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가 엑톤 파크 2세, 첫 여성 감독이 맡아짜임새 있는 마방 운영… 오픈 마인드로 성적 쑥쑥올시즌 12승 다승 2위

이신영 감독이 필소굿(오른쪽)과 금아챔프의 고삐를 양손으로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마사회 제공
이신영(33) 감독은 단단하다. 그저 아담한 여성으로 보면 큰 코 다친다.

그에겐 늘 '처음'이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한국경마사상 첫 공식 여성 기수, 첫 대상 경주에 출전한 여성 기수, 첫 여성 출신 외국경주 출주, 그리고 지금은 '감독'이라 불리는 첫 조교사까지 다른 이들이 걷지 않은 길을 묵묵히 헤쳐 나왔다.

이제 3년째를 맡는 '초보 사령탑' 이신영이 국내 최고가 경주마를 관리한다. 올해 국내산 경주마 경매에서 2억9000만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은 엑톤 파크의 2세 자마를 맡았다. 남성 감독들의 부러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베테랑 박대흥 감독도 "이신영 감독은 남자들이 10년을 걸쳐서 했던 일을 데뷔 3년 만에 해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다.

이신영 감독은 올 시즌 73전 중12승과 2위 8회, 복승률 27.4%의 성적을 올렸다. 14승을 기록한 박대흥(54) 감독에 이어 다승 랭킹 2위다. 우승 횟수를 제외하고 승률, 복승률 부문에서 박대흥 감독 보다 좋아 순도 높은 활약으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한국경마 사상 최초의 여성 감독이지만 지도자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기수 시절에 굳어진 터프한 이미지에다 젊은 나이에 시작한 감독 생활이라 주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여자가 무슨 감독이냐'는 선입견이 강했다.

하지만 2011년 7월에 데뷔한 뒤 첫 해에 8승을 기록하며 선전하더니 지난해 29승을 기록하며 쟁쟁한 남성 감독들을 따돌렸다. 당당히 다승 랭킹 9위에 올랐다. 올해도 4일 현재 다승 랭킹 2위를 지키고 있다. 아직 최고는 아니지만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다승 1위를 기록한 박대흥 감독은 "초보 감독이 짜임새 있는 마방 운영과 매 경기에서 뛰어난 전술과 전략을 준비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른 남성 감독들이 10년이 지나야 이룰 수 있는 성적과 마방 운영 시스템을 단 3년 만에 해냈다. 좋은 지도자로서 자질을 보였고 앞으로 더욱 발전해 좋은 훌륭한 감독이 되길 바란다"며 말했다.

경마는 감독의 역량이 중요하다. 우수한 경주마를 미리 발굴해 스카우트하고, 매 경주별 작전을 구상하며, 경주마의 훈련과 기수 컨디션까지 챙겨야 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마방도 관리해야 한다.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이신영 감독은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앞세웠다. 마방 스태프와 기수들을 다그치기 보다는 기를 살려준다. 단합을 통해 소속 팀의 경주마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데 집중한다. 효과적이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 감독 리더십의 핵심은 '오픈 마인드'다. 초보임을 '쿨'하게 인정한다. 늘 마방 식구와 기수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다. 그리고 결단을 내린다. 결과는 모두 책임진다.

이 감독에겐 모든 이가 스승이다. 마방 운영을 배우기 위해 부산경남경마공원 최고 사령탑인 김영관 감독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연패의 늪에 빠지자 지난해 초에는 팀 워크숍을 열었다.

이 감독은 "주위에서 잘했다는 말씀도 해주시지만 스포츠는 1등만 기억한다. 우승 횟수에 연연하지 않고 최고의 경주마를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배워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유럽은 물론이고 북미나 남미 등 경마 선진국들에선 여성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아주 예민한 경주마를 다루는 직업의 특성과 여성 특유의 섬세한 손길이 만나 경마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신영 감독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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