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이야기] 골프클럽과 오차


야구는 움직이는 볼을 배트로 때려서 날려 보내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스포츠이다. 단순히 움직이는 볼을 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투수는 자신이 던지는 볼을 타자가 치지 못하도록 자나 깨나 온갖 구질의 볼을 개발하는 데 혈안이 되어야 한다. 여러 가지의 구질을 가진 볼을 개발하는 것만도 아니다. 훌륭한 투수가 되려면 타자의 심중을 읽어내는 심리전에도 능하여야 한다. 그런 투수가 던지는 볼을 쳐내야 하는 것이 야구다. 이에 반하여 골프는 멈추어 있는 볼을 쳐내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운동이다. 그래서 언뜻 보면 골프보다는 야구가 훨씬 어려운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야구에서는 타자가 쳐낸 볼이 그라운드 안이라면, 어디에 떨어지든 수비수에게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 그 때문에 야구에서는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는 수가 비일비재하다. 즉 야구에서는 움직이는 볼을 쳐내는 어려움 대신에 오차가 허용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타자들은 흔히 방망이 하나만 가지고도 야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골프에서는 오차가 허용되지 않는다. 요즘에야 골프 규칙에 의하여 라운드 도중 소지할 수 있는 골프 클럽의 개수가 14개로 제한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런 규칙이 생기기 전 세대의 골퍼들이 리어카로 실어 나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많은 숫자의 골프 클럽을 넣어 가지고 다닌 까닭도 그 근원은 골프가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데에 있다고 말하여도 좋다.

오차가 허용되지 않는 속성 때문에 골프 클럽은 각 클럽마다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더욱이 클럽 자체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클럽을 사용하는 골퍼들의 신체적 특성에 맞추다 보면, 골프 클럽은 더욱 더 다양한 모습을 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웨지 클럽의 로프트가 49도에서 70도 가까이 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샤프트의 강도도 레귤러한 것이 있는가 하면 스티프한 것이 있다. 또 드라이버의 샤프트의 길이가 43인치에서부터 심지어 50인치가 넘는 드라이버도 있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겨울 동안에 새 봄이 오는 것을 대비하여 드라이버를 하나 마련하였다. 클럽 페이스의 로프트가 8.5도이고, 샤프트의 강도가 스티프로 표시되어 있는 드라이버로서, 요즘 주변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는 대형 메이커의 제품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연습을 하는 동안 그 드라이버를 사용하면서 거의 매번 클럽에 표시되어 있는 로프트와 샤프트의 강도를 가진 드라이버가 아니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그렇지만 그 드라이버는 대형 메이커의 것으로, 필자가 그것을 구입한 판매상도 반포에 소재한 B골프 백화점이었기 때문에 필자 자신의 스윙이 잘못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윙을 고쳐서라도 클럽에 맞추려고 노력해 왔었다. 그렇게 억지로 연습하였기 때문이었는지, 봄을 맞아 필드에 나가려고 살펴보니 그립의 일부 뭉개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그립을 바꾸려고 영동 시장 건너편에 있는 I 골프 센터를 찾아갔다.

필자는 그 곳에서 필자의 드라이버와 샤프트 강도를 기계로 측정하여 보고 깜짝 놀랐다. 8.5도라던 로프트는 실제로 재어보니 10도나 되었고, 스티프하다던 샤프트의 강도는 레귤러 샤프트이었던 것이다. 결국 필자의 감이 틀린 것이 아니라, 제조사가 필자를 속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런 클럽을 가지고 어떻게 필자가 원하는 구질의 볼을 날려 보낼 수 있을 것인가?

그 순간 필자는, C클럽 제조사의 한국 지사장으로 취임한 S사장이 며칠 전 어느 좌석에서, 국내 시장에 들어 와 있는 골프 클럽들이 거의 모두 소비자를 기망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가슴이 철렁했었다고 이야기하던 장면을 떠올렸었다.

소동기 변호사ㆍ골프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4-04 19:17


소동기 변호사ㆍ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