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벌리'(Everly) ★★★(5개 만점)
볼만한 것은 영화를 혼자 걸머진 히스패닉 섹시스타 셀마 하이엑의 혼신의 연기. 등에 화려한 문신을 한 하이엑이 주먹과 발과 함께 수류탄, 기관총, 단검, 장검 그리고 권총과 청산가리 등 온갖 흉기를 동원해 자기를 죽이려고 밀물 듯이 몰려오는 암살자들을 처치하는 모습이 가히 성난 암사자 같다.
피가 흥건히 흐르는 가운데서도 낄낄대고 웃게 되는 다크 코미디이기도 한 영화의 내용은 별 것 없다. 잔인한 일본인 애인 타이코(히로유키 오타나베)를 배신하고 아파트에 진을 친 에벌리(셀마 하이엑). 에벌리를 처리하기 위해 타이코가 파견한 온갖 유형의 암살자들을 혼자서 맞아 싸우는 것이 기둥 줄거리다.
무대는 아파트의 한 방과 건넛방, 그리고 복도와 엘리베이터로 대부분의 액션은 에벌리의 방에서 일어난다. 파견된 킬러들 중에서 가관인 것은 새디스트(토고 타가와)와 마조키스트(마사시 후지모토). 만화 속에서 걸어 나온 것 같은 이들이 싸구려로 웃기는 대사와 인상을 쓰면서 에벌리와 난투극을 벌이는데 그 결과가 끔찍해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다. 이 중 하나는 청산가리 등 각종 치명적인 화학제를 살상무기로 쓴다.
에벌리는 한 아파트에 4년간이나 갇혀 타이코로부터 강간을 당하며 살다가 탈출을 결심한 것인데 문제는 타이코가 에벌리의 어머니와 어린 딸의 소재지를 알고 있는 것. 그래서 에벌리는 이 둘을 자기 아파트로 불러들인 뒤 이들을 보호하면서 암살자들과 대결하느라 죽을 고생을 한다.
시뻘건 물감으로 그린 살아 있는 만화 같은 영화는 잔인무도함을 달래느라 새카만 유머를 자주 사용하는데 그 중 하나가 에벌리의 총을 맞고 소파에 앉아 죽어가는 안경을 낀 샌님 스타일의 일본인 암살자(아키에 코타미)와 에벌리의 대사.
한편 타이코는 개별 암살자들 외에도 검은 정장차림의 졸개들을 떼거리로 파견하는데 이 중 그 누구 하나도 살아남는 자가 없다. 이를 악물고 암살자들을 황천으로 보내는 에벌리의 결의가 가공한데 그러자니 그가 온 몸에 입는 총상이 한둘이 아니다.
과연 에벌리는 살아남을 것인지. 마침내 에벌리를 사랑한다는 타이코가 정장을 하고 아파트에 들어선다. 그리고 둘 간에 애증이 얽힌 대격전이 벌어진다. 때는 크리스마스로 영화 간간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흐르면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찬양하는데 이것이 영화의 살육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조 린치 감독. 박흥진 미주 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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