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DC “델타 변이 환자 1명당 평균 8~9명 감염시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델타에서 파생된 '델타 플러스' 변이까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4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해외 입국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올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연말 또는 늦어도 내년 초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델타 변이 확산으로 팬데믹(대유행) 상황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델타 변이란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로 지난 6월부터 전세계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델타 변이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후에도 감염될 수 있는 ‘돌파 감염’까지 일으키고 있어 전세계 코로나19 방역 대책에도 혼선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美 파우치 “올 가을 하루 신규확진 현재 2배인 20만명 될 수도”

델타 변이는 급성 바이러스 질환인 수두만큼 전염성이 강하고 더 심각한 질환을 유발한다는 미국 방역 당국의 내부 보고서가 공개됐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미국 언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델타 변이는 수두 바이러스처럼 쉽게 퍼지며 환자 1명이 평균 8∼9명을 감염시킨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염 능력이 감기 수준인 평균 2명을 감염시킨다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강력하고 빠른 속도다.

CDC는 델타 변이 감염력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o메르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o사스), 에볼라, 일반 감기, 계절성 독감, 천연두 바이러스보다 강하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델타 변이는 백신 접종자에게도 바이러스를 옮기는 돌파 감염이 가능하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올 가을께 하루 신규 확진자가 현재의 두 배에 달하는 20만명까지 급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4일 미국 매체 맥클라치와 인터뷰에서 “미국 전역에서 감염이 매우 가파른 양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몇 주 안에 하루 확진자 수가 20만명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 델타 변이는 지난 2개월간 급속도로 퍼졌다. CDC에 따르면 지난달 18~31일 코로나19 확진자 중 93.4%가 델타 변이로 확인됐다. 지난 5월말 델타 변이 확진자가 3.1%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수치다.

여기에는 델타 변이에서 파생된 ‘델타 플러스’ 등도 포함돼 있다. 이같은 델타 변이 확산에 따라 미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최근 10만 명을 웃돌고 있다. 지난 6월만 해도 1만명대에 머물렀던 데 비해 델타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미 보건당국은 강한 전염력을 가진 델타 변이가 백신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돌파 감염 추정 사례 벌써 1100명 넘어

한국도 델타 변이 확산세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간 주요 변이 확진자 2109명 중 91.5%에 해당하는 1929명이 델타 변이에 감염됐다. 지난주 48%였던 주간 델타 변이 검출률은 지난 5일 기준 61.5%로 전주(48%)보다 13.5% 증가했다.

여기에 초유의 집단감염 사태인 청해부대 34진 코로나19 확진자 전원이 델타 변이에 감염됐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청해부대 확진자 272명 중 64명에 대한 변이 바이러스 분석을 한 결과 64명 모두에게서 델타 변이가 확인됐다”며 “노출력, 역학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272명 전원이 델타 변이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확진자 중 위중증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돌파 감염 추정 사례도 국내에서 1100명을 넘어섰다. 지난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접종 완료자 635만6326명 중 돌파 감염 추정 사례는 총 1132명이다. 전세계 상황은 더 심각하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방역 지침을 완화했던 선진국들은 다시 방역 강화 태세에 들어갔고 백신 확보를 하지 못한 개발도상국들은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6월부터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하루 확진자 4만∼5만명의 급증 사태를 겪다 최근 하루 3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는 10만명을 넘어섰다. 일일 확진자 8000명대를 기록 중인 필리핀은 델타 변이로 급격히 증가한 확진자 규모에 수도 마닐라와 주변 지역에 대한 봉쇄령을 내렸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저위험국으로 분류됐던 베트남도 하루 7000명대로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방역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들 “돌파 감염에도 불구 백신 접종이 가장 확실한 대응책”

이처럼 델타 변이로 인한 확진자 급증과 돌파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백신 접종이 현재로서는 가장 믿을만한 대응책으로 꼽히고 있다. 만일 돌파 감염이 일어나더라도 백신 접종자의 경우 중증으로 악화되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CDC 보고서는 백신 접종자가 미접종자보다 훨씬 안전하다며 백신이 중증 질환과 사망 위험을 10배 줄이고, 감염 위험도 3배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이 델타 변이 확산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여전히 예방접종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얘기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델타 변이가 등장하면서 전 국민 70% 접종으로 유행을 한 번에 차단하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점차 일상으로 회복하자는 관점으로 보면 백신은 아직도 유일한 대안으로 중증화 예방 효과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