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주자인 현대차·한화에 도전장 내면서 다변화되는 UAM 시장

지난달 11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열린 ‘UAM 비행 시연 행사’에서 볼로콥터가 시험 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글로벌 기업들이 도심항공교통(UAM) 기술개발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UAM은 수직 이착륙 비행체를 수단으로 하는 새로운 교통서비스를 말한다. 비행기와 달리 활주로가 필요 없어 공간적 제약이 거의 없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이 시장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한화그룹 등의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가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건설, KT, 대한항공과 국내 UAM 산업 활성화를 위한 ‘UAM 어벤져스’를 결성한데 이어 롯데그룹이 지난달 미국기업 등과 한미 컨소시엄을 출범시켰다. 또 카카오모빌리티도 지난달 플라잉카 전문기업 볼로콥터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UAM 서비스 플랫폼 고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롯데, 롯데렌탈 앞세워 해외 협력사와 업무협력 박차

이미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키 위한 신기술 경쟁이 하늘로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특히 UAM은 지상에서만 달릴 수 있는 기존 자동차에 비해 이동 시간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극심한 도로 정체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꿈에 그리던 미래 신기술의 총아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이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UAM 사업을 본격적으로 개시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2025년까지 1조8000억원을 투입해 UAM과 관련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2028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UAM 전담 부서를 만들고 2026년부터 물류 현장에 도심 항공기를 투입한 후 2028년에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UAM 사업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6월 서울시와 ‘UAM의 성공적 실현 및 생태계 구축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앞서 언급한 UAM 어벤져스 결성도 현대차의 UAM 시장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삼정KPMG에 따르면 세계 UAM 시장은 2040년 1조4740억달러(약 1800조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UAM 이용객도 2030년 1190만명에서 2050년 4억4470만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 불리는 UAM이지만 이 분야에 자동차기업 외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뛰어드는 이유다.

우선 롯데는 UAM 사업에 진출해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한다. 롯데는 롯데렌탈 등 지상 기반 네트워크와 항공을 연결해 차별화된 교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롯데지주와 롯데렌탈은 미국의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비행체 개발), 모비우스에너지(배터리 모듈 개발), 그리고 인천광역시 등과 7자 업무협력을 통해 내년부터 UAM 실증 비행을 추진키로 했다.

참여기업 중 비행체 분야는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와 모비우스에너지, 그리고 한국의 민트에어(비행체 운영)가 담당하고 인천시와 항공우주산학융합원은 시험비행 및 사업운영 지원 역할을 하게 된다. 롯데렌탈은 항공과 지상을 연결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운영을 중점 추진하고 버티포트(UAM 이착륙장) 및 충전소 등 제반 인프라 구축 및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당사는 친환경 모빌리티 사업을 비롯해 저탄소 미래를 선도하는 중장기 비전을 보유하고 있다”며 “다가오는 UAM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롯데지주는 그룹 내 역량과 네트워크를 결집시켜 실증비행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기체 제작사 볼로콥터와 업무협약 첫발

