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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객원기자 칼럼]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엇박자가 나고 있나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조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작된 비상사태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한국은행은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했다. 기획재정부의 재난지원금,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그것이다. 그러한 정책이 효과가 있었던 덕인지 우리나라는 그럭저럭 큰 문제없이 위기의 통로를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독이 없는 약이 없는 것처럼 정책은 효과뿐 아니라 부작용도 같이 불러왔다.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끓어오르는 자산가격 상승이 그것이다. 이러한 자산광풍을 뒤이어 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 2.3%, 5월 2.6%, 6월 2.4%로 물가목표치 2.0%를 넘어서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물경제로 말하자면 상당한 회복을 이뤄 올해 경제성장률은 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도 지난 6월까지 8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제조업 위주의 회복이며 그나마도 이전의 성장궤도를 완전히 회복했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자영업 및 중소기업, 그리고 취약계층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낮은 금리에 의해 부양되는 자산가격, 그리고 양극화된 실물경제라는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자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고 기재부는 다시 한 번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금 지급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애매한데, 브레이크와 엑셀을 동시에 밟고 있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했음인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서로 만나는 자리를 가짐으로써 이것이 엇박자가 아님을 확인시켜줬다. 즉 양자의 정책은 상황에 대응키 위한 일종의 조합을 이루며 기재부는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과연 적절한지를 놓고 한 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재정정책의 경우는 더 이상 확장적일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이 들어올 수 있다. 어쨌건 외형상으로는 경제가 회복된 모습을 보이는데다 그 동안의 지원정책으로 국가채무가 상당히 늘었기 때문이다.

2017년 660조 원이던 국가 채무가 지난해 846조9000억 원으로 뛰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도 44.0%에 달하고 있다. 여전히 선진국 대비로는 양호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원화는 기축통화도 아니고 기초체력도 약하다. 따라서 이를 감안해 선별지원으로, 그것도 최소한으로 그쳐야 한다는 것이 반론의 요지다.

예산의 제약도 있고 해서 정부는 이번에는 전 국민의 하위 80%에 대해서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반대론자의 주장과는 달리 보편적 지원의 형태에 가깝다. 논쟁의 요점은 과연 이것이 국가채무 증대라는 단점을 능가할 만큼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가이다.

그것은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골목상권에만 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 시효가 지나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한다면 소비진작효과는 물론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 등을 돕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재난지원금의 규모가 무리할 정도로 크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 ‘구조계획법’에 따라 국민 90%에 대해 1인당 1400달러를 지원했는데 이는 국내총생산의 9% 규모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올 하반기에 지원할 5차 재난지원금이 최대 30조 원이라고 하더라도 국내총생산의 2% 수준에 불과하다.

통화정책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지금이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가져갈 시점인가, 그렇다고 하면 과연 금리를 올리는 것만이 옳은 방식인가라는 두 가지 질문이 있을 수 있다.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가져가는 것에 반대하는 측의 논리는 아직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 섣부른 정책전환은 경제에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아직 병에서 회복되지 않았는데, 너무 이르게 약을 끊으면 환자 상태는 도로 악화될 수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언급하며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사하는 것은 그만큼 부채 증가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214.9%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 중 가계부채는 103.8%, 기업부채는 111.1%를 차지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경우는 이것이 주로 부동산 등 자산시장 투기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더구나 이 통계에는 전세 및 월세 보증금이 빠져 있는데, 이를 포함하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에서 톱을 달리게 된다. 자산시장의 거품이 빠지면 가계는 물론이고 은행까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숨겨진 위험이다.

기업부채 비율은 세계 17위 정도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도 못 미치는 한계기업 비중이 무려 40%에 이르는 것이다. 현재는 정부 지도 아래 이자지급을 유예하는 등 보완조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것이 무한히 지속될 수는 없다.

산소 호흡기를 떼는 순간 위태로운 처지에 몰리는 기업이 수없이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결국 완화적 통화정책으로부터 단계적으로 후퇴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이 준비할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한편 금리인상이 이 시점에서 적정한가, 그보다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더 적합하지 않은가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거시건전성 정책은 금융위기 등 시스템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경제의 특정부분에 규제를 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원리금상환비율(DSR)에 한도를 주는 것이 그에 해당한다. 금리인상이 모든 경제주체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주는데 반해 거시건전성 정책은 문제가 되는 종양만 도려내는 방식이다.

문제는 위기가 닥쳤을 때 거시건전성 정책만으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중심으로 각국은 여러 가지 거시건전성 규제를 도입했으나 빈번한 금융위기를 피할 수 없었고 결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맞게 됐다. 따라서 비록 무디지만 훨씬 강력한 금리인상을 통해 적극적인 위기방지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더구나 금리인상은 단계적으로 매우 천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제로금리에 더해 양적완화까지 매우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비록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정하면서 정책기조를 이어갈 뜻을 보이고 있고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입장을 바꿀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것도 금리인상을 고려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측면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확장적 재정정책과 긴축적 통화정책은 현 시점에 불가피한 조합이다. 경제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취약하므로 이를 지원할 필요가 있고 과도한 가계부채, 자산 거품, 인플레이션 우려를 감안할 때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 얼음판을 달리는 것 같은 현재 상황에서 고난도 운전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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