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과 박진형 손잡고 아이돌 가수들 주인공인 드라마

작년 12월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선 난데없이 거대한 한류바람이 휘몰아쳤다. 한류스타 배용준을 비롯해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이 일을 낸 것. 2년 여 동안 준비기간을 거친 KBS 드라마 <드림하이>가 드디어 그 베일을 벗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각각 (주)키이스트와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으로서 이번 드라마를 기획해왔다.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한 이들은 연예인 사관학교라는 다소 독특한 소재를 들고 팬들을 찾았다. 그야말로 두 마리의 용이 만나 거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셈이다.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인 키이스트와 JYP엔터테인먼트의 만남은 다분히 연예계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경제면에서도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떨까?

국내 엔터테인먼트의 진화?

2년여 전. 톱스타 배용준과 박진영의 결합은 모든 스포츠신문과 인터넷을 장식했을 정도로 큰 화제였다. 두 사람은 배우와 가수로서 국내 연예계에서 성공신화로 손꼽혔으며, 더불어 굴지 연예기획사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KBS 2TV 월화드라마 <드림하이> 제작보고회에서 제작자 및 배우로 출연한 배우 배용준(왼쪽)과 가수 박진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윤관석 기자
말로만 오고 갔던 이야기들은 결국 '홀림(키이스트&JYP엔터테인먼트)'이라는 회사를 만들어냈고 그 계획들은 실현되기 시작했다.

2011년 1월 3일 첫 방송되는 KBS <드림하이>는 스타를 꿈꾸는 10대 고등학생들의 꿈과 노력, 희망, 사랑 등이 담긴 이야기다.

배용준이 자신의 말처럼 "작품 전체의 컨셉트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박진영이 "음악과 춤 디렉터"를 맡았다. 그야말로 각 분야에서 10년 이상씩 잔뼈가 굵은 두 사람이 서로의 전문분야에서 조력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눈 여겨 볼 만한 부분은 한류의 원조격인 배용준과 최근 K-POP 열풍의 핵심인 박진영이 나섰다는 데 있다. 이 드라마는 배용준에 의해 아시아를 겨냥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았으며, K-POP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담겨졌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드림하이> 제작발표회에는 300여 명의 일본, 중국 등 아시아 팬들과 700여 명의 국내 팬 그리고 500여 명의 언론매체가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드림하이> 제작보고회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배용준을 위한 현수막을 들고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두 사람의 결합이 갖는 의미는 이처럼 예사롭지 않다. 더불어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인기 아이돌 그룹 2PM의 멤버인 옥택연과 장우영이, 미쓰에이(miss A)의 멤버 배수지가 주연급 배우로서 이름을 올렸다.

최근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분류되고 있는 아이돌의 합세는 두말할 나위 없는 '성공 카드'다. 지난 1년간 '아이돌을 내세우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방송계의 법칙에 따라 <드림하이>는 시청률 보증서를 받고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조건만을 놓고 본다면, 배용준이라는 비옥한 토양 위에 박진영이 만든 음악과 아이돌이라는 씨앗은 분명 거대한 열매를 맺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배용준도 우려보다는 기대와 성과가 큰 방향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아는데 실제 노래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을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이 드라마는 진정성(리얼리티)이 필수인 드라마이기 때문이다"며 "최근 콘텐츠가 경계 없이 크로스오버되고 있는 상황에서 <드림하이>는 더 나아가 뮤지컬이나 영화로도 재창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배용준은 <드림하이>가 단순히 드라마 한 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장르의 예술로 재탄생해 '원 소스 멀티 유즈'를 실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드라마 PD는 "배용준과 박진영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획기적인 발상이면서 동시에 위협적이다"며 "드라마의 성패에 상관없이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또 다른 비전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 자체가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증되지 않은 도전?

<드림하이>에는 연기가 처음인 배우들이 등장한다. 사실 배우라고 할 수도 없다. 이들은 아이돌 그룹의 가수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배수지와 장우영, 가수 아이유, 주(JOO) 등은 드라마에 첫 도전이면서 동시에 연기도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붙은 수식어는 '주인공'이다. 10년 이상 아니 30년 이상 연기를 해도 주연급으로 발탁되지 못하는 실력파 배우들이 셀 수 없이 많은 가운데 이들은 단지 JYP 소속이자 아이돌 가수라는 이유만으로 주인공이 됐다.

배용준이 언급했던 우려라는 게 바로 이것이다. 가요계에서도 신인급인 이들에게 배우로서 연기를 바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볼거리에 치중한 상업성 드라마"라는 볼멘소리를 내뱉고 있다. 시청률을 의식한 아이돌의 전면 배치가 한류시장을 의식한 장삿속이라는 것이다.

시도만 있고 내실은 없는 빈껍데기가 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드림하이> 제작진은 애써 '리얼 음악버라이어티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음악 하는 아이들의 성공 스토리인 드라마가 결국 '진짜' 가수들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될 수 있다는 것. 배용준의 말처럼 오히려 진정성 면에서 유리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괜한 것이 아니다. 먼저 <드림하이>는 제작발표회에서 일반적으로 공개하는 예고편을 하이라이트로 구성해 3분짜리 영상으로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이건 달리 해석하면 찍어놓은 화면이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배수지가 "거의 매일 감독님과 대본 리딩 연습을 한다"는 말은 어쩌면 팀워크가 좋다는 의미보다 '아직도 연기 연습 중'이라는 의미로 더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제대로 촬영한 분량이 없다면 여전히 방송가의 고질병인 '생방송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을 텐데, 과연 새로운 시도로 박수 받을 만한 드라마가 내실까지 챙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다. 결국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잡기란 어려운 숙제인 것일까.

그래도 KBS는 낙관적인 입장이다. 2009년과 2010년 1월에 내놓았던 드라마인 <꽃보다 남자>와 <공부의 신>이 학원물인 동시에 신인 배우들의 연기 각축장이었다는 점에서 희망을 갖고 있다.

두 드라마는 작품성을 차치하더라도 평균시청률 20%를 넘기며 흥행했기 때문이다. <드림하이>가 한국의 대형 스타 두 사람이 만들어낸 첫 기획인 만큼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거머쥐기를 기대하고 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