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성의 대중문화산책] 신보 리뷰박별·김현아 듀엣 치열한 느린 여정 성숙한 사운드로랄라스윗 2집 너의 세계 해피로봇레코드
홍대 라이브 클럽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2010년 첫 EP를 발표했다. 발랄한 걸 밴드명의 밝고 명랑한 이미지와 달리 수록곡들은 후회, 미련 같은 쓸쓸한 정서가 지배했다. 삼수 끝에 2010년 9월의 헬로루키에 선정된 이들은 인기상을 수상하며 비로소 대중의 주목을 받아 소속사를 찾게 되었다. 어쿠스틱 사운드에 집중했던 데뷔 EP와는 차별적인 대담한 밴드 편곡과 드라마틱한 멜로디로 덧칠한 10곡으로 데뷔 3년 만인 2011년 첫 정규 앨범 'bittersweet'을 발표했다. 꾸준한 활동을 벌이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적 방향에 대한 고민에 직면했다. 디지털시대의 빠른 시간에 순응하는 잰 걸음이 아닌 '오랫동안 곁에 두고 들을 수 있는 팝 앨범'이라는 느린 보폭을 선택했다.
느리게 걷다보니 2년 4개월이 흘러서야 2집 '너의 세계'라는 목적지에 도달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속도 경쟁이 치열한 디지털시대에 이들의 느릿한 행보는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보이지 않으면 쉽게 대중의 기억에서 지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느린 여정은 나름 치열했던 것 같다. 전작에 비해 깊고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이 그걸 증명한다. 성숙해진 사운드를 통해 전면에 배치된 김현아의 보컬을 통해 한층 드라마틱해진 곡 전개와 구성은 느리게 나아갔지만 치열했던 그녀들의 지난 시간을 말해준다.
송라이터라는 작가적 방향타를 잡고 걷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을 것이다. 1집에서 소박한 질감을 추구했던 편곡은 프로그래밍, 스트링, 플루트 등을 도입해 다양한 사운드를 획득했다. 고민의 과정이 깊어지면 숙성되는 법. 사랑과 이별에 머물렀던 1집과는 달리 2집의 가사쓰기는 성장과 자아로 확장되었다. 마치 난파선에 승선한 불안한 현재를 딛고 나가려는 성장 통이 담긴 첫 곡 '앞으로 앞으로'는 굳이 후반부의 밴드 편성 없이도 인트로의 물소리 효과음향과 박별의 키보드, 김현아의 보컬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자전적인 내용이 담긴 타이틀곡 '오월'은 약동하는 봄의 기운을 말하기 보단 봄을 그리워하는 쓸쓸한 정서를 담은 새로운 방식의 봄시즌송이다. 어쿠스틱 피아노와 현악 4중주가 어우러진 '반짝여줘'와 느릿하지만 정갈스런 어쿠스틱 기타선율이 인상적인 '거짓말꽃'은 청자를 김현아의 보컬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인생의 무상함을 담담하게 담은 '사라지는 계절'과 잊고 싶은 기억을 파도에 비유한 마지막 트랙 'undo'까지 이들의 성숙해진 음악여정의 향기는 보다 선명해 진다.
랄라스윗은 이번 앨범을 통해 '공감'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렇다고 주목받기 위해 특별한 방식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그저 느린 걸음에서 나온 따뜻한 가락으로 숨 가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용하게 다가설 뿐이다. 이제 청자들이 반응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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