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하, 카드론 규제 불씨될까 표정 관리 급급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지난달 16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하반기 사업전략회의에서 MZ세대 고객을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강화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신한카드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상반기 ‘순이익 1조원 돌파’라는 잭팟을 터뜨린 카드업계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웃음기가 사라졌다. 호실적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점과 가계대출 관련한 카드론 규제 이슈, 간편결제사업자와의 경쟁심화 등으로 다음 분기 실적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 등 주요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보였다. 5개 카드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합산하면 1조16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8%(332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KB국민, 우리, 하나카드는 역대 최고 상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5개 카드사 일제히 ‘호실적’…전체 카드승인금액 9.9% 증가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상반기 순이익 3672억원으로 전년 대비 21.4% 증가했다.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도 각각 26.7%, 54.3% 증가한 2822억원, 2528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카드는 1422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117.8% 급증했다. 우리카드도 52.5% 증가한 1214억원을 나타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보복소비’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여신금융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4월~6월) 전체 카드승인 금액은 244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늘었다.

또 2분기 중에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유지되면서 오프라인 쇼핑 및 모임o여가 관련 업종과 법인카드의 매출이 다소 회복됐다. 비대면o온라인을 통한 구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카드사 매출이 크게 증가하는 데 기여했다. 카드사들이 대면 영업을 줄이는 등 비용절감에 나선 것과 자산건전성을 위해 대손충당금전입액을 줄인 것도 실적 개선의 든든한 역할을 했다.

3년 주기 수수료율 협상…대선 앞두고 ‘뜨거운 감자’

그러나 카드업계는 이같은 호실적이 하반기에도 계속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번 2분기 실적은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인 데다 금리 인상 이슈 등 여러 외부요인이 녹록지 않다고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의 가장 큰 우려는 상반기 호실적이 오는 하반기 카드 가맹점 수수료 협상에서 수수료율 인하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은 3년 주기로 카드 수수료율을 재산정한다. 2007년 이후 카드 수수료율은 계속 낮아져왔고 올해도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3분기에 카드업계와 당국은 2018년 이후 3년만에 협상을 진행한다.

현재 여신금융협회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원가분석을 수행할 업체로 삼정KPMG를 선정하고 금융당국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 중이다. 최종개편안은 오는 11월께 나올 예정으로 TF팀은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줄어든 자영업자들을 지원한다며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내년 대선 일정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수수료율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세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면제를 요구하고, 특수가맹점을 법으로 지정하자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된 상황이다.

카드론 규제·간편결제사업자들과 경쟁도 고민

여기에 외부 환경도 수익성 악화 요인이 많다는 것이 카드사들의 판단이다. 우선 법정최고금리가 지난 7일부터 연 24%에서 20%로 낮아지면서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인 카드론 이자수익에 빨간불이 켜졌다. 비은행권 가계대출 급증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카드론에 대한 경계 태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고승범 차기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가계부채, 자산가격 변동 등 경제o금융 위험요인을 철저히 관리하며 대내외 불확실성을 대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간편결제사업자들과의 경쟁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고 비밀번호나 간단한 인증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면서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점차 세력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두 기업은 초대형 가입자를 보유한 플랫폼을 무기로 결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 쿠팡, 카카오 3사의 전체 간편결제 시장점유율은 40%에 달한다.

이같은 대내외적 요인에 카드사들은 호실적에도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장의 실적은 화려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불안 요소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내부적으로는 규제와 외부 변화에 맞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