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이 2일 경기도 포천의 일동레이크 골프장에서 열린 2012 LIG 손해보험 CLASSIC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지현이 우승 축하 맥주 세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극과 극이다. 한 쪽은 행복한 미소를, 한쪽은 울상이다. 국내 남녀 프로골프 투어의 얘기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올해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회는 넘쳐나고 갤러리도 늘어나면서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반면 한국프로골프(KPGA)는 아직도 전쟁 중이다. 협회 집행부를 차지하기 위한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면서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KLPGA, 행복한 고민

국내여자 투어는 신바람이 났다. 올해 11개 대회를 치른 KLPGA 투어는 앞으로 최대 11개가 더 남았다. 지난달 10일 SBS 투어 히든밸리 여자오픈을 시작으로 오는 21일 열리는 KDB 대우증권 클래식까지 7주 연속 대회가 펼쳐지고 있다.

강경남이 1일 전남 나주의 해피니스 골프장 휴먼·해피코스에서 열린 SBS투어 해피니스 광주은행 제55회 한국프로골프(KPGA) 선수권대회 2라운드 11번 홀에서 퍼팅을 한 뒤 공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회가 늘어나면서 KLPGA 투어 선수들은 고민에 빠졌다. 김하늘(24ㆍ비씨카드), 윤채영(25ㆍ한화) 등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대회 출전을 포기하기도 했다.

상금 규모도 남자대회를 압도하고 있다. 지난 9일 끝난 한화금융 클래식은 총 상금 12억원, 우승 상금 3억원이다. 국내대회 최대 규모로 열렸다. 이젠 총 상금 5억원, 우승 상금 1억원은 기본이 됐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은 남자투어가 주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도 홍보와 VIP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암 등을 고려할 때 남자대회를 유치하기 보다 여자대회를 선호하고 있다.

KLPGA 한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여자대회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이 기회를 잘 살려 투어를 더욱 활성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자영ㆍ양제윤ㆍ김효주의 등장

KLPGA 투어는 올해도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새로운 스타들이 등장을 하면서 투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최나연(25ㆍSK텔레콤), 신지애(24ㆍ미래에셋), 유소연(22ㆍ한화) 등이 해외로 빠져나갔지만 국내 투어는 힘을 잃지 않고 있다.

올 시즌도 대형 선수들이 나타났다. '골프 요정' 김자영(21ㆍ넵스)는 올해만 3승을 거두면서 KLPGA 투어의 간판이 됐다.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김자영은 양제윤(20ㆍLIG손해보험), 김하늘, 양수진(21ㆍ넵스) 등과 함께 투어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화려한 플레이로 '삼촌 팬'들을 몰고 다니고 있다.

대형 아마추어 선수인 김효주(17ㆍ대원외고2)의 등장도 호재로 작용했다. 올해 한일 프로대회에서 1승씩을 올린 김효주는 다음달 프로 전향을 앞두고 있다. 본격적인 투어 생활을 시작하는 내년에도 KLPGA는 화제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KPGA, 아직도 전쟁 중

KPGA는 1968년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회장 자리를 놓고 볼썽사나운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박삼구 회장이 물러난 뒤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 3월29일 대의원 총회에서 새 회장으로 추대된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반대파의 문제 제기로 선출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드러나자 지난 7월4일 사퇴했다.

이후에도 집행부의 주도권을 놓고 현 집행부와 전 집행부가 법적 싸움을 통해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김학서 KPGA 직무대행은 법원으로부터 직무정지 처분을 받아 지난 3일 예정됐던 총회도 연기가 됐다.

▲답답한 선수들

협회의 내분의 피해자는 선수들이다. 1부 투어에서 뛰기 위해 피말리는 퀄리파잉(Q)스쿨을 통과했고, 많은 돈을 들여 전지훈련까지 했는데 정작 뛸 대회가 없다.

KPGA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열렸던 4개 대회가 사라졌다. 발렌타인 챔피언십, GS칼텍스 매경오픈, SK텔레콤오픈, 하이원리조트오픈, 한국오픈 등은 유럽 또는 원아시아투어로 한국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쿼터는 70장 내외다.

지금까지 열린 7개 대회 중 순수 국내대회는 메리츠솔모로오픈, 볼빅 힐데스하임오픈, SBS 해피니스 광주은행 KPGA선수권 등 3개뿐이다. 남은 6개 대회도 국내선수 출전기회가 많지 않다.

남자선수들은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여자선수들은 올해 19명이 억대 상금을 돌파했다. 남자선수는 절반도 안 되는 8명 만에 억대 상금을 쌓았다.

한 선수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모르겠다"면서 "답답한 마음뿐이다"고 걱정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