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지난달 24일 강원 평창군 봉평면 일대에서 호주 원료공급사 'BHP', 사회적 기업 '트리 플래닛'이 참여하는 숲 복원 사업 시작을 기념하기 위한 식목 행사를 개최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은 기념 촬영하는 포스코 임직원과 평창국유림관리소, 트리 플래닛 관계자. 사진=연합뉴스 제공.
포스코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트렌드의 수혜를 입고 있다. 포스코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 55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 급증했다. 2011년 2분기 이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다. 포스코의 영업이익이 급증한 것은 중국의 영향이 크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4월 1일 ‘조강 감산령’을 내렸다. 2030년에 탄소배출 정점을 찍고 2060년 탄소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중국 감산 규제가 제대로 이행이 되면 연간 2800만톤의 철강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 수출국인 중국이 감산을 하니 철강 가격은 급등했다. 중국 정부는 감산으로 자국내 철강 가격이 급등하자 다음달 1일부터 수출 관세를 높이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글로벌 철강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데 중국이 감산을 하고, 수출까지 통제를 하니 글로벌 철강 가격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전망이 쉽지 않다.

포스코는 실적에 자신감을 보였다. 포스코는 지난 4월 컨퍼런스콜에서 "가격을 인상한 계약을 마무리 했고 6월까지 수출 계약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열연 가격이 1500달러까지 오르는 등제품 가격도 인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주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저점 13만원에서 40만원까지 급등했다. 중국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자 포스코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감산을 하는데 포스코라고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포스코는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했고, 2030년 20% 저감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 계획은 불분명하다. 포스코 관계자는 “10%는 사업장 감축으로 달성할 계획인데 기존 방식으로 10%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은 수천 개의 철강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어 이들을 구조조정 하는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연간 8천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포스코는 자체적으로 감축해야만 하다. 성장을 해야 하는데 탄소는 줄여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굉장히 본질적인 문제”라며 “대형화 추세에 대응하며 몸집을 키워야 하는데, 전략을 수립하는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도 친환경 산업에 관심이 많다. 전기차, 배터리, 수소 등 각종 친환경 산업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사업을 하는 것과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현대차가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차를 만드는 것은 친환경 사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를 만든다고 해서 탄소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급증하고 있지만 2019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은 972만톤으로 전년 보다 133만톤 늘었다. 친환경 산업에 투자하는 대부분 기업이 비슷한 상황이다.

친환경 시장 확대를 전망하며 매출, 이익을 올릴 계획을 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이 배출하는 탄소를 절감하기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은 열심히 경제 활동을 하면 할수록 탄소배출이 늘어난다.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한국은 탄소배출 저감을 뒤로 미루기만 했다. 2010년 이명박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2020년 온실 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0%를 감축을 제시하고 시행령에 명시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감축 목표를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7% 감축하는 것으로 시행령을 개정했다. 2019년 문재인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감축하는 것으로 또 시행령을 개정했다.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5년에 한번씩 감축 목표를 뒤로 미룬 것이다.

그러는 사이 탄소배출 저감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 한국은 다시 한번 ‘기후악당’의 오명을 썼다. 미국은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2035년까지 1990년대 대비 78%를, 일본은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46%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은 “기존 목표를 올해 안에 올리겠다”며 목표치를 제출하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은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를 감축하겠다는 이전 계획을 그대로 제출했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국가로 분류가 됐는데, 또다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국가가 됐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7년 대비 50%로 높여 달라”고 밝혔다. 한국의 목표치 24.4%보다 2배가 넘는 수치다. 앨 고어의 개인적인 서한이지만 사실상 미국이 제시한 목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는 5월 30일에는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린다. P4G는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다자간 협의체로 한국을 비롯해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정상회의 개최국인 한국이 남의 이야기 하듯 손님을 맞을 수는 없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을 목표로 올해 6월까지 관련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탄소국경조정은 EU로 수입되는 제품 가운데 EU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중국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철강사들에게 감산 명령을 내리자 꽤 많은 중소형 철강사들이 문을 닫았다. 스웨덴 정부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세 번째로 큰 공항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는 고속열차로 15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국내선 여객기 취항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코로나19로 어려운 항공사, 면세점을 지원하기 위해 아무 의미 없이 탄소를 뿌리는 무착륙 비행을 장려하고 있다. 남들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체질을 개선하는 동안 한국은 소소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경주가 시행되고 게임의 룰이 모두가 족쇄를 차는 것으로 바뀌게 되면 준비되지 않은 한국 기업들은 제대로 뛸 수 없다.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기뻐할 때가 아니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프로필

서강대 신문방송/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경제 기자로서 경제금융계를 10년간 취재하다 지금은 전자, 자동차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을 담당하고 있다. 유튜브 <발칙한경제>를 진행하고 있고 KBS1 라디오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와 유튜브 <삼프로TV>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ESG에 관심이 많고 저서로는 <수소전기차시대가 온다>, <발칙한경제>가 있다. ESG라는 추상적인 가치가 경영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취재하고 있고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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