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엄청난 속도감과 빼어난 짜임새로 한국형 스릴러의 새 지평을 연 '세븐 데이즈' 이후 6년의 공백을 가진 원신연 감독은 신작 '용의자'(제작 쇼박스미디어플렉스)에서 그 동안 응축된 에너지를 일거에 분출했다. 타는 목마름으로 원신연 감독의 차기작을 기다리던 영화팬들에게는 세밑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보여주는 액션'이 아니라 '실감하는 액션'을 보여주고 싶다던 원 감독의 이야기처럼 관객들의 몸까지 움찔하게 만드는 '용의자'는 분명 진일보된 액션 영화다. 그리고 '용의자'는 24일 개봉 첫 날 33만 관객을 모으며 큰 걸음을 내디뎠다. 원 감독과 관객의 코드가 맞았다는 의미다.
▲6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는 기분이 어떻나.
=정작 나는 가만히 있는데 주변에서 많은 말을 해주신다. 다들 '잘 되겠다'고 이야기해주시지만 깨어 있는 동안에는 계속 걱정 뿐이다. 그래도 잠은 편하게 잔다.(웃음) 출연진과 제작진인 공들인 만큼의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관객의 역치를 뛰어넘는 액션을 빼놓고 '용의자'를 논할 수 없을 것 같다.
▲잠깐 눈을 떼면 장면을 놓칠 정도로 속도감이 대단하다. 비결은 무엇인가.
='용의자'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4,800컷을 썼다. '세븐 데이즈'가 3,700컷 정도였으니 그보다 더 빠르게 느껴질 거다. '용의자'는 핸드헬드(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찍어 흔들리는 기법)로 찍은 장면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영화를 본 관객들이 빠르고 어지럽다고 느끼곤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충돌 장면에서 이 장면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라 자동차에 설치한 카메라가 충돌 순간 앞으로 다가가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보는 액션'이 아니라 '느끼는 액션'이라 생각한다.
▲액션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친구인 배우 유해진이 '액션을 좀 더 멋있게 찍지 그랬어?'라고 묻더라. 너무 빨라서 액션이 잘 안 보인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게 바로 '용의자'의 액션 콘셉트다. 양 쪽이 숨을 한 번도 쉬지 않고 싸우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물론 놀이동산에서 회전목마를 즐기는 분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재미를 느낄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용의자'의 상영관 앞에는 경고문이라도 하나 붙여놔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웃음)
▲액션 못지않게 지동철(공유)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도 인상적이었다.
=액션이 더 부각될 뿐, 액션을 위해 드라마가 희생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동철의 서사적인 여정이 잘 표현돼야 관객들이 지동철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동철이 밀밭에서 딸과 마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말 하는 분들이 많다. 지동철이라는 캐릭터의 눈빛과 몸짓을 따라가다 보면 '용의자'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처음부터 공유를 주인공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 차례 고사했는데도 재차 설득하지 않았나.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항상 같다. 공유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스타'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워낙 예산이 큰 영화라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스타가 필요했지만, 나는 그에 앞서 사람의 본질을 잘 표현해 줄 '배우'가 필요했다. 때문에 공유였다. 겉멋과 꾸밈이 아니라 진실과 감정을 여실히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차원이 다른 배우다.
▲공유는 어떤 점이 뛰어난 배우인가.
=모든 것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게 매력적이다. 거짓말을 못하더라. 배우가 가지고 있는 좋은 덕목이다. 때문에 고문을 받고 교수형을 당하는 장면에서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연기하더라. 마치 사람이 아니라 야생동물 같았다. 공유의 몸이 멋지다고 표현하는 분들이 아니라 '용의자' 속 공유의 몸은 실제 운동으로 다져진 '징글징글한' 몸이다. 그리고 공유는 정면보다 뒷모습이 더 멋진 배우다. 때문에 '용의자'에는 그의 뒷모습이 많이 잡힌다.
▲지동철의 대사가 정말 적더라. 원래 이렇게 과묵한 인물로 설정했나.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대사가 꽤 많았다. 하지만 각색 과정에서 대사를 대부분 빼 버렸다. 대사가 없기 때문에 관객들이 그의 감정에 더 몰입하게 되는 캐릭터다. 표현은 꼭 말로 할 필요는 없다. 대사를 더 줄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찍부터 속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관객들이 '용의자'를 많이 봐주시면 무조건 만든다. 단, 같은 배우와 같은 스태프가 모두 참여해야 한다. 당초 할리우드 배우 맷 데이먼의 출연 섭외가 있을 정도로 글로벌 프로젝트였다. 속편이 나온다면 해외로 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정말 잘 만들어서 미국에서도 와이드 릴리즈 되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1편은 거침이 없었다면 2편은 더 정교하게 가공되고 에너지가 응축되도록 만들고 싶다.
안진용기자 real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