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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플라자 신임 대표의 '과감한 도전'

명품 브랜드 방 뺀다
  • AK플라자 분당점 1층 피아짜360 광장 전경 (사진=AK플라자 제공)
명품 판매가 백화점 매출을 견인하는 가운데, 애경그룹 계열사인 AK플라자가 ‘명품 없는 백화점’을 표방하고 나섰다. 명품 유치에 공을 들이는 백화점 3사(롯데·현대·신세계)와 정반대의 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3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급증했다. 사실상 해외여행 길이 막혀 공항 면세점 쇼핑이 제한됨에 따라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입하는 고객이 늘어난 탓이다.

하지만 AK플라자는 명품 매장을 포기하고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이른바 ‘데일리 프리미엄’이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재천 대표는 ‘AK플라자’ 브랜드의 변화를 꾀했다. ‘데일리 프리미엄’에 대해 AK플라자 측은 “고객의 일상에 특별함을 제공한다는 의미”라며 “고객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자 힐링의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백화점 3사 명품 매출은 급증…애경 백화점 부문은 아직 적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3사 57개 점포의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하지만 명품(해외유명브랜드) 매출은 전년 대비 15.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에도 명품 매출은 신장세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의 1분기 매출은 67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늘었고 영업이익은 1030억원으로 261.3% 급증했다. 명품을 비롯한 해외 패션 매출도 33.8%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에는 1분기 매출은 4932억 원으로 23.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23억 원으로 198.3% 급증했다. 명품 매출은 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의 1분기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액 4974억원, 영업이익 760억원으로 각각 26.7%, 122.3% 늘었다.

반면 애경그룹의 백화점 부문 성적표는 여전히 초라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K홀딩스의 지난해 백화점 부문 매출액은 300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6.7%가 줄어들었다. 특히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7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부진한 실적이 다소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백화점 부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7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하락했다. 영업손실은 1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2.9% 개선된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AK플라자는 부진을 떨치기 위한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나섰다. 우선 백화점 매출에 기여도가 큰 명품 매장을 포기했다. AK플라자 중 명품 브랜드가 가장 많았던 분당점은 지난해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영향에 따라 매출이 줄어들면서 명품 브랜드들이 하나 둘씩 이탈해 나갔다. 지난해 루이비통, 디올, 프라다, 구찌 등이 점포에서 철수했고 올해에는 페라가모, 버버리가 문을 닫았다.

지역친화적 힐링 앞세워 백화점+쇼핑몰 개념 도입
AK플라자 분당점은 명품 유치 대신 대대적 리뉴얼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분당점 1층은 ‘지역 친화적’으로 요약된다. AK플라자 측은 “계획도시인 분당의 특성을 살려 지역 커뮤니티로서의 백화점을 기획했다”며 “누구나 친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백화점의 문턱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AK플라자 분당점은 친근하면서도 트렌디한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먼저 샌프란시스코 3대 빵집으로 유명한 ‘타르틴 베이커리’가 1층 광장 전면에 들어섰다. 또 와인 구매와 시음이 모두 가능한 ‘에노테카’ 매장과 와인과 곁들이기 좋은 정통 샤퀴테리, 하몽, 살라미 맛집인 ‘더 샤퀴테리아’ 매장을 나란히 배치했다. 이밖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유명한 라이프스타일숍 ‘나이스웨더’ 매장, 게이밍 체어로 인지도가 높은 ‘제닉스’ 매장, 아트토이 브랜드 ‘쿨레인라보’ 등이 입점했다.

