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경, 이우정 등 한국방송작가상 수상
"어쩌겠느냐, 네가 채찍을 들었으니 나는 당근을 들 수밖에···. 제 어미를 읽은 뒤로 평생 내켜지기만 했던 인생 아니더냐. 누구하나 보듬어주는 이가 없는 고단한 인생이 아니더냐."
"그러게... 사람 인연이라는 게 굽이굽이 모퉁이를 도는 것 같아. 모퉁이를 돌기 전까진 그 뒤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없다가도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이렇게 또 뜻하지 않게 또 만나지네. 그래서 더 재밌는 거겠지? 사람 인연이라는 게..."
지난 여름. 3개월 동안 전 국민의 눈가를 촉촉하게 적셨던 드라마가 있었다. 9월 마지막 방송 시청률이 50%를 넘기며 전 국민의 지지를 받은 드라마, 다.
드라마 속에는 김탁구의 스승인 팔봉 선생의 주옥 같은 말들이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제빵왕 김탁구>는 대한민국 작가들도 인정한 최고의 드라마가 됐다.
올해 드라마 부문에선 경쟁이 치열했다. KBS <신데렐라 언니>의 김규완 작가, <추노>의 천성일 작가, MBC <선덕여왕>의 김영현·박상연 작가 등 네 작품의 5명의 작가가 후보에 올라 각축을 벌였다.
네 작품 모두 작품성과 흥행(시청률)을 손아귀에 잡았다는 점에서 2010년 가장 두드러진 드라마로 손꼽힌다. 특히 <제빵왕 김탁구>는 김탁구라는 한 인간의 성장과정을 통해 세상 진리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드라마로 평가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드라마가 올 초 KBS에서 방송 편성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대박 낼 드라마"라고 평가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강은경 작가 또한 이번 시상식에서 "드라마 작업을 하면서 가장 고생을 했던 작품"이라며 "<제빵왕 김탁구>라는 제목을 달고 방송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금이야 <제빵왕 김탁구>를 두고, 시청률 50%를 넘기며 시청자를 감동시킨 드라마로 꼽지만, 시작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KBS에서조차 일명 '흘려버리는 드라마'로 편성을 냈다.
한국방송작가상의 윤청광 심사위원도 "드라마의 경우 원고를 면밀히 검토한 이후에도 두 번의 토론과 의견을 교환해 수상자를 결정했다"며 "<제빵왕 김탁구>는 가난과 어둠 속에서 원칙을 지키며 꿈을 이뤄내는 한 인간의 모습, 그런 인간의 가치를 그리는 데 강 작가의 능력이 인정됐다"고 밝혔다.
예능 부문에선 KBS <해피선데이>의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의 이우정 작가에게 작가상이 수여됐다. '대본이 없다'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작가상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윤청광 심사위원장은 "장르의 특성상 대본보다는 작가의 역할, 정체성 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했다"며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서 얼마나 구상하고 설계하였느냐에 따랐고, 아울러 작가의 헌신적 열정을 보았다"고 말했다.
즉 리얼 버라이어티가 만연하는 예능 부문에서의 평가가 작가의 집필 능력보다는 작품의 기여도에 얼마나 충실했는가가 평가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예능부문 경쟁후보에는 MBC <놀러와>의 김명정 작가, MBC <세바퀴>의 김성원 작가, SBS <강심장>의 김윤영 작가, SBS <스타킹>의 노순금 작가가 이름을 올렸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은 "올 1월 할리우드 영화계를 둘러보면서 한 작품에 8~16명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제대로 된 콘텐츠를 생산해내지 못하는 국내의 현실이 안타깝다.
방송작가의 경쟁력 가뭄 현상이 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작가들의 저작권 및 방송 콘텐츠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