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연합
기업 오너들, 체육단체장 3분의 2 장악
국회의원 배제 규정 신설 후 부쩍 늘어


‘맷값 폭행’ 회장도 아이스하키 수장으로 당선


2016년 국회의원이 종목 단체 임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이 신설됨에 따라 기업인 출신 단체장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올해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정회원 종목 40여 곳 이상의 단체장 중 3분의 2가 기업인으로 채워졌다. 나머지 3분의 1 정도가 체육인 출신이다.

단체장 연임이 확정된 종목은 양궁, 핸드볼, 축구, 펜싱 등이다. 양궁의 경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지난달 양궁협회 회장 선거에 입후보한 후보는 정 회장 한 사람뿐이었다. 이로써 2005년부터 협회장을 맡아 온 정 회장은 2025년까지 20년 동안 양궁협회를 이끌게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대한핸드볼협회장 3선에 성공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대한축구협회 회장 3선을,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대한펜싱협회장 연임을 확정했다.

새로운 기업가들이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종목들도 눈에 띈다. 김은수 한화갤러리아 대표는 올해 대한사격연맹 회장에 올랐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맡아 빙상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권혁운 IS동서 회장은 앞으로 4년간 대한농구협회를 이끌 예정이다. 농구부가 있는 부산 동아고와 중앙대를 나온 권 회장의 농구에 대한 애정은 남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농구협회는 2010년대 들어 재정적 어려움뿐 아니라 인기도 하락이라는 난제를 겪고 있다. 권 회장의 선임은 17년 만에 기업인이 농구협회장을 맡았다는 의미도 있다. 권 회장이 농구협회의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갈지 주목된다.

대한골프협회 회장에는 골프장과 리조트를 운영하는 이중명 아난티그룹 회장이 선출됐다. 대한야구소프트볼회장 선거에서는 이종훈 DYC 대표가, 대한하키협회 회장 선거에서는 이상현 태인 대표가 뽑혔다. 특히 태인의 이 대표 경우에는 3대에 걸쳐 경기단체장을 맡게 된 인연이 화제가 됐다. 이 대표의 외조부인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이 대한역도연맹회장을, 부친인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회장이 대한산악연맹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은 대한럭비협회 회장에 선임됐다. 재일교포 출신인 최 회장은 학창 시절 럭비를 했던 인연으로 평소 럭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럭비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식품업체 해마로의 조해상 대표는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에 당선됐다. 조 대표는 매년 협회에 발전기금으로 5억원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대한당구연맹 신임 회장에는 기업인 출신들이 정치인 출신에게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승부를 펼쳤던 후보는 3명으로 박보환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박인철 파워풀엑스 대표, 김일호 오콘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정치인과 기업인들 간의 대결 구도에서 박 전 의원이 당선됐다. 하지만 최근 인기가 급상승한 당구종목에 기업인들이 출사표를 던진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기업인 출신의 단체장 당선이 물의를 빚은 사태가 벌어져 주목을 끌기도 했다. 대한체육회가 지난 4일 과거 '맷값 폭행' 논란의 가해자인 최철원 마이트앤메인(M&M) 대표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 당선되자 당선인 인준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아이스하키인들의 여론, 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들의 의견 등을 더 수렴해 인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최 대표는 2010년 화물차량 기사를 때리고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밖에 선수 출신 단체장으로는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이 눈길을 끈다. 유 회장은 2025년 1월까지 탁구협회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2008년부터 10년간 협회를 이끌어 온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로 유 회장은 2018년 보궐선거를 통해 회장직에 올랐다. 이후 지난해 11월 선거를 통해 회장직을 연임하게 됐다. 유 회장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유도나 씨름 등의 종목들도 선수 출신 회장을 선임했다. 1984년 LA올림픽,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유도 동메달을 딴 조용철 용인대 교수가 대한유도협회장으로 선출됐으며 씨름판의 스타였던 이만기·강호동의 감독을 맡은 황경수 전 감독이 한국씨름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국가대표 출신 오한남 한국배구협회 회장은 4년 더 한국 배구 미래를 책임지게 됐다. 국가대표 감독 출신 최성용 대한역도연맹 회장도 3선에 성공했다.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