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경, 이우정 등 한국방송작가상 수상

드라마 부문 강은경 작가
"이젠 이 빵과 화해를 하는 게 어떠냐? 그래도 한 때는 빵 때문에 행복했던 적도 있지 않느냐? 그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도록 해봐. 그리고 네 마음 속에 있는 원망과 아픈 추억과도 화해를 하거라."

"어쩌겠느냐, 네가 채찍을 들었으니 나는 당근을 들 수밖에···. 제 어미를 읽은 뒤로 평생 내켜지기만 했던 인생 아니더냐. 누구하나 보듬어주는 이가 없는 고단한 인생이 아니더냐."

"그러게... 사람 인연이라는 게 굽이굽이 모퉁이를 도는 것 같아. 모퉁이를 돌기 전까진 그 뒤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없다가도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이렇게 또 뜻하지 않게 또 만나지네. 그래서 더 재밌는 거겠지? 사람 인연이라는 게..."

지난 여름. 3개월 동안 전 국민의 눈가를 촉촉하게 적셨던 드라마가 있었다. 9월 마지막 방송 시청률이 50%를 넘기며 전 국민의 지지를 받은 드라마, 다.

드라마 속에는 김탁구의 스승인 팔봉 선생의 주옥 같은 말들이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제빵왕 김탁구>는 대한민국 작가들도 인정한 최고의 드라마가 됐다.

예능 부문 이우정 작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동 63빌딩에선 사단법인 한국방송작가협회(이사장 김옥영)가 주관하는 제23회 한국방송작가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드라마 부문 작가상에는 <제빵왕 김탁구>의 강은경 작가에게 돌아갔다.

올해 드라마 부문에선 경쟁이 치열했다. KBS <신데렐라 언니>의 김규완 작가, <추노>의 천성일 작가, MBC <선덕여왕>의 김영현·박상연 작가 등 네 작품의 5명의 작가가 후보에 올라 각축을 벌였다.

네 작품 모두 작품성과 흥행(시청률)을 손아귀에 잡았다는 점에서 2010년 가장 두드러진 드라마로 손꼽힌다. 특히 <제빵왕 김탁구>는 김탁구라는 한 인간의 성장과정을 통해 세상 진리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드라마로 평가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드라마가 올 초 KBS에서 방송 편성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대박 낼 드라마"라고 평가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강은경 작가 또한 이번 시상식에서 "드라마 작업을 하면서 가장 고생을 했던 작품"이라며 "<제빵왕 김탁구>라는 제목을 달고 방송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금이야 <제빵왕 김탁구>를 두고, 시청률 50%를 넘기며 시청자를 감동시킨 드라마로 꼽지만, 시작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KBS에서조차 일명 '흘려버리는 드라마'로 편성을 냈다.

교양 부문 최미혜 작가
신인 배우들이 주연급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가장 취약점으로 부각돼 시청률 면에서 큰 기대를 걸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탄탄한 대본과 함께 조연급 중견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 신인 배우의 열정이 더해지면서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부상한 것이다. 결국 한국방송작가상도 탄탄한 대본을 집필한 강은경 작가에게 상패를 건네줬다.

한국방송작가상의 윤청광 심사위원도 "드라마의 경우 원고를 면밀히 검토한 이후에도 두 번의 토론과 의견을 교환해 수상자를 결정했다"며 "<제빵왕 김탁구>는 가난과 어둠 속에서 원칙을 지키며 꿈을 이뤄내는 한 인간의 모습, 그런 인간의 가치를 그리는 데 강 작가의 능력이 인정됐다"고 밝혔다.

예능 부문에선 KBS <해피선데이>의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의 이우정 작가에게 작가상이 수여됐다. '대본이 없다'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작가상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윤청광 심사위원장은 "장르의 특성상 대본보다는 작가의 역할, 정체성 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했다"며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서 얼마나 구상하고 설계하였느냐에 따랐고, 아울러 작가의 헌신적 열정을 보았다"고 말했다.

즉 리얼 버라이어티가 만연하는 예능 부문에서의 평가가 작가의 집필 능력보다는 작품의 기여도에 얼마나 충실했는가가 평가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예능부문 경쟁후보에는 MBC <놀러와>의 김명정 작가, MBC <세바퀴>의 김성원 작가, SBS <강심장>의 김윤영 작가, SBS <스타킹>의 노순금 작가가 이름을 올렸다.

교양 부문에서 KBS <다큐멘터리 3일>의 '엄마 냄새-목포 다순구미 마을의 3일'편의 최미혜 작가가 수상자로 뽑혔다. 라디오 부문은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의 이병관 작가가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은 "올 1월 할리우드 영화계를 둘러보면서 한 작품에 8~16명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제대로 된 콘텐츠를 생산해내지 못하는 국내의 현실이 안타깝다.

방송작가의 경쟁력 가뭄 현상이 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작가들의 저작권 및 방송 콘텐츠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KBS <제빵왕 김탁구>
KBS <해피선데이-1박2일, 남자의 자격>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