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판매 차량 10대 중 4대 이상이 SUV

캐스퍼 온라인 발표회 ‘캐스퍼 프리미어’(CASPER Premiere) 속 캐스퍼.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전 세계 주요국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차종이다. 중국 승용차 판매에서 SUV 비중은 40%를 넘은 지 오래됐고 미국에서도 SUV 비중이 픽업트럭과 함께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가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한 SUV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60만 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상반기 SUV 판매량은 5만 855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 14만 3040대 중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1%다. 올해 상반기 판매된 차량 10대 중 4대 이상은 SUV인 셈이다. 이런 추세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UV 인기 타고 ‘친환경 SUV 시장’ 새롭게 형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일상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이런 일상의 변화는 자동차 선호도까지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로 다중이 모이는 숙박업소를 피해 독립적인 야영을 즐길 수 있는 캠핑이나 차박(차에서 숙박하는 야영) 문화가 SUV 인기에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신차 등록대수 가운데 SUV가 전체의 43.3%를 차지해 세단(41.8%)을 넘어섰다. 올해도 그 흐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SUV 인기 질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기아 쏘렌토다. 쏘렌토는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국내 시장에서만 4만 6313대가 판매됐다. 이는 전체 SUV 판매량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2위는 현대차 팰리세이드(3만 4236대), 3위는 현대차 투싼(3만 2358대)이 뒤를 이어 국내 SUV 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선전이 돋보이는 상황이다. 이 밖에 르노삼성 QM6, 한국GM 트레블레이저 등도 국내 SUV 판매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세계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비중을 높이고 있는 데다 그 속도도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차 시대가 조기에 막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완성차업계도 내연기관차 생산을 빠른 시일 내에 중단하겠다고 잇달아 선언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경유차 중심으로 출시되던 SUV에 대한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도 경유차가 대세였던 국내 SUV 시장 역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아 첫 전용 전기차 EV6가 지난 8월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고 제네시스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 기반 첫 번째 전기차 GV60도 출시를 앞둬 친환경 SUV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상황만 보면 전기차로 재편되는 자동차 시장에서 또 다른 한 축을 차지하는 것이 SUV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며 “다만 SUV 역시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이 확보돼야만 친환경차가 대세인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번에 공개된 GV60 외장 이미지. (사진=제네시스 제공)
현대차 ‘캐스퍼’ 올해 판매량 소진…수입 SUV도 다양한 전기차 출시

SUV의 질주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주요 SUV 신모델이 이미 출시됐거나 대거 대기 중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선 현대차의 신규 SUV 캐스퍼가 사전계약만 2만 대를 넘어서는 등 출시 전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아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1만 2000대 생산을 목표로 했는데 올해 판매량은 모두 소진된 셈”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달 29일 캐스퍼 온라인 발표회 ‘캐스퍼 프리미어’(CASPER Premiere)를 열고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캐스퍼는 현대차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새로운 차급 ‘엔트리 SUV’로 ▲개성을 살린 내·외관 디자인과 컬러 ▲용도에 따라 실내 공간 조절이 가능한 시트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과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 기본 적용으로 확보한 안전성 ▲운전자 중심 편의 사양 등이 주요 특징이다.

특히 캐스퍼는 기본 모델 ▲스마트 1385만 원 ▲모던 1590만 원 ▲인스퍼레이션 1870만 원으로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한 데다 새롭게 선보인 전용 웹사이트 ‘캐스퍼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가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쉽고 빠르게 정보를 탐색하고 차량 구매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서비스를 구현했다.

유원하 현대차 국내사업본부 부사장은 캐스퍼 프리미어에서 “캐스퍼는 D2C(Direct to Consumer, 고객에 직접 판매) 판매 방식을 채택한 만큼 고객들이 상품 정보와 온라인 구매 방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모든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고객 중심으로 개발했다”며 “캐스퍼만의 차별화된 상품성 또한 새로운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차량 탐색부터 구매까지 최적의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도 지난달 30일 ‘GV60 디지털 월드프리미어’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제네시스 전동화 비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첫 번째 전용 전기차 GV60를 전면 공개했다. 제네시스는 기존 내연기관 라인업의 차명과 동일한 체계를 따르며 별도의 전기차 구분을 하지 않는 네이밍 철학에 맞춰 차명을 GV60로 결정했다. GV60는 오는 6일부터 국내 계약을 시작한다.

한국GM은 2022년형 볼트EV와 볼트EUV를 공개했고 쌍용자동차는 첫 전기차이기도 한 코란도 이모션의 국내 출시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란도 이모션은 이미 유럽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고 다음 달부터 실제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수입 SUV 브랜드들도 국내 시장을 꾸준히 공략하고 있다. 볼보가 이번 달 신형 XC60의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고 폭스바겐도 이미 지난 7월 선보인 신형 티구안의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프 역시 이번 달 올 뉴 2022 그랜드 체로키를 북미에서 공개하고 올해 안에 국내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