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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의 골프이야기] 퍼팅그린의 빠르기


남부골프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이 내장객들 가운데, 남부골프장은 그린이 느리다고 불평하는 골퍼들이 많아 고민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지난 5월 1일 남부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한 필자는 전반 9홀에서 버디 1개 보기 1개로 이븐을 쳤고, 후반 9홀에서는 보기 없이 버디를 2개 하여, 2언더파를 쳤다. 필자는, 라운딩을 하는 동안, 남부골프장의 퍼팅그린이, 지난 4월 4일에 갔던 나인브릿지골프장의 퍼팅그린보다는 느렸지만, 서울 인근에 있는 다른 골프장의 퍼팅그린에 비하여 아주 느리다고는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남부골프장의 퍼팅그린이 느려서 퍼팅에 애를 먹었다는 불평을 한 골퍼들의 수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그린의 빠르기를 재는 도구에 스팀프메타(stimpmeter)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조지 스팀프라는 사람이 미국골프협회를 위하여 발명한 것인데, 약 1.2m 길이의 막대기에 볼을 굴려내릴 수 있도록 홈을 판 비교적 간단한 도구다. 가능하면 평탄한 부분을 선택해서 스팀프메타를 대고, 위쪽에서 3회, 아래쪽에서 3회, 도합 6회에 걸쳐서 볼을 굴려서, 굴러간 거리를 평균 산출하는 방법으로 퍼팅그린의 빠르기를 계측하는 기구다. 굴러가는 거리가, 2.25m(7.5피트)보다 적으면 그린이 느리다고 하고, 3m(10 피트)이상이면 빠르다고 한다. 경험에 의하면 스팀프메타로 재 굴러가는 거리가 3m정도 나오는 경우 퍼팅그린의 예고(刈高)가 약 3.5mm 라고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퍼팅그린의 예고가 3.5mm 이하면 빠른 그린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퍼팅그린은 프로골퍼대회에서 사용된다. 이 때문에 많은 골퍼들은 예고가 낮으면 그린이 빠르고, 예고가 높으면 그린이 느리다고 여기는 경향을 보인다. 아마추어들이 사용하는 퍼팅그린의 예고는 약 4.5mm정도다. 아마추어들이 사용하는 퍼팅그린의 예고가 높은 까닭은, 주로 퍼팅그린의 관리상 어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퍼팅그린의 빠르기는, 스팀프메타에 의해 측정되는 거리만으로는 알 수 없다. 같은 예고라 하더라도 잔디의 종류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 즉, 잔디잎이 상대적으로 넓고 단단한 고려지가 식재된 퍼팅그린의 빠르기는 벤트그라스가 식재된 퍼팅그린보다 훨씬 더 느리다. 또 같은 벤트그라스라 할지라도 이른 아침과 한낮, 그리고 오후 늦은 시간대에 따라 차이가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잔디의 생장이 왕성한 하절기와 생장이 멈추는 동절기에도 차이가 있으며, 건조한 날과 습기가 많은 날, 그리고 바람이 강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 일조량의 다소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차이가 난다. 게다가 잔디는 여섯 시간 만에 약 1mm씩 자란다고 하니 라운딩을 시작할 때 빠른 그린도 라운드가 끝날 무렵이면 느려지게 된다.

무엇보다도 잔디결은 퍼팅그린의 빠르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골프장이 위치한 지형과 물의 흐름, 일조량에 따라 잔디결이 달라지기 때문에, 퍼팅그린의 빠르기도 변하게 마련이다. 퍼팅그린의 빠르기를 이해하려면 이같은 잔디의 제반 속성을 먼저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레오 티젤이라는 프로는 일찍이 퍼팅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다. “편집적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것이다. 우선 언듈레이션을 읽는다. 잔디의 종류와 밀도, 순결인지 역결인지, 또는 횡결인지를 파악한다. 현재 잔디의 성질, 언제 비가 내렸는지, 바람에 의해 얼마나 습도가 줄었는지, 언제 뚫은 홀컵인지, 잔디의 성장 등을 고려해서 강하게 칠 것인지 아니면 살짝 칠 것인지를 파악한다. 그리고 거리도 파악해야 한다.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를 아는 것도 단순하지 않다. 다섯 개의 마운드가 있다면 개개의 경사를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하자면 끝이 없다. 퍼팅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고뇌와 착란은 끝이 없게 된다.”

티젤은 남아공 출신의 보비 로크야말로 20세기 최고의 퍼팅 명수로 천재라는 말을 붙일 만하다고 칭찬했다. 그 로크는 퍼팅의 요령에 대해 자신에게 주어진 인간의 직감력이라고 하는 천혜의 본능을 결코 깔보지 말라는 뜻에서 이렇게 말했다.

“퍼팅에는 단 하나의 요령이 있다. 너무 지나치게 노리지 않는 일이다. 직감적으로 결정한 라인을 중요시하고 대체적인 방향으로 치면 그만이다.”

남부골프장에서 그린이 빠르지 않다고 불평한 골퍼들은 퍼팅의 요령에 관한 레오 티젤이나 보비 로크의 이야기를 전혀 들어보지 못한, 그런 수준의 골퍼들이었음에 틀림없다.

입력시간 : 2004-05-1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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