중에 오르지 않았던 주식이 주도주로 올라섰다. 조선, 해운, 철강이 대표적이다. 업종 경기가 바닥을 치고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 상승 이유로 꼽혔지만 가격도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3월 최저점에서 코스피가 80% 넘게 상승하는 동안 이들 업종은 절반밖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가격차는 사라졌다. 대형주 중에서 저점 대비 두 배 가까이 오르지 않은 종목을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앞으로 대형주의 강세가 지속되려면 기업실적이 특출나게 좋아지는 업종이 나와야 하는데 쉽지 않은 과제다. 이익이 좋아지기 전에 이미 주가가 그 이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당분간 이미 오른 종목들 사이에 순환매가 계속될 걸로 보인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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