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 만기가 있는 상품이다. 어떤 채권은 1년 후에 원금을 갚겠다고 약속하지만 다른 채권은 10년 후를 약속하고 발행한다. 이렇게 약속한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만기까지 남은 기간에 의해 단기 채권과 장기채권으로 나눠진다.

장기채권 금리와 단기 채권 금리는 움직이는 동력이 다르다. 단기금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의해 좌우되는 반면 장기 금리는 경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 중앙은행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공급하면 단기 금리가 하락하지만 경기의 지나친 팽창을 막기 위해 유동성을 줄이고 금리를 올릴 경우 단기 금리가 상승한다.

사람들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면 장기금리가 오르는 반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생각하면 장기금리가 하락한다. 이같이 장기와 단기 금리를 움직이는 동력이 다르기 때문에 이 둘 사이의 차이인 금리차가 커지거나 작아지는데 이 부분이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이후 금리차는 세 번의 변화를 겪어왔다. 첫 번째는 코로나19 발생 직후다. 경기 둔화와 강력한 통화완화 정책으로 장단기 금리 모두가 하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작년 6~7월까지다. 올해 4월까지 11개월은 두 번째 국면이었다. 경기 회복 기대로 장기금리가 오른 반면 중앙은행이 완화정책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단기 금리는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장기 금리가 오르는 동안 단기 금리가 멈춰있었기 때문에 둘 사이에 차이가 벌어졌다.

지난 5월부터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드는 세 번째 국면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개시를 언급하고, 금리 인상도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단기 금리가 상승하고 장기 금리는 하락했기 때문이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이 경향이 더 심해졌다.

금리는 상승 종목도 달라지게 만든다. 작년에 금리차가 벌어지는 동안에는 성장주가 떨어지고 가치주가 상승했었다. 성장주에는 한창 커가는 기업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벌어 놓은 돈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를 크게 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돈이 필요하다. 우선 회사에 모아놓은 자금을 이용하지만 돈이 모자라면 금융기관에서 빌리기도 한다. 반면 가치주는 기업의 역사가 오래됐고, 사업이 안정적이어서 돈을 빌릴 이유가 상대적으로 적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치주보다 성장주가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최근은 반대다.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2014년에 연준이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을 시행하던 시기에도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성장주가 올라갔다. 경기는 2014년에 미국의 구매관리자(ISM) 제조업지수가 상승한 후 고점에 걸렸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빠르게 하락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 그 영향으로 주식시장이 느리게 올랐다. 종목별로는 가치주보다 성장주의 우위가 뚜렷했다. 당시 성장주는 화장품 주식들이었는데 중국 소비 특수로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1년반만에 5배나 오를 정도였다.

지금도 장단기 금리차 축소와 경기 탄력성이 약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ISM 제조업지수와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고 주가 역시 완만한 상승에 그치고 있다. 가치주에 비해 성장주가 두드러지게 오르고 있는 것도 과거와 비슷하다.

2014년에 미국은 테이퍼링 시행과 함께 단기 금리가 한 단계 더 상승했다. 테이퍼링을 계기로 완화적인 정책이 끝나고 금리 인상이 이루어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연말 즈음에 테이퍼링이 시행될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단기 금리 상승을 피하기 힘들다. 이런 변화로 인해 주식시장 내부에서는 성장주의 강세가 두드러질 것이다.

코스피가 3300을 넘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인데 5개월 가까이 상승을 가로막던 저항선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저항선을 돌파하면 주가 상승이 빨라지는 과거 사례와 달리 이번에는 주가에 속도가 붙기는 힘들 것으로로 보인다. 주가가 높은 상태에서 경기와 기업실적 증가의 많은 부분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시장은 지수보다 종목이 더 눈길을 끄는 상황이 될 것이다.

주가가 바닥을 찍고 오를 때 상승을 주도하는 종목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하락이 컸던 종목이 오른다. 코스피가 하락하는 와중에 자기 실력 이상으로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에 이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매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낙폭 과대주의 상승이 끝나면 경기민감주와 업종 대표주가 이를 대신한다.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많은 유동성이 시장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테마주까지 오르면 2~3년 내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은 주가에 모두 반영되게 된다. 이후 상승은 성장주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익이 주가에 미리 반영됐기 때문에 실적보다 성장 전망이 중요해진다.

이번에 성장주 상승을 촉발시킨 카카오도 비슷한 형태였다. 주가가 오르자 이익 전망이 개선됐지만 그보다 더 큰 역할을 한 것은 엔터테인먼트와 전자상거래에서 성공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카카오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업자인 만큼 기존에 확보돼 있는 인적 데이터만으로도 계획하는 일을 이룰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시장은 카카오와 비슷한 성장 그림을 가지고 있는 종목을 찾아 나설 것이다. 어떤 회사가 그림에 부합할지는 시장만 알고 있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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