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히도 삶은 계속된다' 앨범의 백미파격적 노랫말로 대중가요의 표현 영역 한 단계 끌어올려[우리시대의 명반·명곡]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1집 <고전적 신파> (2009년 붕가붕가레코드 下)

가수 정태춘의 사전심의철폐 저항운동 이후 금지문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금지곡은 사라졌을까? 아니다. 지금도 각 방송국마다 방송금지곡은 존재하며 '19금'이란 주홍글씨를 통한 최소한의 통제 또한 여전하다.

'19금' 판정은 공식적으로 성인만이 청취할 수 있기에 방송이 불가함은 물론이고 청취대상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2005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원래 통기타에 멜로디언, 타악기의 단순한 구성에서 밴드 와이낫의 베이시스트인 까르푸황과 정민아밴드, 하이미스터메모리에서도 활동 중인 드럼 유미가 참여해 밴드 형태를 갖췄다.

2008년 마지막 날, 1000장을 한정 발매한 불나방스타쏘세지크럽의 데뷔 EP <악어떼>가 2개월 만에 조기 매진되는 성과를 올렸다. 그리고 6개월 후 정규 1집 <고질적 산파>가 나왔다.

가짜 콧수염에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멤버들의 마초적 이미지처럼 이 앨범은 농담과 유머라는 유쾌함과 어둡고 칙칙한 삶의 이질적 정서를 실험적 가사와 몽환적인 사이키델릭, 라틴, 레게, 포크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통해 하나로 묶어낸 독특한 앨범이다.

총 13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코믹하고 키치적 분위기로 가득하지만 웃음을 머금게 하는 유머와 교훈적 메시지가 가득한 풍자의 미학을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공상과학 만화영화의 추억을 되살리는 '싸이보그 여중생 Z', 귀찮다는 이유로 귀를 잘랐다는 '이발사 대니얼', 표현금기적인 요소가 가득한 '몸소 따발총을 잡으시고', 그리고 폭력적 표현이 가득한 '불행히도 삶은 계속된다 등 총 4곡이 '19금' 판정을 받은, 아이들이 들으면 안 되는 음반이다.

펑크 스타일의 원곡과 스펙터클한 '열정 ver.' 두가지 버전이 실려 있는 타이틀 곡 '석봉아'는 한석봉, 심청전, 콩쥐팥쥐, 춘향전, 흥부전, 별주부전에다 들장미소녀 캔디 같은 전래동화와 만화영화의 캐릭터들이 짬뽕된 코믹가사에 얹힌 리듬감을 통해 강력한 중독성을 뿜어낸다.

앨범 전반을 지배하는 슬픈 정서의 원천인 후르츠 김의 멜로디언 연주가 감칠 맛을 더하는 탁월한 첫 트랙 '원더기예단'과 처절한 이별노래 '수지 수지'도 매력적인 트랙이다. '독도는 우리 땅'으로 유명한 정광태의 노래를 차용한 '악어떼'는 권력자에 굴복하며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조롱이 담겨있다. '미소녀대리운전'은 일에 치이고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가장의 쓸쓸함과 남성들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혐오감까지 담아냈다.

이 앨범의 백미는 대중가요의 표현영역을 한 단계 끌어올린 '불행히도 삶은 계속된다'다. 놀랍도록 가슴 시린 이 트랙은 '19금' 주홍글씨를 단 저주받은 명곡이다. 아무리 음악적 수준이 탁월하다해도 아직 우리 사회는 파격적인 가사내용을 담고 있는 이 노래를 수용하기에는 시기상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에 지쳐 나락에 떨어진 한 인간의 모습을 서사적으로 표현한 이 대곡은 가사 하나 하나에 귀를 뗄 수 없는 놀라운 스토리텔링의 마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이 노래는 어떻게 가사를 다 외웠을까가 궁금할 정도로 대중가요사상 최장의 가사로 한 편의 신파 영화를 연상시킬 정도다.

폭력과 강간, 자살 등 섬뜩하고 파격적인 노랫말은 불편한 구석이 많지만 삶의 쓸쓸함이 느껴지는 조까를로스의 감정완급이 놀라운 가창력을 통해 감동으로 거듭난다.

단순히 이들의 노래를 코믹송이나 엽기 송으로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불나방스타쏘세지 클럽은 가벼워 보이는 음악과 노랫말에 모두가 금기시했던 부분을 그들만의 메시지로 담아내는 음악적 성취를 이뤄냈다.

실제로 신파와 키치적인 복고요소를 도입하면서도 다채로운 음악성과 솔직 대담한 가사, 그리고 귀에 감겨오는 멜로디로 드라마틱한 음악을 구현해냈다. 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들의 서정적이고 서사적인 음악은 이전에는 결코 경험하지 못한 이 시대의 산물이다.

비록 '19금'의 주홍글씨로 통제했을 만큼 이들의 음악을 통해 그려진 우리 사회와 우리들의 자화상은 솔직히 불편하지만 노래에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인정해야 되지 않겠는가!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