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만큼 올랐나? 서울 등 집값 일제히 지표 하락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연말 전국 부동산 시장이 매수와 매도 모두 소극적이었던 관망세를 지나 점차 가격 하락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각종 지표에서 매수자보다는 매도자가 더 많은 매수우위 시장이 형성된 데다 서울 외곽 단지 곳곳에서 수개월만에 실거래가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 등 시장 유동성을 제한하는 당국 조치도 점쳐져 집값 하락설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전국 아파트 시장, ‘사자’보다 ‘팔자’ 더 많아져

지난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셋째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13일 기준)는 97.5를 기록, 전 주부터 100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다시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수치로, 100이 기준선이다. 지수가 100보다 낮을수록 매수 심리가 약하다고 해석된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고 내놓은 집주인이 많다는 의미다.

전국적으로 매매수급지수가 낮은 가운데 서울은 95.2를 기록해 전국 기준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에 비해 1.2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94.9를 기록한 지난해 5월 11일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역시 96.3을 기록, 3주 연속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은 상태를 이어갔다. 지방은 98.6를 기록해 100 이하로 떨어졌으며 특히 세종은 84.8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서울 외곽 지역은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실거래가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은평구 녹번동 힐스테이트녹번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4일 12억5000만원에 거래돼 한 달 전 동일 면적 최고가인 14억3500만원 보다 1억8500만원 낮은 실거래가를 기록했다.

지난 9월 15억9000만원에 거래됐던 노원구 중계동 라이프청구신동아 아파트 전용면적 115㎡는 지난달 25일 14억5000만원에 손 바뀜이 이뤄졌다. 2개월만에 실거래가가 1억4000만원 내린 것이다. 강북구는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아파트 전용면적 84㎡가 11억3000만원(8월)에서 10억8000만원(11월)으로 5000여만원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가격과 함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은 98.5로 기준선 밑으로 전환한 전 주(99.1)에 이어 재차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전세수급지수는 98.8를 기록해 지난해 11월 18일(99.1) 이후 1년 1개월 만에 다시 100 밑으로 떨어졌다. 5대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도 전세수급지수도 99.5를 기록해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고금리 형성에 매수자 우위 시장 계속될 듯

이처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매수우위지수 지표상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유리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사이에 분포하는데 0에 가까울수록 매도자, 200에 가까울수록 매수자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지난 23일 KB부동산이 발표한 주간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50.0을 기록해 지난주(51.8) 보다 더 하락했다. 인천(42.4), 광주(79.6), 부산(65.5), 대전(45.7), 울산(42.5), 대구(23.2) 등 광역시도 매도자가 더 많은 100 미만의 시장을 보였다.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 등 금융당국이 시장의 유동성을 제한하는 기조에 접어들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세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의 금리 상단이 5%를 넘어서는 등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무거워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17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710~5.060%를 기록했다. 지난달 26일과 비교해 금리의 하단과 상단이 각각 0.270%포인트, 0.079%포인트 올랐다.

지표금리인 코픽스가 한 달 사이 0.260%포인트 오른 것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상승의 원인으로 해석된다. 코픽스는 은행의 예적금 등 수신 상품 금리를 반영해 정해지는 지표로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는데 얼마나 비용(금리)을 들였는지를 나타낸다. 이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세 번의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한국은행도 내년에 기준금리를 1.75%까지 세 차례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이 유력한 상황이다.

내년 공시가격 두 자리 수 상승으로 세부담은↑

반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와 건강보험료 등 조세(준조세 포함)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내년에도 올해 못지 않게 오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내년 본격적으로 하락 국면을 맞을 경우 공시가격보다 실거래가가 낮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3일 공개한 2022년 1월 1일 기준 전국 표준지 54만 필지와 표준단독주택 24만 가구의 공시가격에 따르면 내년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평균 10.16% 상승해 올해(10.35%)에 이어 2년 연속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서울(11.21%), 세종(10.76%), 대구(10.56%), 부산(10.40%) 등이 상승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표준주택 공시가격은 내년 평균 7.36% 오르며 올해(6.8%)보다 상승 폭이 더 커졌다. 2005년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매기기 시작한 이래 2019년(9.1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표준지와 마찬가지로 서울(10.56%), 부산(8.96%), 대구(7.53%) 등의 공시가격이 비교적 많이 오른다.

국토부가 내년 공시가격과 적정 시세로 산출하는 현실화율 역시 표준지가 71.4%, 표준주택은 57.9%로 올해 대비 각각 3%포인트, 2.1%포인트씩 올라갔다.

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