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골퍼들은 경사지에 볼이 떨어지면 대체로 당황하는 것 같아요. 연습장에서는 내내 평평한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샷을 할 수 있으니까 경사지 샷은 좀처럼 연습하기 힘든 탓이겠죠.

그 중에서도 왼발쪽이 내리막인 경우 제일 힘들어 하죠. 왼발 내리막 경사는 우리나라처럼 골프장이 산에 만들어져서 그린 뒤쪽으로 둔덕이 있는 경우 샷이 그린을 넘어가면 여지없이 만나게 되는 상황인데 말이에요.

이런 경우 대부분 일단 당황하고 어떻게 볼을 띄워야 하나 난감해 하다가 몸이 지나치게 굳고 손목을 많이 쓰면서 뒤땅이나 토핑을 내게 됩니다. 또 띄워 쳐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해서 클럽페이스를 열고 샷을 하다가 생크를 내기도 하죠. 총체적 난국에 빠집니다.

하지만 왼발 내리막 어프로치 역시 원리를 알면 그렇게 무서워할 것이 아니랍니다.

일단 이 샷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사면을 따라 스윙을 하는 것입니다. 경사지에 섰으니 당연히 스윙도 경사면을 따라 되는 것 아니냐구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대부분 몸을 들어 버리거나 지나치게 숙이잖아요. 또 경사면을 따라 스윙 한다는 것은 클럽헤드가 경사진 곳을 미끄러지듯 타고 내려간다고 생각하면 쉬워요.

헤드를 들어 올리려고 하지 말고 그냥 경사면을 헤드 밑부분으로 쭉 훑어 준다는 식이지요. 몸의 작용 때문에 결국 헤드는 들어 올려집니다만 그런 생각으로 스윙을 하시는 게 보탬이 된답니다.

여기에 이 샷의 성공 포인트는 셋업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볼을 띄워 쳐야 한다고 생각할 때 어떤 자세를 취하나요. 대부분 볼은 왼발쪽에, 체중은 오른발쪽에 두죠. 그런데 이렇게 하면 샷을 망치기 십상이에요.

반대로 하세요. 볼은 오른발쪽에 가깝게 하고 체중은 왼발쪽에 더 많이 두는 거죠. 그런데 이때 왼발이 내리막인 경사에서 왼발쪽에 체중을 둔 채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몸에 힘을 주면 스탠스 잡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이때 자연스럽게 몸을 비스듬히 누이듯 기울여요. 쉽게 말하면 지면과 몸이 90도가 되도록 기울이는 거죠. 그러면 왼발에 체중을 더 두어도 불안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립은 짧게 잡아야 컨트롤이 쉽다는 것도 유념하시고요. 로프트가 가장 큰 로브웨지나 샌드웨지 같은 클럽을 선택하되 클럽페이스는 평소처럼 스퀘어로 놓도록 합니다.

클럽 자체의 로프트가 있는데다 경사지라서 평평한 지면일 때보다 로프트의 각이 더 커지니 볼은 자연스럽게 높이 뜰 수밖에 없습니다. 믿으세요.

이 때 중요한 것은 손이 항상 볼 앞에 놓여야 샷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거랍니다. 어드레스부터 임팩트 때까지 말이죠.

준비만 잘 하면 이 샷은 80% 이상 성공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20%는 스윙 도중에 체중을 끝까지 왼발 쪽에 더 두고 클럽 헤드가 경사면을 따라 움직이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잔디를 긁어내듯 스윙을 해야 합니다. 보통 러프 지역에서 하게 되는 이 샷은 풀이 길기 때문에 클럽으로 볼만 걷어낸다고 생각하면 성공하기 힘들어요. 볼에 신경을 쓰기보다 볼 뒤쪽의 잔디부터 긁어내듯 스윙을 한다고 상상해 봐요.

그렇다고 볼 뒤쪽부터 땅을 파시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지면을 훑듯 하라는 거죠. 참, 이때 볼이 많이 구른다는 점을 생각해야 됩니다.

에지에서 핀까지의 거리가 가까울 때 특히 조심해야 하죠. 경사 때문에 러프 지역을 살짝 넘겨도 에지에 맞은 볼은 많이 구르죠.

강력하게 백스핀을 걸 수 없는 여성이나 아마추어들은 이럴 때는 아예 핀을 오버하겠다고 작정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볼이 핀을 지나면 대체로 오르막 퍼트가 남잖아요. 늘 마음 편하게 생각하고 샷을 하는 게 좋답니다.


정리=김진영 서울경제 골프전문 기자 eagle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