이 같은 매장 구성은 AK플라자의 새 슬로건 ‘데일리 프리미엄’에 해당한다. AK플라자는 김 대표 취임 이후 BI 일원화, 슬로건 제시 등 브랜드의 전반적인 변화를 모색했다. 특히 김 대표는 핵심 슬로건인 ‘데일리 프리미엄’에 중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AK플라자 측은 “데일리 프리미엄은 고객의 일상에 특별함을 제공한다는 의미”라며 “명품 유치보다 고객의 시선에 집중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힐링의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한편 김 대표는 데일리 프리미엄을 실현하기 위해 △고객의 다양한 취향 존중 및 경험 확대 △서비스 본질 집중 △환경 및 지역상생 활동 강화를 통해 쇼핑 그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 등 3대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5월 김 대표는 지역친화형 쇼핑몰 ‘AK&’의 브랜드명을 AK플라자로 일원화했다. 오는 10월 경기도 광명에 오픈 예정인 쇼핑몰을 ‘AK플라자 광명점’으로 오픈하는 것을 시작으로 브랜드 통일화에 착수할 방침이다. 기존 운영 중인 AK& △홍대 △기흥 △세종 지점은 2022년 초까지 모두 AK플라자로 브랜드명을 전환할 계획이다. AK&은 AK플라자가 운영하고 있는 지역 친화형 쇼핑센터(NSC) 브랜드이다.

이에 따라 백화점 중심의 AK플라자는 쇼핑몰도 포함하게 됐다. 백화점과 쇼핑몰 사이에 명확한 구분이 없어진 셈이다. AK플라자 측은 “이번 BI 일원화 결정은 고객 지향 관점에서 출발했다”며 “BI 일원화를 계기로 AK플라자 백화점 부문의 브랜드 인지도와 경쟁력을 쇼핑몰 영역까지 확대하고 마케팅 역량을 집중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내부서는 “명품 포기는 무리수”, “새로운 매장들 잡탕밥” 비난
지난해 11월 30일 애경그룹은 당시 김재천 제주항공 부사장을 AK플라자 대표로 선임했다. 2009년 애경그룹에 입사한 김 대표는 AK홀딩스 인사팀장을 거쳐 2017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제주항공으로 이동해 인사본부장, 경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애경그룹은 김 대표 선임 배경에 대해 “현장 직원과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제주항공에서 성공시킨 혁신적인 사업모델의 성장 DNA를 AK플라자에 이식시켜 위기를 극복하고 사업 혁신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입사 전부터 김 대표는 인사, 경영 업무에 탁월한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김 대표는 다국적 경영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와 HR컨설팅 기업인 휴먼컨설팅그룹에서 활약했던 컨설턴트 출신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우선 유통업계 경험이 없다는 지적이다. AK플라자 지점장 출신이었던 전임 대표와 비교해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AK플라자의 한 직원은 “데일리 프리미엄의 의도는 좋지만 명품 매출을 포기하는 것은 무리수”라고 했다. 경쟁하는 백화점들이 명품 매출에 힘입어 올해 들어 영업이익이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이 같은 지적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AK플라자의 명품 포기는 사실 전략적 차원이기보다는 고육책의 일환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실적부진으로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속속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물론 AK백화점의 최근 리뉴얼과 신규로 오픈하는 광명점의 성과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당장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를 앞세운 타 백화점의 영업 호조를 지켜보는 AK백화점 직원들의 심정은 답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직원은 “리뉴얼이 끝난 분당점 1층은 명품이 빠져나간 자리에 다양한 매장이 들어와 ‘잡탕밥’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AK플라자 분당점 1층에는 베이커리, 와인샵, 편의점, 삼성 모바일숍, 게이밍 매장, 향수 매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MZ세대를 공략하는 데일리 프리미엄 슬로건에 맞춘 변화이지만 기존 백화점과 비교할 때 너무 개념이 혼란스럽다는 주장이다.

지역 친화적인 NSC 전략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듯한 조짐도 보인다. 기존 백화점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차별화된 AK& 브랜드로 공략을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은 것이다. 브랜드를 AK플라자로 일원화한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이를 대변해주는 셈이다.

또한 백화점 3사가 앞다퉈 자연친화적 공간, 체험과 휴식 개념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AK플라자만의 차별화 전략이 무색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AK플라자는 오는 10월 경기도 광명시에 ‘AK&광명’을 오픈할 계획이다. AK&광명은 대형 복합문화공간으로 쇼핑, 문화, 숙박을 한 곳에서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김 대표는 “AK&광명은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원스탑 쇼핑이 가능한 지역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고, MZ세대부터 가족 단위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쇼핑몰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쇼핑에서 힐링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새롭고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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