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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가 미래다] 역차별 받지 않는 ‘K-ESG’의 국제화가 필요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칼럼
  • 지난해 말부터 국내에서도 ESG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필자는 최근 어느 최고 경영자 과정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주제로 강의를 했다. 강의에 앞서 사회자가 필자를 소개하는데 참으로 듣기 민망할 정도였다. 즉, 필자가 15년 전 국내에서 서스틴베스트라는 ESG평가회사를 일찌감치 설립해 국내 맥락에 부합하는 ESG 평가모델을 정립하고, 이를 국내 자본시장과 기업들에게 보급한 점을 강조했다.

덕분에, 여타 아시아 국가나 이머징 마켓 국가들 중에서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ESG 글로벌 평가기업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나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 비지오 아이리스(Vigeo-EiRIS) 등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면전 칭찬은 욕이라고 했듯이 그날 그 현장에서는 낯 뜨겁고 민망하기만 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곰곰이 그 사회자의 말을 음미해 보니 새로운 각오와 비전이 생겼다. 아시다시피 지난해 말부터 국내에서도 ESG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따라서 상당히 많은 잠재적 고객들이 우리 회사를 찾아오거나 연락이 온다. 이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확장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달리 해석하면 위에서 언급했던 ESG 관련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입과 공략이 더욱 가속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까지가 국내 ESG 산업이 예행연습을 해왔다면 이제 곧 본게임이 시작될 것이다. 지난 15년 목검 승부에서 이젠 진검 승부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잘못 대응하면 손이 잘려 나가고 목도 베이는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면서 자칫 국내 토종회사들의 존립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흔히들 포털시장에 있어 구글 시장 점유율이 여타국 대비 가장 낮은 국가들 중 하나로 우리나라를 꼽는다. 네이버와 다음으로 대표되는 국내 토종 포털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지속적인 경쟁력을 높여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이들 토종업체들은 로컬 웹툰, 버스 노선 등과 같은 구글이 제공하기 어려운 다양한 로컬 서비스들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국내 포털 이용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공룡기업인 구글에 대항하며 시장을 지켜 왔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지난 몇 년 전부터 이들 국내 토종 포털업체들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이제 일본 동남아 등으로 그 사업 영토를 더욱 확장해 나가고 있다. 토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필자는 ESG 평가 및 분석산업도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즉 ESG 분야는 글로벌과 로컬 스탠더드가 혼재돼 있는 분야다. 따라서 글로벌 ESG평가기업들의 평가잣대를 갖고 우리나라 기업들에 내재하는 고유한 ESG 위험과 기회요소를 제대로 판별하기 어렵다. 당연히 일정한 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보자. MSCI 모델로 한국 대기업 집단 기업에 내재하는 다양한 기업 지배구조 리스크를 적확하게 평가해 낼 수 있을까. 즉 그들 잣대로 한국 기업들에서 많이 발생하는 일감몰아주기, 합병 분할 과정에서의 소수주주 가치훼손, 오너 일가들의 다양한 사익편취 행위들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 이슈에 있어 한국 특유의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및 갑질 문제나 한국 직장에 여전히 남아 있는 성 획일성 및 차별 문제들을 제대로 짚어내기는 어렵다. 유럽이나 서구 중심 잣대로 결코 판별할 수 없는, 아시아 맥락이나 한국 사회 특유의 사회·문화 제도적 맥락에서 파생하는 다양한 문제들 유형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Made in USA’ 혹은 서구 선진국가 패러다임이나 모델 등을 기계적으로 수입하고 그것을 우리 경제와 산업에 적용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이제는 국제 사회에서도 우리를 선진국 근처에 도달했거나 이미 선진국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188개 회원국은 만장일치로 우리나라를 개도국 지위에서 선진국 지위로 격상시켰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우리 고유의 패러다임과 모델을 발전시켜 역으로 국제사회에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국내 시장 수성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는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몇몇 K시리즈가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것은 그 예고편 내지 전초전에 불과하다. 이제 보다 많은 분야와 영역에서 K-패러다임, K-프레임웍, K-모델 등 K-시리즈를 개발해 해외에 널리 알리고 수출해야 한다.

여기에 K-ESG의 국제화도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이제 국내 기업의 ESG평가 및 의결권 분석 결과도 우리기업, 산업, 제도, 문화 맥락에 정합적으로 이뤄져 이를 글로벌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적극 알려야 할 것이다.

그러할 때 국내 맥락에 배치되고 다소 일방적인 서구적 관점에 따른 평가로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받고 억울하게 저평가당하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국내 ESG 산업에서도 이러한 사고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우리나라 ESG 전문가들의 국제적 비전과 상상력이 커나갈 때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지위에 오를 수 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프로필

KAIST 경영대학원 대우교수와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과 (사)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 고객사에 ESG 분석과 운용 전략을 자문하는 ESG 전문 리서치 회사 ㈜서스틴베스트를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형 사회책임투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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