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킹스를 우승으로 이끈 대릴 수터 감독.
LA 킹스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챔피언에 등극했다. 1967년 창단 후 45년 만에 이뤄낸 감격이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누구도 LA 킹스가 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뉴욕과 함께 미국 프로스포츠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LA를 연고로 한 킹스는 그간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NHL에서 '뭘 해도 통하지 않는' 대표적인 팀이었다. 웨인 그레츠키는 아이스하키 역사상 불멸의 슈퍼스타로 꼽힌다. 그가 은퇴한 뒤 등 번호 99번은 NHL 모든 팀에서 영구 결번됐다. 그레츠키는 LA 킹스에서 8년간 활약했다. 그러나 팀을 정상으로 이끌지 못했다.

야심 차게 트레이드 해온 스타들은 LA에만 도착하면 비실거렸다. 반면 LA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을 펄펄 날았다. 대표적인 예가 2000년 영입한 제이슨 엘리슨과 애덤 데드마쉬. 보스턴 브루인스의 에이스였던 엘리슨은 부상으로 2001~02 시즌 28경기 출전에 그쳤고 다음 시즌에는 한 경기도 나가지 못했다. 데드마쉬는 뇌진탕으로 2002~03 시즌 정규리그 20경기에 출전한 후 은퇴했다.

LA는 특히 플레이오프에 약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그문트 팔피와 브라이언 스몰린스키를 영입, 역대 최강으로 평가된 1999~2000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디트로이트 레드윙스에 4연패의 수모를 당했다. 2001~02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는 콜로라도 애벌랜치에 시리즈 전적 3승4패로 탈락했고, 이후 7년간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09~10 시즌 오랜만에 플레이오프에 복귀했지만 큰 경기에 약한 징크스는 이어졌다. 2009~10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샌호제이 샤크스에 2승4패로 무너졌고, 2010~11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도 밴쿠너 커넉스에 2승4패로 패했다.

2011~12 시즌에도 LA 킹스는 지난 두 시즌과 비슷한 성적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시즌 초반에는 플레이오프 진출도 쉽지 않을 것 같은 부진이 이어졌다. 그러나 정규 리그 서부 콘퍼런스에서 8번 시드를 받아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한 LA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돌풍을 일으키며 정상 등극의 파란을 일으켰다.

LA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이하 7전4선승제)에서 서부 콘퍼런스 1번 시드를 받은 밴쿠버 커넉스를 시리즈 전적 4-1로 꺾었고, 콘퍼런스 4강전에서는 2번 시드 세인트루이스 블루스를 4연승으로 셧아웃시켰다. 콘퍼런스 결승에서는 3번 시드 피닉스 코요테스를 4승1패로 제압했고 대망의 스탠리컵 결승에서는 동부 콘퍼런스에서 올라온 전통 강호 뉴저지 데블스를 4승2패로 누르고 팀 창단 후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LA 킹스를 우승으로 이끈 주인공은 지도자 데뷔 20년간 스탠리 컵을 품지 못했던 대릴 수터(54) 감독이다. 2006년 캘거리 플레임스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5년간 야인으로 있던 수터는 지난해 12월 LA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서부 콘퍼런스 11위에 처져 있던 LA는 수터 감독이 부임한 뒤 49경기에서 승점 63점을 올리며 플레이오프 막차에 올라탔다. 수터 감독은 선수들에게 투혼을 불어 넣었다. 일명 '독수리의 눈'으로 불리는 강렬한 눈빛과 '할 수 있다'는 신념에 찬 화법은 LA 선수들을 패배주의에서 벗어나게 했다.

수문장 조너던 퀵(26)은 신들린 선방으로 플레이오프 MVP에 주어지는 콘 스미스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플레이오프 20경기에서 29골 만을 허용한 그가 기록한 경기당 1.41의 실점율과 9할4푼6리의 세이브율은 15경기 이상 플레이오프에 출전한 골리 가운데 사상 최저의 기록이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72순위로 지명될 정도로 별볼일 없던 선수였던 그는 ECHL과 AHL 등 하부리그에서 뼈를 키워 NHL 최고 수문장이 됐다. 특히 스탠리컵 결승에서 NHL 정규리그 최다승(656승) 기록 보유자인 전설적인 골리 마르탱 브로듀어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는 감격을 누렸다. 브로듀어는 6차전에서 패한 뒤 "챔피언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승리를 마음껏 누릴 자격이 있다"고 퀵의 빼어난 기량을 인정했다.

트레이드도 모처럼 적중했다. 시즌 개막에 앞서 필라델피아 플라이어스에서 영입한 마이크 리처즈는 정규 리그에서는 18골 26어시스트로 부진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4골 11어시스트로 제 몫을 해냈다. 리처즈의 절친이자 필라델피아 시절 팀 동료인 제프 카터는 지난 2월 콜럼비아 블루재킷으로부터 트레이드 됐고 플레이오프 20경기에서 8골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주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2005년부터 LA에 몸담고 있는 주장 더스틴 브라운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 최다 포인트(8골 1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징크스에 작별을 고했다.



김정민기자 goavs@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