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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의 골프이야기] 어떤 날의 골프일기


둘이 모두 대학생이 된 어느 날의 일이었다. 총각을 떼기로 약속하고, P의 누나집에 들려서 거짓말을 하고 돈을 얻었다. 그러나 일을 치르지도 못하고 돈만 뜯겼다. 화가 나서 밖으로 나온 둘은 길가에 세워져 있는 지프차의 바퀴에 펑크를 냈다. 그런데 재수 없게도 그 지프차는 인근 경찰서장이 사용하는 관용차이었다.

그래서 둘은 파출소에 끌려 갔다. 조사를 하던 순경이 P에 대하여 인정신문하던 중 갑자기 P의 뺨을 한 데 후려갈긴 후 그 때까지 작성하던 서류를 갈기갈기 찢어 휴지통에 버렸다. 그리고 둘은 영문도 모른 채 파출소를 나오게 되었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그 순경 아저씨는 초등 학교 선생으로 재직 중이던 P의 부친의 제자이었다. 단순한 제자가 아니라 데려다가 키워준 아들이나 다름없는 그런 관계이었다.

둘은 이런 저런 이유로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놀기 좋아하는 H보다는 조금 더 학구적이던 P가 먼저 상도동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P는 대학 교수가 되어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래서 둘은 역할을 교대하여, 부산에 있던 H가 서울로 가게 되었다. 그 때가 1970년대 중반이었다. 1993년 상도동에서는 대통령이 나왔고, 그 바람에 H는 세칭 실세로 인구에 회자되었다. 그렇지만, 1997년 H는 영어의 몸이 되었다. H가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에 P는 틈만 나면 부산에서 서울을 오갔었다. P가 그 당시 부산에서 서울을 오가는 동안에 비행기의 마일리지가 100,000마일이나 적립되었다.

그 후 H에 대한 사면과 복권이 이루어졌다. 그러자 둘은 오랜 만에 동래골프장에 갔다. 둘이의 골프 모임에는 서울에 있는 나를 대신하여 H가 나에게 의형제 하라고 소개하여 준, C가 참석하였다. 밤 10시쯤 집에 들어 가니 C로부터 전화가 왔다. H와 P로부터 돈을 땄다며 자랑하였다. 그리고 H가 사면 복권 됨으로써 그의 변호인이던 내가 할 일이 없어져서 내일부터는 당장 무엇하며 지낼 것이냐고 놀려댔다.

H가 구속된 후부터 사면되기까지 나는 유별나게 H를 변론하였다. 그러자 몇몇 사람들은 나를 보며 도대체 수임료를 얼마나 많이 받았기에 그렇게 열심히 변론하느냐며 비아냥거렸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왜 그렇게 열심일까 하고 따져 보았었다. 그러면 언제나 답은 한 가지였다. H와 P의 우정을 부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나는 이런 이야기를 떠올렸었다.

1969년도의 라이더컵 대회가 잉글랜드의 로얄버크 데일 골프 클럽에서 열렸었다. 친구인 잭 니클라우스와 토니 재클린은 마지막 매치 게임으로, 라이더컵 대회 사상 가장 흥미로운 경기의 최종 홀에서 마무리 퍼팅을 남겨 놓고 있었다. 잭 니클라우스가 파 퍼팅을 성공시켰을 때, 토니 재클린의 볼은 홀에서 약 120㎝센티를 남겨 놓고 있었다. 만일 재클린의 퍼팅이 들어 가지 않는다면 미국팀이 승리하게 되는 판국이었다.

그런데 잭 니클라우스는 재클린으로 하여금 엄청난 프레스를 받는 퍼팅을 하게 놔두지 않았다. 말하자면, “오케이!”를 준 셈이었다. 그로 인하여 경기는 16대 16으로 그 때까지의 라이더컵 사상 유일하게 비기게 되었다. 특별한 우정에서 우러 나온 니클라우스의 이런 행동에 대하여 전세계로부터 많은 찬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니클라우스의 행동에 대하여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프랭크 비어드는 자신의 저서에서 그 당시 동료들은 니클라우스의 갑작스런 행동에 대하여 어쩔 줄을 몰라했었다고 회고하였다.

입력시간 : 2004-11-1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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