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속자들' 영도 캐릭터로 인기몰이최영도로 살아온 지난 몇 달 "기분 좋은 여행을 다녀온 느낌"상속자들이 최대 수혜자… "기대 부응 위해 중심 잡겠다"

"올해가 뱀띠 해였는데 기운을 제대로 받은 것 같아요."

신드롬, 대세라 하기 이제 입 아프다. 최근 종방한 드라마 '상속자들'의 최대 수혜자는 김우빈이다. 그의 입에서 나온 유행어만 수두룩하다. '학교 2013'을 통해 가능성을 열었던 김우빈은 이제 가장 주목받는 20대 남자 배우가 됐다. 최영도로 살아온 지난 몇 달을 "기분 좋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라 표현한 그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모델 출신이라 등장부터 남다르다.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김우빈의 키는 188cm에 달한다. "혹시 속이는 것처럼 보일까"봐 포털사이트 프로필에는 187cm로 낮췄단다. 저벅저벅 걸어 들어오는 모습에 런웨이가 따로 없다. 전형적인 '꽃미남'은 아니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하나하나 뜯어보기보다는 전체적인 균형이 좋다고 할까.

자신을 '미래형 얼굴'이라고 소개한 그는 갑작스런 인기를 체감하기 힘든 모양이었다. "대세라 해주시긴 하는데 사실 크게 와 닿지 않아요. '상속자들' 대본이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고, 다시 촬영장에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죠. 팬들에게는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또 김우빈이라는 배우에게 신뢰를 주신 김은숙 작가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상속자들' 속 영도 명대사는 많았다. "왜 맨날 이런 데서 자냐? 지켜주고 싶게" "많이 먹어 전학생" "차였네, 복수해야지" "눈 그렇게 뜨지 마, 떨려"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 다소 낯간지럽지만 김우빈이 잘 녹였다. 석달여 가까이 여심을 들었다 놨던 영도 캐릭터는 김은숙 작가와 김우빈의 합작품이다. 요즘엔 사인 할 때도 '지켜주고 싶게'를 같이 쓴다.

"저도 입으로 말하기 쑥스러운 대사들도 있었어요. 평소에 쓰는 말이 아니기에 더했죠.(웃음) 그래도 상대 배우 분들과 현장 스태프들이 분위기에 녹아들 게 도움을 많이 줬어요. '상속자들'의 주인공은 (이)민호와 (박)신혜잖아요. 저는 서브 캐릭터고요.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죠. 작가님에게 '제가 드라마의 제일 수혜자인 것 같다'고 말씀 드렸더니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배우가 이런 말 하기 쉽지 않다고요."

본인 역시 "연기하기 어려웠다"고 밝혔지만 영도와 김우빈은 꽤 닮은 점이 많단다. "연기할 때도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신조를 지닌 그는 캐릭터 100문 100답에 인간 김우빈을 녹였다. "제 안에 숨겨져 있던 작은 면들을 키워 영도로 풀어냈다"는 설명이다.

"저 그렇게 나쁜 놈 아니에요.(웃음) 거친 면이 있었지만 '상속자들' 직전에 영화 '친구2'에서 터프한 캐릭터 성훈을 연기하면서 거부감이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차별점은 확실히 했죠. 그렇다고 뭔가 첨가하진 않았어요. 대본에 충실했죠. (김은숙) 작가님의 화려한 글 솜씨에 제가 먼저 녹았어요."

반항아 캐릭터가 사랑 받았지만 학창시절 김우빈은 키만 큰 내성적인 아이였다. 그저 모델의 꿈을 꾸고 김영광과 이수혁을 동경하는 평범한 학생. "실은 순수하거나 바보 같은 캐릭터(뱀파이어 아이돌)도 맡았지만, 흥행이 안돼 기억해주는 분이 몇 없다"며 쓰라린 기억도 전했다. 무서울 것 없던 영도가 사라지고 순박한 청년 김우빈이 보인다.

"사실 제가 전형적인 미남은 아니잖아요. 특이하다고 할까요. 보시는 분들도 신기해하는 것 같아요. 키라도 커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을 거에요. 소속사 사장님도 '너는 지금 세대의 얼굴이 아니야'라고 하셨죠. 22세기형 미남이라나?(웃음) 하지만 언젠가 세대교체가 있을 거라 하셨고 저도 그 말을 믿고 준비해왔죠. 이렇게 갑작스럽게 사랑 받을 줄은 몰랐네요.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부담도 생겨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대세답게 김우빈은 Mnet'엠! 카운트다운'에 이어 이보영과 함께 SBS 연기대상 MC자리도 맡는다. 자신의 첫 연기대상 입성을 MC로 선다. "정말 심장이 떨리다 못해 터질 것 같아요. 모두들 얼마나 잘하나 지켜보고 계실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영광스런 자리지만 엄청난 부담이죠. 얼른 대본이 나와야 미리미리 연습할 텐데."(웃음)

수상 욕심도 있냐고 물으니 "주시는 상 감사히 받을 준비가 됐다"고 말하며 웃는다. 만약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주실 때까지 더 열심히 할 것"이란다. 장난기가 조금 섞였지만 당당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저는 모델이 되고 싶어하던 아이였고 좋은 기회를 얻어 배우가 됐어요. 배우 문원주께 연기를 배우고 있는데 그분을 통해 맛을 알게 됐죠. 연기에 반했어요. 모델 출신이라서 좋은 점은 감정 표현에 좀 더 적극적일 수 있다는 점이겠죠. 모델 일은 여전히 놓지 못하겠어요. 런웨이에 오르는 것도 정말 재미있거든요. 연기와 모델 활동이 자극제가 되고 둘 사이의 시너지를 찾는 게 목표에요."

김우빈은 비록 2014 SS 서울컬렉션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빠지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기만큼이나 모델 욕심도 강하다.

'상속자들'의 캐치프레이즈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다. 드라마는 끝났고 김우빈 역시 왕관을 썼다. 그는 "자신을 이겨야 그 무게감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계획했던 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자만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아직 차기작은 결정된 게 없어요. 드라마 찍을 때는 혹시나 마음이 팔릴까 봐 다른 대본은 쳐다보지 않았죠. 이제 종방했으니 천천히 차기작을 검토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회사와 상의 중에 있어요. 그리고 미뤄놨던 일들도 조금씩 해야죠. 인터뷰도 하고 사인회를 통해서 사랑 주신 팬 분들도 만나고요. 이게 저의 재충전 방식이랍니다. 하하"



이정현 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