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김경문·양상문 감독, 이기는 야구·재미있는 야구로 관중 몰이

Sun & Moon, 성적도 흥행도 대박
선동열·김경문·양상문 감독, 이기는 야구·재미있는 야구로 관중 몰이

삼성라이온즈 선동열 감독

하나의 태양, 그리고 두개의 달. 그들이 지축을 뒤흔들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는 중흥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까지 141경기에서 111만4,481명이 야구장을 찾아 6년 만에 300만 관중 돌파가 유력하다. 이 추세라면 96년 이후 9년 만에 400만 관중 입장도 가능할 전망. 경기당 관중은 5,441명에서 7,876명으로 늘어 증가율이 45%에 달한다.

흥행의 중심에는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가 있다. 삼성은 홈 18경기를 치르며 지난해보다 두 배 정도 많은 팬들을 맞았고, 두산은 68%, 롯데는 65%의 관중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시즌 초반 1~3위에 늘어선 팀 성적과 비례해 관중몰이에도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세 팀이 프로야구 인기를 주도하는 데에는 감독들의 역할이 크다. 삼성 선동열 감독, 두산 김경문 감독, 롯데 양상문 감독은 이기는 야구, 재밌는 야구를 선보이며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이른바 ‘Sun(선동열) & Moon(김경문 양상문)’ 효과다.

선동열, 프로야구에 태양이 솟다
선 감독은 지난해 겨울 구단 사장으로 승격한 김응용 전 감독에 이어 라이온즈 사령탑에 올랐다. 삼성 수석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지 불과 1년 만이다.

그러나 선 감독은 초보같지 않다. 그는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뛰며 시야를 넓혔고, 2003년 코치 연수까지 받는 등 나름대로 충분한 준비를 했다. 무엇보다 프로야구 사상 최고 스타 출신이라는 무기로 임창용 양준혁 등 스타 플레이어들을 휘어잡았다.

선 감독은 취임 때부터 “삼성은 타격에만 의존하는 스타일을 버려야 한다. 투수력과 수비력 위주로 팀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했을 만큼 대대적인 개혁을 외쳐왔다.

선 감독의 의도대로 삼성의 팀 컬러는 놀랄 만큼 바뀌고 있다. 삼성은 외국인선수 2명을 모두 투수로 뽑았고, 수비 강화를 위해 1루수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양준혁을 지명타자로 돌렸다. 예전의 삼성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도루, 번트, 히트앤드런 등 다양한 작전이 구사되고 있다.

필요할 때 번트라도 대면서 1~2점차로 이기는 경기가 많아졌다. 지더라도 쉽게 지지않고 끝까지 따라 붙는 야구를 하고 있다.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선동열 야구’는 홈런 등 타격 중심의 ‘김응용 야구’와는 또다른 묘미를 대구팬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김경문 감독

선 감독은 팀 체질 개선을 통해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고 있다. 전통적으로 삼성은 이만수 장효조 김성래 양준혁 이승엽 등 거포들이 즐비했던 공격력 위주의 팀이었다. 대신 방망이가 터지지 않으면 쉽게 무너지는 약점이 있었다.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상대팀 에이스 투수와 맞붙을 때마다 힘을 쓰지 못했던 이유였다.

해태 타이거즈 출신인 선 감독은 선수 시절 삼성을 숱하게 이겨봤기 때문에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삼성을 승부에 강한 팀, 큰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팀으로 만들어 가고 있고, 대구팬들은 선 감독이 올해 삼성에 우승을 안겨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새로운 야구를 즐기고 있다.

김경문ㆍ양상문, 두 개의 달이 뜨다
선 감독이 탄탄한 삼성의 전력을 잘 섞고 비벼서 ‘안전운행’을 한다면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감독은 꼴찌 후보라는 예상을 비웃으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두 감독은 지휘봉을 처음 잡은 지난해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올해 그들의 지도력이 만개하는 느낌이다.

김 감독은 호ㆍ불호가 명확한 리더다. 큰 형님처럼 선수들을 포용하다가 한번 눈밖에 나면 가차없이 2군으로 쫓아보내기도 한다. 선굵은 김 감독의 스타일은 경기 중에도 잘 나타난다. 지난해 두산은 팬들을 위해 공격적인 야구를 한다며 번트 등 소극적인 작전을 펴지 않고 화끈한 야구를 표방했다.

김 감독의 뚝심은 지난해 두산을 3위까지 올려놓았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기아를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삼성에 무릎을 꿇었다.

롯데자이언츠 양상문 감독

해가 바뀌었다고 김 감독의 색깔이 달라질 리 없다. 김 감독은 여전히 ‘선수들은 기가 살아있는 야구를 해야 하고, 관중 본위의 경기가 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처럼 혈기만 앞세우지 않고, 때때로 번트를 지시하는 등 한층 다양한 전술을 보이고 있다.

두산은 올해도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다. 지난해 성적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두산은 투수력과 타력에서 삼성같은 파워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팬들이 좋아하는, 기가 살아 있는 야구를 하고 있다.

롯데의 도약은 극적이기까지 하다. 지난 4년 연속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던 롯데는 삼성, 두산과 함께 선두권을 형성할 만큼 분전하고 있다. 야구에 죽고, 야구에 산다는 부산시민들이 흥분할 만도 하다. 부산 사직구장에는 지난 13일부터 열린 두산전에 3경기 연속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95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세워진 기록이다.

부산팬들은 롯데 야구에 한이 맺혀 있었다. 만년 꼴찌인 팀성적도 참기 어려운 데다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를 하는 것 같은데 헛돈만 쓰고, 좋은 선수는 다른 팀에 다 넘겨주고…. 부산이 롯데를 외면했던 이유다.

그러나 지난해 양 감독이 부임한 뒤로 롯데에서 변화의 기운이 감지됐다. 철저한 원칙주의자이자 합리주의자인 그는 감독이 얼만큼 팀을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줬다.

롯데는 지난 시즌에도 꼴찌에 머물렀지만 내용은 예년과 달랐다. 롯데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들이 주전으로 뛰기 시작했고, ‘부상 병동’이었던 선발진은 양 감독의 철저한 관리 아래 부활의 날개를 폈다. 양 감독은 명확한 논리로 작전 하나하나에 분명한 근거를 제시했고, 선수들은 두말 않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양 감독은 감독으로는 드물게 수사(修辭)의 리더십을 발휘할 줄 안다. 양 감독은 올시즌이 시작되기 전, 기자들에게 “기사에 ‘꼴찌 롯데’라는 말을 제발 빼달라. 우리 선수들이 이제야 패배의식을 벗어버렸는데 그런 기사가 자꾸 나오면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양 감독의 말은 선수들에게 더 없는 자극제였고, 팬들도 롯데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거는 계기가 됐다.

달라진 롯데는 달라진 성적을 내고 있다. 양 감독은 선수들에게 신뢰와 자신감을 심어줬고, 선수들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있다. 그러자 싸늘했던 부산팬들의 가슴이 다시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김식 기자


입력시간 : 2005-05-26 15:10


김식 기자 seek@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