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오브 락>의 잭 블랙을 기억하는가. 약간 멍청해보이는 듯하면서도 예상 외의 날렵함과 예민함을 자랑하는 잭 블랙의 몸개그는 관객을 쉴 새 없이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그 특유의 코믹연기는 이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DVD가 판치는 시대, 다소 시대착오적인 VHS 비디오 가게 ‘비 카인드 리와인드(Be Kind Rewind)’의 사장은 여행을 떠나면서 점원에게 당부를 한다. 그가 남긴 주의사항은 한 가지. 점원의 친구인 제리(잭 블랙 분)를 가게에 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잭 블랙의 영화겠는가. 가게의 인기 비디오들을 지워버리는 대형사고를 저지른 그는 친구와 함께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단골 고객들이 원하는 영화들을 맞춤식으로 ‘직접’ 찍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가 찍는 영화목록들이 참 황당하다. <고스터 버스터즈>를 비롯해 <백 투 더 퓨처>, <로보캅>, <러시아워 2>, <죠스>, <반지의 제왕>, <2001 우주 오디세이>, <라이온 킹> 등 하나같이 동네에서 찍기에는 부담스러운 영화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기어이 1인 20역을 해내고야마는 잭 블랙의 변신은 참으로 가관이다.

가령 <러시아워 2>를 찍을 때는 성룡 특유의 아날로그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놀이터 철봉에 매달려 마치 고층 빌딩에 매달려 있는 듯한 장면을 표현하며 관객의 폭소를 자아내는 수법이다. 코미디 전문이 아닌 미셸 공드리 감독(<이터널 선샤인>, <휴먼 네이쳐> 등)이 그려내는 휴머니즘과 잭 블랙의 유머감각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만드는지 기대하는 것도 좋다.



송준호 기자 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