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극·사극·장르물 등 '색깔' 뚜렷KBS, 대본의 힘 발휘 복수극MBC, 사극·로맨틱 코미디 양축SBS, 스릴러·미스터리로 흥행새롭고 다양한 콘텐츠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강세 유지

그야말로 드라마 왕국이다. 한류의 시발점으로 각광 받은 드라마는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 등의 합세로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가운데 지상파 3사 드라마의 색깔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일종의 생존 전략이다. 라인업으로 본 지상파 3사의 드라마 특징을 살펴봤다.

▲ KBS, 복수극이여, 영원하라

KBS는 새 월화미니시리즈'빅맨'(극본 최진원ㆍ연출 지영수)과 새 수목미니시리즈 '골든크로스'(극본 유현미ㆍ연출 홍석구)를 준비 중이다. 남자의 복수극이란 것이 공통점이다.

내달 14일 첫 방송되는 '빅맨'은 고아로 자라 밑바닥 인생을 살던 남자가 자신이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벌이는 싸움을 담는다. 주인공은 배운 것, 가진 것 없는 삶에서 대한민국을 이끄는 경제리더가 되고자 하는 김지혁(강지환)이다. 낮에는 해장국집, 밤에는 대리기사로 일하다 하루아침에 재벌가의 숨겨진 아들이 된다. 곧 불순한 의도를 눈치채고 복수극을 벌인다.

'골든크로스' 역시 멜로와 드라마가 결합된 복수극이다. 가족을 잃은 도윤(김강우)의 복수극을 그린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가족을 파괴한 자들의 밑으로 들어간 그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내달 9일 첫 방송된다.

▲ MBC, 사극+로맨스 명가

MBC는 사극과 로맨스에서 강세를 띤다. 특히 월화는 사극, 수목은 로맨스다. 현재 방영 중인 월화극 '기황후'(극본 장영철ㆍ연출 한희)와 수목미니시리즈'앙큼한 돌싱녀'(극본 이하나ㆍ연출 고동선)가 그러하다.

후속작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새 월화미니시리즈인 '야경꾼 일지'(극본 유동윤ㆍ연출 이주환)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의 통행금지 시간에 순찰을 돌며 귀신을 잡던 방범 순찰대인 야경꾼의 이야기다. 조선판 '고스트버스터즈'다. 그 이후에는 MBC의 숙원사업인 '대장금2'가 예정돼 있다.

여름께 방송될 새 수목미니시리즈 '원나잇 메모리'(가제ㆍ극본 주찬옥ㆍ연출 이동윤)는 로맨틱 코미디다. 2008년 방영돼 인기를 모은 동명의 대만 드라마가 원작이다. 재벌가 자제와 실수로 하룻밤을 보낸 뒤 아이를 갖게 된 평범한 여성의 이야기다. 2002년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SBS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의 커플 장혁과 장나라가 호흡을 맞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SBS, 장르물의 성공을 이끌다

SBS 드라마가 최근 무서워졌다. 월화미니시리즈 '신의 선물-14일'(극본 최란ㆍ연출 이동훈ㆍ이하 신의선물)과 수목미니시리즈 '쓰리데이즈'(극본 김은희ㆍ연출 신경수) 때문이다. 두 작품은 스릴러와 미스터리 요소를 끌어와 흥미진진한 전개로 안방을 달구고 있다. 시청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나열식 전개를 피한 두 작품은 매회 시청자와 두뇌 싸움을 하고 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와 '주군의 태양'(2013) 이후 하이브리드 장르물도 환영 받고 있다. 내달 28일 첫 방송되는 새 월화미니시리즈 '닥터 이방인'(극본 박진우ㆍ연출 진혁)은 의학 첩보물을 지향한다. 남에서 태어나 북에서 자란 천재의사 박훈(이종석)과 한국 최고의 엘리트 의사 한재준(박해진)이 펼치는 남북의 작전을 담는다.

▲ 3사 색깔 뚜렷… 왜?

지상파 3사가 주력하는 드라마의 색깔은 분명하다. 현실적인 이유와 전작의 성공 사례 때문이다.

공영방송인 KBS는 상대적으로 제작비 조달이나 소재 선택에서 제한적이다. 신드롬에 가까운 관심을 받고 있는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미니시리즈 '밀회'. 이 작품을 두고 한 때 편성을 고심한 지상파 방송국도 있었다. 하지만 19세 차이의 남녀가 벌이는 불륜이란 자극적인 설정에 결국 편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아울러 3사 각기 다른 성공 사례가 있다. KBS는 일명 '남자' 시리즈로 불리는 '적도의 남자'(2012)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2012)나 '비밀'(2013) 등 멜로와 드라마가 복합된 복수극들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화려한 볼거리가 투입된 대작 보다는 대본의 힘이 십분 발휘된 드라마들이다. MBC는 메가 히트를 기록한 '대장금'(2003) 외에도 '허준'(1999) '이산'(2008) 등 다수의 사극 흥행작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극에선 '내 이름은 김삼순'(2005) '커피프린스'(2007) '최고의 사랑'(2011) 등 로맨틱 코미디로 시청률과 완성도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SBS는 '싸인'(2011) '유령'(2012) '추적자'(2012) 등 장르물이 예상 외의 성적을 기록했다. SBS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가 높은 것도 꾸준한 장르물 덕분이다.

드라마면 드라마, 예능이면 예능, 방송사의 개성이 투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방송사는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과거의 영광에만 집착하기에는 요즘 시청자들은 똑똑해졌다. 가장 잘하는 것을 보여주되, 단막극 등을 통해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다.



김윤지기자 ja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