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적 재즈팝' 스타일의 보컬 구사인천대 음악동아리 출신 5인조 그룹그룹시절 가수 이소라의 관능적 목소리 재즈팬들 환호성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면 이름을 얻는다. 이름은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한다고 많은 이들이 믿기에 작명소는 디지털 시대에도 성업 중이다. 그렇담 대중을 상대하는 대중가수에게 이름의 중요성은 거론 자체가 새삼스런 일이다. 본명이 아닌 예명으로 활동하는 가수가 대부분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팀 이름을 '낯선 사람들'로 정한 보컬 팀이 있었다. 자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음악은 고사하고 팀명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대중이 대부분 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컬그룹 '낯선 사람들'은 태생부터 대중적 인지도와는 거리가 멀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찌하면 좋은가. 이들의 1집에 담긴 음악이 너무 좋으니 말이다. 이들의 음악을 거론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외국 밴드가 있다. '맨하튼 트랜스퍼'다. 재즈를 뿌리로 두고 있지만 팝 적이 요소가 강한 편안한 보컬을 구사했던 그들의 음악을 기억한다면 '낯선 사람들' 음악에 대한 설명은 의외로 쉬워질 수 있다. '낯선 사람들'은 '서구적 재즈 팝' 스타일의 보컬을 구사했다. 하지만 1993년 국내 대중가요계에선 생소한 음악이었다.

보컬그룹 '낯선 사람들'은 고찬용, 이소라, 백명석, 허은영, 신진으로 구성된 인천대 음악동아리 출신인의 5인조 보컬그룹이다. 팀의 리더는 '천재' 혹은 '괴물'라는 별칭이 따라다닌 고찬용이다. 그는 신인 창작뮤지션의 산실로 통하는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출신이다. 1집에 수록된 10곡은 모두 고찬용의 창작곡이다. 수록곡들은 어느 것 하나 빠뜨릴 것이 없다. 그는 90년대 최고의 음악그룹이었던 하나음악의 선배들인 조동익을 필두로 조원영, 김현철과 최고의 세션맨들의 도움을 받아 이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보컬그룹 '낯선 사람들' 1집은 이전에는 국내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보컬의 매력을 가득 담아낸 명반이다. 리더 고찬용은 '결벽증에 걸린 천재의 음악을 구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1집의 음악은 감상이 불편한 실험적이고 난해한 우울하고 요상한 음악일까? 아니다. 해부하듯 그의 음악을 듣는다면 분명 국내 대중가요에선 느낄 수 없는 특이함을 발견하겠지만 수록곡 들은 대부분 기분을 업 시키는 경쾌하고 편안한 음악들이다.

멤버를 찬찬히 들어야 보면 낯익은 이름이 하나 있을 것이다. 이소라다. 이처럼 그녀가 솔로 데뷔이전에 보컬그룹의 멤버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녀는 타이틀 곡 '낯선 사람들'과 '왜 늘..?', '무대 위에' 3곡의 가사까지 썼다. 팀명은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기도 하다. 인기를 얻은 후 정착된 가수의 스타일에 대한 대중의 기억은 확고하다. 그래서 알려지지 않은 데뷔시절의 노래는 언제나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짐작하겠지만 이 앨범에서 이소라의 보컬은 절대적이다. 이소라는 이미 데뷔 때부터 사상 최고의 섹시보컬로 평가받는 김정미와 김추자에 필적할 만큼 관능적 보컬을 선보였다. 이 음반이 발표되었을 때 국내 재즈 팬들은 탁월한 여성재즈보컬의 등장에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탁월한 가창력으로 튀었던 이소라는 1994년 팀에서 독립해 김현철과 함께 영화주제가인 '그대안의 블루'로 대중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으며 데뷔 신고식을 다시 치러냈다.

2007년 발표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리스트를 보자. 이소라는 2004년 발표한 '눈썹달'로 94위에 랭크되었고 '낯선 사람들'의 1집은 놀랍게도 37위에 랭크되어 있다. 이는 비록 이소라가 솔로가수 독립 후 대중적 인지도를 획득했지만 많은 음악전문가들은 인기를 획득한 앨범들보다 데뷔음반인 '낯선 사람들'에 더욱 음악적 무게를 부여하고 있다는 결론인 셈이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대다수 대중은 공중파 방송에 나오지 않는 가수나 음악에 대해 지독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80년대 중반 이후 '신촌블루스'에 의해 반짝 조명을 받긴 했지만 '재즈' 장르는 지금도 주류에서 빗겨있는 마이너 장르가 아니던가.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이 앨범은 최고의 음악적 즐거움을 안겨줄 걸작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소라의 탈퇴로 이 팀이 1996년에 2집을 내버리곤 진짜 '낯선 사람들'이 되어 버린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