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실전 감각과 백업들의 경험 부족 등 문제점 노출

축구대표팀의 조광래(57) 감독은 ‘중동의 모래바람’을 뚫고 승리를 챙겼지만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3승1무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여전히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13일 레바논에 입성한 조 감독은 “올해는 시련의 시기다. 대표팀의 주축이었던 박지성과 이영표가 태극마크를 반납했고, 주전급 선수의 부상으로 원하는 플레이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며 고민거리를 털어놓았다. 대표팀이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조광래호’는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 3차 예선 4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결과적으론 완승이었지만 내용을 들어다 보면 득점이 터지지 않았던 87분간은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이근호(감바 오사카)의 결승골 이후 추가 득점을 기록했던 박주영(아스널)조차 자신의 플레이에 화가 났다. 한국(FIFA랭킹 31위)은 전반전에 약체 UAE를 상대로 공격의 실마리를 전혀 풀지 못했다.

UAE전을 통해 유럽파들의 떨어진 실전 감각이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공격의 중심축인 박주영과 지동원(선덜랜드),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은 전반전 내내 헛돌았다. 이들의 호흡이 살아나지 않자 한국은 1차원적인 공격 밖에 할 수 없었다. 오히려 UAE에 역습을 허용하며 아찔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급기야 조 감독은 지동원을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아시안컵을 통해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꼽힌 ‘지(동원)구(자철) 특공대’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건 떨어진 실전 감각 탓이다.

박주영, 지동원, 구자철은 유럽에서 힘겨운 주전경쟁을 벌이고 있는 터라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파들이 소속팀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기대하기 힘들다.

‘조광래호’의 또 다른 문제점은 백업들의 경험 부족이다. 당장 15일 레바논과 3차 예선 5차전에서 경고누적으로 박주영을 쓸 수 없게 돼 조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조 감독은 “박주영 자리에 이근호를 생각하고 있다. 지동원은 후반 교체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호-손흥민(함부르크)-서정진(전북)의 공격진 구성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근호(38경기)를 제외한 손흥민과 서정진의 A매치 기록은 각 7경기, 2경기에 불과하다. 구자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이승기(광주)는 UAE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새내기다.

‘조광래호’가 남은 3차 예선 2경기에서 2가지 난제를 해결하며 불안 요소를 없앨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