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의 지속 가능한 발전, 자연친화적 발전 추구영상 테마파크 조성 등 '담양다운' 문화도시 건설

최형식 담양군수(담양군 제공)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반지의 제왕'을 촬영했던 뉴질랜드 북섬의 한 목장. 영화가 개봉된 후 이 곳은 뉴질랜드를 찾는 관광객들의 명소가 됐다. 당시 세트로 쓰였던 호빗족의 마을을 보기 위해 한 해 2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 곳을 찾는다. 양을 치던 한적한 시골 마을이 한 순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문화는 '발 없는 말'이다. 손에 잡히는 재화(財貨)가 아니지만 모든 세계인이 향유할 수 있다. 천 리도 더 간다. 이를 깨달은 전남 담양군은 한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그 중심에는 최형식 군수가 있다. 2002년 취임 이후 최 군수는 "문화가 답이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그러길 10년. 오랜, 그리고 진심된 노력이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문화 없는 행정과 정치는 차갑다. 생명력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담양은 예부터 문화와 전통 예술의 공간이었다. 과거부터 문인이 많이 살았고 그들을 존중했다. 그 기운이 아직도 남아 군 전체가 '하나의 정원'을 이루고 있다. 때문에 문화 예술 역사 전통과 자연을 융합시킨 곳을 만들면 관광객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거라 본다."

최형식 군수의 신념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현재 담양에서는 배우 현빈이 주연한 영화 '역린'과 배우 이병헌 전도연이 출연하는 '협녀:칼의 기억'을 촬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역린' 촬영 세트장 조성을 위해 제작사 굿초이스픽쳐스(주)와 담양메타영상테마파크 조성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민간자본 50여억원이 투입돼 조선시대 존현각 등 세트장이 조성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제작한 제작사 골든썸픽쳐스와도 지역문화활성화 및 홍보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최형식 군수는 "영상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상테마파크가 담양군을 부흥하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 돼야지, 군 전체에 부담을 주는 사업이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 최 군수의 최우선 목표다.

"군비를 직접 지원하는 것은 자제하겠다. 군 전체를 봐야 하기 때문에 영상테마파크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것은 무모할 수 있다. 때문에 외부 자본 유치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담양군에 들어온 이들 역시 손해를 보면 안 된다. 그들 역시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다양한 권리를 부여하는 동시에 군 전체가 부흥될 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역린'과 '협녀'의 촬영이 끝난 후에도 단순히 관광 상품이 아니라 그 세트를 활용해 또 다른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원소스 멀트유스' 전략이 필요하다."

최형식 군수가 거듭 강조하는 또 한 가지가 있다. 다름 아닌 '자연 친화적 발전'이다. 담양은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춘 곳이다. 다른 사업 확장을 위해 담양의 고유한 문화를 훼손할 순 없다. 그래서 떠올린 곳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손꼽히는 담양 명물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이 길은 삼림욕장인 '죽녹원'과 천연기념물 366호 '관방제림'과 연결되는 전국 최고 치유의 숲이다.

"'역린'과 '협녀'의 세트장은 모두 메타세쿼이아 길 주변에 조성됐다. 이 곳에는 기후변화체험관도 위치해 관광객들에게 단순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오감만족'을 선사한다. 영상테마파크를 조성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도 자연친화가 제1덕목이었다. 메타세쿼이야 길을 중심으로 한 영상테마파크는 이런 대원칙을 지킬 수 있는 곳이다. 역사적인 가치를 지키는 동시에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지 않나."

최형식 군수는 담양군을 배경으로 한 작품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가사문학의 본류인 담양군은 면앙정 송순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담양군은 그 뜻을 기려 2012년부터 '송순 문학상'을 시상하고 있다. 이 역시 최형식 군수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드라마 '겨울연가'를 통해 남이섬이 연인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듯 담양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랑 이야기가 있다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조선 중기 문화의 중심이었던 담양의 역사와 자연 환경을 잘 활용해 작품화한다면 '제2의 대장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최형식 군수가 꿈꾸는 문화 도시 담양의 모습은 '담양다움'이다. 담양 자체의 색을 살리면서 고명을 얹듯 지속적인 발전 가능한 생태 도시를 그린다. 이는 담양의 대명사인 대나무가 가진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곧지만 꺾이지 않는 대나무는 추운 겨울을 보내며 하나의 마디를 만들며 유연하게 성장해나간다.

"하나의 마디를 만들지 않으면 또 다른 마디를 만들며 성장할 수 없다. 이 대나무가 가진 의미처럼 담양 역시 마디를 만들며 길게 뻗어나가야 한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분명한 '아젠다(agenda)'가 있어야 한다. 담양에게는 '문화'가 바로 그 아젠다다. 담양이 가지고 있는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자연 환경과 문화 자원을 콘텐츠를 통해 '강한 담양'을 만들어 나가겠다."



안진용기자 rea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