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삼성 전사적 투자…대규모 M&A 본격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CES 2022에서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 위로 등장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산업생태계가 급변하면서 이미 조선과 기계 등의 전통 제조업계는 무인화와 로봇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각 생산공정에 무인 지게차 등의 로봇이 대거 투입되고 조선업계는 자율운항선박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7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2’에서도 다양한 무인·로봇 기술이 공개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이번 CES에는 현대자동차가 로보틱스와 메타버스가 결합된 ‘메타모빌리티’(Metamobility) 등을 통해 미래 로보틱스 비전을 공개했다. 또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대형 인수·합병(M&A)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관련 업계에서는 이 소식이 삼성의 로봇사업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2022년 임인년 화두는 ‘로보틱스’

로봇이 신년 세배를 하고 사람들과 마당놀이를 즐긴다. 글로벌기업의 수장은 로봇개와 함께 공식행사에 등장한다. 이색적인 이 풍경 중 하나는 2022년 임인년 새해에 올라온 현대자동차그룹 광고의 한 장면이고 또 하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개 스팟(Spot)과 함께 CES 2022 무대 위로 등장해 큰 화제가 됐던 모습이다.

글로벌 완성차기업 중 하나인 현대차그룹이 신년부터 던진 메시지는 확고했다. 정 회장은 CES 2022 보도발표회 자리에서 “로보틱스는 더 이상 머나먼 꿈이 아닌 현실”이라며 “현대차는 로보틱스를 통해 위대한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메타모빌리티로 확장하고 이를 위해 한계 없는 도전을 이어가겠다”며 “현대차의 로보틱스 비전이 인류의 무한한 이동과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로봇사업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미국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완료했다. 2020년 12월 본계약 체결 이후 인수 절차를 모두 마치고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 인수를 최종 완료한 것이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보유하게 됐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거듭된 공식 석상에서 로보틱스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있다. 로보틱스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원을 넘어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하고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매개체이자 신개념 모빌리티라는 전략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의 로보틱스 비전은 ▲사용자의 이동 경험이 혁신적으로 확장되는 메타모빌리티 ▲사물에 이동성이 부여된 ‘Mobility of Things’(MoT) 생태계 ▲인간을 위한 지능형 로봇 등으로 구체화된다.

특히 지능형 로봇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 아틀라스(Atlas)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도 인간 한계 극복을 돕는 다양한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메타모빌리티를 통해 가상공간이 로봇을 매개로 현실과 연결되면 사용자는 마치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대리 경험까지 가능하다”며 “당사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 등의 혁신으로 미래 모빌리티 간 경계가 파괴되고 자동차, 도심항공교통(UAM) 등 다양한 모빌리티가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하는 스마트 디바이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예고한 대형 M&A 핵심은 로봇사업일까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조직개편 과정에서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했다. LG전자 역시 ‘로봇사업센터’를 설립하는 등 국내 가전·IT기업들이 로봇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 부문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래를 위한 동행’(Together for tomorrow)을 주제로 CES 2022 기조연설에 나섰다. 한 부회장은 이번 CES에서 ‘기술’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지속 가능한 미래’로 규정하고 고도화된 연결성과 맞춤화 경험을 기반으로 한 기술 혁신 등의 비전을 발표했다. 게다가 대형 인수·합병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한 부회장이 M&A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다.

로보틱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부회장의 이 발언 이후 로봇 관련주가 요동을 치고 있다”면서 “최근 로봇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M&A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AI와 결합한 로봇사업 등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삼성이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에도 이러한 내용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해 8월 향후 3년간 투자 규모를 총 240조원으로 확대하고, 특히 이 가운데 180조원을 국내에 투자키로 하면서 “투자 확대를 통해 전략사업 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과감한 M&A를 통해 기술·시장 리더십 강화에도 나설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당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AI, 로봇 등 미래 신기술과 신사업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해 4차 산업혁명 주도권을 선도할 것임을 강조했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전 세계 거점 지역에 포진한 ‘글로벌 AI센터’를 통해 선행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AI 알고리즘을 적용한 지능형 기기를 확대하는 등 연구와 일선 사업에서 모두 절대우위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미래 유망 사업의 하나로 각광받는 로봇 분야에서 핵심 기술 확보와 폼팩터(물리적 형태) 다양화를 통해 ‘로봇의 일상화’를 추진하고 첨단산업 분야 설계와 개발을 위한 슈퍼컴퓨터 활용도 확대할 계획”이라며 “차세대 기술 리더십을 강화해 시장 주도권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