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섹시한 시나리오' 내 맘에 딱 들어… 이번엔 노출보다 야릇한 상상력 자극이성민으로 8년간 무명생활 견뎌… 댓글은 안봐요… 연기에만 집중하죠

야무지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렸다. 영화 '워킹걸'(감독 정범식, 제작 홍필름)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 1월 초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클라라는 확실한 '반전매력'을 갖고 있었다. 기존의 화려하고 섹시한 이미지와 다른 청순 발랄한 모습으로 기자를 맞은 클라라는 논리정연한 말솜씨로 자신의 일과 꿈, 소망을 들려주었다. 자기 자신을 잘 포장할 줄 아는 '똑똑한 아가씨'였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화려한 섹스심벌 클라라라는 포장을 벗기면 배우로 자리잡고 싶은 이성민이 자리했고 또 그 이면에는 인생을 즐기고 행복하고 싶은 29살 현대여성이 존재했다.

Abnormal Girl(평범치 않은 소녀)='워킹걸'은 회사에서 쫓겨난 커리어우먼 보희(조여정)가 폐업직전의 성인용품 숍을 운영 중인 난희(클라라)와 서로 동업하면서 일과 사랑을 모두 쟁취하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 클라라가 연기하는 성 전문가 난희는 스페인 화가의 그림에서나 볼 법한 독특한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인물. 성 전문가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아픈 사랑의 기억 때문에 사람과 일반적인 사랑을 나눌 수 없다. 또한 특이한 직업 때문에 가족들과도 인연을 끊고 사는 아픔을 갖고 있다. 화려한 이미지 뒤에 왠지 아픔을 갖고 있을 것만 같은 클라라에게는 맞춤옷과도 같은 역할이다.

"이제까지 섹시한 이미지를 내세운 수많은 시나리오를 받았죠. 그러나 마음을 이끄는 게 없었는데 '워킹걸'은 달랐어요. 시나리오의 창의적인 부분이 맘에 딱 와 닿았어요. 또한 예술 영화에서 볼 법한 난희의 이미지들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고요. 어떻게 보면 만화적인 캐릭터죠. 그러나 무엇보다도 난희 캐릭터가 정말로 이해가 많이 됐어요. 나와 닮은 부분들이 많았어요. 사랑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갖게 된 외로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공감할 수 있었어요. 저도 어렸을 때 (코리아나 활동 때문에) 부모님과 떨어져 친척 집에서 살았던 기간이 많아 어렸을 때부터 외로움을 혼자서 견뎌내야 했어요. 또한 겉은 화려해 다가가기 힘들지만 속은 사랑 받고 싶은 열망이 가득한 부분이 저와 많이 닮았어요. 그래서 더욱 애정을 갖고 연기했어요."

Sex Symbol(섹스 심벌)='워킹걸'이 섹스를 소재로 했고 클라라가 성전문가로 출연한다는 소식 때문에 많은 남성 팬들은 클라라의 노출 수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결과를 말하자면 노출은 직접적이지 않고 은근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성적인 대사와 야릇한 상황들이 자극이 되기보다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고경표가 연기한 경찰관 경수와의 베드신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5년 동안 사람과 사랑을 나누지 못한 난희를 사랑하는 경수가 '섹스돌' 흉내를 내면서 난희는 드디어 두려움을 떨치고 정상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 요즘 말 그대로 '웃픈'(웃기면서 슬픈) 장면인 셈이다.

"영화를 촬영하기 전 부모님이 정말 걱정이 많으셨어요. 너무 야하지 않을까 걱정하셔서 시사 전 편집 본을 미리 보여드려서 안심시켜야만 했어요. 노출이나 수위가 절대 세지 않다는 걸 확인한 후 VIP시사회 때 친구들을 초대해 다시 보셨어요. 모두 오랜만에 웃었다며 즐거워하며 가시더라고요. 경표씨 덕분에 그 장면을 무사히 촬영했던 거 같아요. 집중력이나 자제력이 정말 대단한 거 같더라고요. 여자인 내 마음대로 하는 장면이다 보니 처음에는 민망했어요. 그러나 경표씨가 배려해주고 잘 받아주니 자연스럽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근데 촬영이 길어지고 계속 긴장해 있어야 하다 보니 나중에는 졸더라고요.(웃음)"

Aspiring Actress(열정적인 여배우)=사실 클라라는 본명으로 활동하기 전 이성민이라는 한국이름으로 활동하면서 8년간 무명의 시간을 견뎌냈다. 일일극부터 시트콤, 주말드라마, 미니시리즈 등 모든 장르에 출연했지만 코리아나 이승규의 딸로만 알려졌을 뿐 대중의 눈길을 받지 못했다. 클라라는 이름을 되찾고 숨겨뒀던 여성적인 매력과 넘치는 끼를 분출하기 시작하면서 최고의 '셀레브리티'로 자리잡았다. 레드카펫에서나 행사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그의 가슴 내면에는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은 열망은 여전했다.

"사실 데뷔 초반만 해도 연예계에서 통용되는 방식으로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했어요.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 써 새로운 걸 시도하거나 도전을 하는 걸 두려워했어요. 그러나 클라라는 이름을 갖게 되면서 자유로워지게 됐죠. 내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많은 분들이 섹시한 셀레리브리티로만 부각되면 배우로 자리잡기 힘들 거라 걱정하시는 거 저도 알아요. 그러나 일단 관심을 받아야지 기회가 생기고 그 기회를 통해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모든 일들이 제가 배우로서 자리잡아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워킹걸'이 그 작은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난희를 연기하면서 섹시함, 화려함 말고도 귀여움, 천진난만함 등 다양한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어 정말 좋았어요."

Everybody's Friend(모두의 친구)=클라라는 오랜 무명 생활을 겪었기에 대중들의 사랑과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유명세에 뒤따르는 부정적인 여론도 거뜬히 극복해낼 수 있는 내성을 갖고 있었다. SNS 활동은 사랑과 관심을 주는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공간이다. 또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신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곳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댓글은 잘 안 봐요. 저에 대한 따끔한 지적들은 존중하지만 무차별적인 욕설까지 신경 쓰고 살기에는 제가 지금 할 일이 많은 거 같아요.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지만 SNS는 저의 모습을 아무런 가공 없이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예요. 제가 원래 저에 대해 이야기는 하는 걸 즐기거든요. 저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셨던 SNS를 보고 팬이 된 경우도 있어요. 최근 내 이야기를 담은 책도 냈어요. 제목은 '클라라의 시크릿'인데 이제 서른이 된 내가 20대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았어요. 차기작요? 우선 '워킹걸' 홍보를 마친 후 홍콩 영화에 출연한 후 할리우드 진출을 본격적으로 시도해보려고 해요.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관심이 많더라고요. 꿈은 크게 갖는 게 좋지 않나요?"



최재욱기자 jwch6@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