카카오모빌리티도 UAM 기체 제조사 볼로콥터와 한국형 UAM 서비스 모델 고도화 및 상용화 준비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지난달 23일 밝혔다. 이미 양사는 지난 7월부터 ▲국내 UAM 서비스 시장 수요·규모 추정 ▲UAM 가망 경로와 버티포트 위치 선정 ▲국내 비즈니스·서비스 모델 사례 연구 ▲ 안전·인증 관련 평가 기준 등을 연구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연구 결과를 분석한 후 내년 2월까지 한국 시장에 최적화한 UAM 운영 모델을 제시하겠다”며 “카카오 T 플랫폼 운영 경험과 자율주행 기술, 공간정보·지도 기술 등을 총동원해 UAM 서비스를 이용할 때 ‘출발지-버티포트1-버티포트2-목적지’를 전체 경로에서 앱 하나만으로 연결성 있는 이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완성차기업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시점에 정부도 정책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K-UAM 기술 로드맵’을 확정하고 UAM 실증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 기술 개발을 위한 R&D 지원 등을 적극 추진 중이다. 2025년에는 UAM 상용 서비스를 도입하고 2030년부터 본격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미 미국은 전문기업들을 중심으로 UAM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처는 ‘아처 메이커’를 공개했다. 6개 배터리 팩을 장착한 상태에서 최고 시속 250㎞로 최장 96㎞를 날 수 있다. 아처는 아처 메이커를 2024년 도심형 에어택시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조비항공도 2024년 상용화를 목표로 비행거리 240㎞, 최고 시속 322㎞인 기체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한화가 에어택시 등의 UAM 생태계 구축에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2019년 7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UAM 시장에 진출해 에어택시 기체인 ‘버터플라이’(Butterfly)를 개발 중인 한화시스템은 UAM 기체 개발과 항행·관제 부문의 정보통신기술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한화시스템의 센서·레이다·항공전자 기술과 저소음·고효율의 최적 속도를 내는 틸트로터(Tilt Rotor) 기술이 적용되는 버터플라이는 100% 전기로 구동돼 친환경적이다. 또 활주로가 필요 없는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유형으로 개발돼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갖추고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도심 상공의 항행·관제 솔루션, 기존 교통체계 연동 시스템 등 항공 모빌리티 플랫폼도 구축한다”면서 “지난해 7월 한국공항공사와 MOU를 체결하고 기체·항행교통 기술 및 버티포트 통합운영 시스템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UAM 버티허브 구축 조감도. (사진=한화시스템 제공)
건물 옥상에 새로운 상권 부각…한화, ‘스카이포트’ 투자 진행

우리가 미래도시를 상상할 때 당장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높은 고층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자동차 모습이다 보니 UAM은 미래의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UAM은 에어택시 형태로 상용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비행체 기술과 함께 버티보트, 다양한 통신망이 갖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서울 등 메가시티에서 차량의 평균 주행 속도는 시속 30㎞를 넘지 못한다. 이에 UAM이 대도시 교통 정체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먼저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은 자율주행차와 함께 각자 미래차 시장을 어떻게 양분하게 될지도 향후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UAM 생산은 국내 자동차와 항공기 산업 모두에게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놓쳐서는 안 될 기회”라며 “한국이 주력하고 있는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차 기술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도 UAM이 미래 먹거리로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UAM은 이동수단으로서 혁신은 물론 공간으로서 혁신까지 가져올 수 있다”면서 “도심공항 등을 비롯해 UAM이 이착륙하는 건물 옥상까지 새로운 상권이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하이투자증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UAM이 이착륙하는 정거장을 구축하는데 대도심 건물 옥상이 활용될 수 있다. 그동안 건물 1층에 어떠한 브랜드가 입주하는지가 부동산 가치를 좌우했다면 미래에서는 옥상에 어떠한 UAM 거점이 생기는지가 부동산 가치 변동에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한화시스템은 비행체 개발과 함께 도심 공항을 위한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UAM 사업에 뛰어든 우버 또한 부동산 개발사와 손잡고 고층빌딩 옥상을 UAM 이착륙 거점으로 활용하는 ‘스카이포트’ 전략 투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심 교통시스템과 상권, 그리고 일상에 대변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UMA 시장은 자동차기업들의 시선만 하늘을 향한다고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와 건설사 등 인프라 자체의 큰 변화가 전제돼야 상용화될 수 있는 사업이다. 무엇보다 UAM의 안전성·사회적 수용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기상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UAM 실용화를 위한 기술개발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UAM 청사진은 새로운 교통수단인 만큼 실제 운영을 가정해 단계적으로 시장을 구분하고 있다. ‘초기’(2025~2029년), ‘성장기’(2030~2034년), ‘성숙기’(2035~) 등 주요 3단계로 시장을 구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필요한 기술을 발굴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정부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 안전성·사회적 수용성이 확보될 경우 기술개발을 통해 교통수단으로써의 경제성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UAM 실용화를 위한 기술개발 청사진을 비롯해 안전성·수용성·경제성·지속가능성·상호발전을 핵심 목표로 한 추진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이를 통해 기체 및 승객 안전성 확보 기술을 최우선적으로 개발하고 국민 수용성을 증대하는 친화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