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15일 FOMC 입장 변화? ( 사진=연합뉴스 )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경제학 개념상 인플레이션은 물가수준의 지속적인 상승 과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 4.2%(전년동월대비)가 일시적이라면 인플레이션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은 월가를 계속 맴돌고 있을까.

◆ 흔들리는 파월..계속 맴도는 인플레 공포

◆ 여름께 미국 외 지역으로 인플레 확산 우려

기대감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인플레이션 불안을 느낀 근로자는 구매력을 지키기 위해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기업은 부품o제품 가격을 올려 이윤을 지킨다. 이 같은 반응은 상호 연쇄적이다. 인플레이션의 자기강화적 역학 구조이다.

지난해 8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유연평균물가목표제를 내걸며 초완화정책을 강조했다. 하지만 딱 8개월이 지나면서 연준의 내부 기류가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일부 위원들의 테이퍼링 가능성이 언급됐다. 테이퍼링은 연준이 자산은 매입하되 그 규모를 줄여나간다는 것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테이퍼링 실행되면 이후 금리인상이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해당 FOMC 회의가 4월 소비자물가 발표 전에 열렸다는 것이다. FOMC 성명서와 얼마 후 공개되는 의사록은 연준이 의도를 갖고 속내를 흘리는 창구로 활용돼 왔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서는 지난 4월 의사록을 연준이 내민 새로운 숙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파월 의장은 5월 고용과 소비자물가 지표를 쥐고 이달 15~16일 열리는 FOMC 회의에 들어갈 것이다.

시장에서는 파월이 이미 ‘패들링’을 시작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파도타기 용어인 패들링은 일종의 걸음마를 뜻한다. 파도에 휩쓸려 뒤집어지지 않기 위해 보드에 엎드려 양손으로 물을 저어 전진시키는 패들링이 필요한 것처럼 시장의 안전성을 위한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 일시적 인플레 그칠까, 거품 붕괴로 금융시장 위기 올까

금융시장은 일단 일시적 인플레이션에 베팅을 걸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향후 물가에 대한 ‘주관적인 전망’을 의미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한다는 점은 향후 물가가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지난 4월 CPI가 발표된 이틀 후부터 10년간 시장이 기대하는 인플레이션을 뜻하는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은 2.56%에서 내리막으로 꺾였다. 또한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장기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단기적인 물가 상승세는 가능하나 장기적으로는 하락 안정을 점치고 있다는 뜻이다.

아직 여유로운 고용시장도 일시적 물가 상승론의 근거이다. 지난 4월 비농업 신규고용은 67만1000명으로 전월에 비해 26만6000명이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치인 100만명을 크게 밑돌았다. 따라서 연준은 5~6월 고용지표를 확인한 뒤 테이퍼링 착수 시점 등을 결정할 것이다.

앱솔루트 스트래터지 리서치의 도미닉 화이트 애널리스트는 “4월 근원CPI 상승률 3.0%(전년대비)는 1995년 최고치로 물가 공포를 자극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물가 바구니의 전 품목이 고르게 올랐는 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4월의 경우 지난해 보다 크게 오른 품목은 차량 렌탈비와 중고차 뿐이다.

화이트 애널리스트는 “이처럼 일부 품목만 급등했다면 인플레이션으로 규정하기 힘들다”며 “특히 지속적인 물가수준의 상승을 판단할 임금 인상이 아직 출현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맥도날드,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기업들이 최저시급을 인상한 것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본격적인 임금 인상의 테이프를 끊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로 평가했다.

반면 본격적인 물가 상승세가 시작됐다는 강경론자들도 있다. 정확히는 연준의 물가 관리 능력을 불신하고 있다.

미국 물가지표는 크게 노동부의 CPI와 상무부가 발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두 종류가 있다. 연준이 물가 동향을 판단하는 최우선 지표는 근원PCE 지표이다. 개인소비지출에서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해 산출한 지수가 근원PCE이다. 금리인상의 기준으로 알려진 물가 2%의 마지노선은 근원PCE 기준이다.

그러나 역사는 연준의 무능력만 알려주고 있다. 지난 20년간 근원PCE가 2%를 웃돈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대부분 이를 밑돌았다..

경제분석가 마노즈 프라드한은 “과거 인플레이션을 눌렀던 세계화는 퇴조하고 인구는 고령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유발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준은 테이퍼링 ‘시즌1’에서 쓴맛을 봤다. 2013년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테이퍼링 언급이후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84bp(1bp=0.01%p) 상승했다. 미국 금리가 상승하자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이 폭락했던 후폭풍이 불었다. 지금 경제시스템의 금융민감도는 더 높아졌다. 실질금리 기준 상승폭이 30bp만 되어도 후폭풍을 가늠하기 힘들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풀린 엄청난 통화량은 부동산과 비트코인 등에 투자가 몰리며 산발적 거품을 양산, 다시 붕괴되고 있다. 또한 먹고 마시면서 놀고 즐기는 이른바 욜로(YOLOoYou Only Live Once, 현재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것)형 투자기법이 유행이다.

글로벌 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전략가인 프레드 굿윈은 “유동성 쏠림으로 회사채 시장도 과열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긴축과 리먼사태 때 빚어진 것처럼 빚을 지면서까지 투자하는 광풍 현상을 우려했다. 자칫 과도한 부채에 기댄 자산 호황의 거품이 꺼져 건전한 자산까지 팔게 되면서 금융시장이 붕괴되는 이른바 ‘민스키 모멘트’가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연준의 다음 행보는 민스키 모멘트로 인한 경제 위기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미국 채권시장에서 향후 5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1% 이하일 것으로 예상한 확률이 90%에 육박했다. 물가 하락. 즉 디플레이션을 걱정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1% 이하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제로로 떨어졌다. 대신 3%의 이상의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40%까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 단위당 노동비용 △ 통화유통속도 △ 기대인플레이션을 주시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인플레이션 버튼을 누른 후 여름을 전후해 세계 다른 국가들로 퍼져나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글로벌 분석기관 BCA리서치는 연준이 여름(6~9월)에 테이퍼링을 토론하고 공식 발표는 12월, 그리고 내년 1월 첫 시행에 나설 것으로 점쳤다. 또한 내년 9월에는 자산매입을 종료한 뒤 12월에 가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이듬해인 2024년 1월이나 그 이후부터 보유한 자산의 매각에 나서는 타임라인을 구성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