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뻥 뚫리는 통쾌감 마니아층 형성[우리시대의 명반·명곡] 폰부스 2집 'by me for me of me' (2010년 트리퍼사운드) 上1집 사운드 한계 극복하며 성숙한 음악으로 한 단계

누구나 핸드폰을 갖고 다니는 개인 통신시대다. 디지털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 공중전화박스는 세대와 계층을 초월한 모든 사람들이 애용했던 생활 속 공간이었다. 사람들은 그 작고 밀폐된 공간에서 자신의 슬프고 기쁜 소식을 전하면서 상대방과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공중전화박스만큼 사람 냄새가 진동하는 아날로그적 정서와 감성이 살아 있는 비밀공간은 없었다는 쓸쓸한 생각이 든다. 이제는 사용하는 이가 급감해 곧 사라져버릴 것 같은 공간이다.

지난해부터 흥미롭게 지켜봐 온 밴드가 있다. <폰부스>. 우리말로 말하면 <공중전화박스>란 이름의 록큰롤 밴드다. 그러니까 사라져가는 전화박스 안에서 사람들이 누군가와 슬픔, 절망, 희망, 환희, 사랑, 우정 등을 나눴던 애틋한 추억처럼 이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삶의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려는 밴드다.

과거의 록큰롤에 대한 추억을 모토로 활약하는 대표적인 밴드로 '오 브라더스'가 있다. 록큰롤로 자신들의 음악정체성을 대표하는 폰부스는 과거가 아닌 경쾌하고 스피디한 자신들의 창작곡을 노래하는 밴드다. 그러니까 정서적인 부분만 록의 뿌리인 록큰롤을 지향하는 셈이다.

혈기탱천한 20대 젊은이들로 구성된 밴드 폰부스의 멤버 구성은 흥미롭다. 리드보컬 레이저(본명 홍광선), 리드기타 김태우, 리듬기타 이상민, 베이스 박한은 경기도 하남에 소재한 한국 애니메이션고 동창생들이다. 2005년 졸업 후 록 스타를 꿈꾼 이들은 서서울 생활과학고 출신인 드럼 최민석을 가세시켜 5인조 밴드를 결성해 이듬해 데뷔싱글을 발표했다.

보컬 레이저는 광기를 가슴에 품고 열정과 서정을 넘나드는 가창력을 구사하는 기대주다. 창작을 겸하고 있는 그와 더불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해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1년간 수학한 리드기타 김태우 또한 작곡능력을 겸비한 밴드의 음악적 쌍두마차다. 2집 녹음 후 입대한 리듬기타 이상민의 빈자리는 하드록 밴드출신 정웅희가 메웠다.

활동초기 창작곡이 아닌 '오아시스' 같은 영국의 유명밴드 카피음악으로 시작한 이들은 점차 자신들만의 음악뼈대를 만들어 온 밴드다. 비틀즈 등 영국 밴드를 좋아하는 이들의 음악은 팝 적인 요소에 현대적 감각의 일렉트로니카 그리고 디스코 리듬이 적절히 혼합된 대중 친화적 스타일을 구사한다.

지난 해 발표했던 1집 은 네이버 최대 음악 동호회인 '음악취향 Y'가 선정한 '2009년 최고의 신인밴드', 최대 온라인 포털 '향 뮤직'이 선정한 '올해의 모던 록 앨범 Best 10'으로 뽑히는 성과를 올렸다.

1집에서 'Got a chance'와 같은 역동적인 록 음악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사운드의 질감에서는 분명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음반에 비해 라이브가 더 감칠 맛이 나는 밴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라이브의 감동을 음반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치명적 결함은 비단 폰부스에 국한한 문제라기보다는 상당수 국내 록밴드의 공통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이들은 우일신이라는 단어가 왜 존재하는지를 나날이 진보하는 음악 실력으로 증명하는 밴드다. 이번에 발표한 폰부스 2집 는 1집에서 드러낸 사운드 한계를 극복했을 뿐 아니라 기존의 젊은 세대 특유의 열정에다 삶에 대한 고민과 성찰까지 더해지는 성숙된 음악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저 유명한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을 떠오르는 2집 타이틀은 무언가를 찾아 해매는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음악적 방황을 의미한다. 이들 음악 속에는 학교와 가정 그리고 사회가 정해놓은 틀을 벗어나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재미나게 인생을 살고 싶은 그들만의 감성과 젊은 날의 욕망이 꿈틀거린다.

이들이 토해내는 자유와 일탈의 감성은 젊은 날 누구나 한번쯤 가슴을 뜨겁게 했던 정서일 것이다. 이처럼 폰부스는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리듬을 기조로 젊은 날의 고민과 즐거움, 광기 어린 열정과 반항이 공존하는 독특한 음악으로 가슴이 뻥 뚫리는 통쾌감을 안겨주며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