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준호(32)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내보이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의 일등 공신으로 맹활약 중이다. 군 전역 후 첫 번째 컴백 드라마임에도 공백기는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이 가운데 이준호는 기존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 익숙한 정조 이산의 캐릭터에 자신의 색깔을 덧입히는 중이다. 후궁 성덕임 역은 이세영이 맡아 천진난만함과 진중함을 오가는 화수분 매력을 드러낸다. 작품 또한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TV화제성 지수 드라마 부문 4주 연속 1위, 드라마+비드라마 통합 화제성 1위에 오르고 있다.


“첫 사극 맞아?” 이준호 존재감에 MBC도 함박웃음

이준호는 지난 3월 군 전역 이후 철저한 식단과 고강도의 운동으로 16kg를 감량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높인바 있다. 심사숙고 끝에 이준호가 선택한 컴백작은 그의 필모그래피 중 첫 사극인 ‘옷소매 붉은 끝동’이었다. 지난달 12일 첫 방송된 드라마는 5.7%의 시청률로 무난한 출발을 알렸고, 8회 만에 두 배 가까이 상승한 10.5%를 기록하며 연일 두 자릿수 시청률을 넘기고 있다.

특히 ‘옷소매 붉은 끝동’은 폭발적인 관심 속에 방송을 시작했던 송혜교와 장기용 주연의 경쟁작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를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에서 멀찌감치 따돌리며 승승장구 중이다.

역시 주말 드라마인 전지현, 주지훈 주연의 tvN ‘지리산’도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옷소매 붉은 끝동’에 우위를 뺏긴지 오래다. 최근 저조한 드라마 시청률 때문에 고심이 깊었던 MBC 또한 오랜만의 두 자릿수 시청률에 함박웃음이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첫 사극 도전으로 연기 전성기를 맞은 이준호 인기의 근간은 결국 연기력에 있다. 첫 사극 도전임을 무색하게 하는 안정적 발성, 탄탄한 연기력, 근엄한 곤룡포 자태로 새로운 사극 강자 탄생을 알렸다. 한 나라의 군주로서 지닌 무거운 책임감부터 첫사랑에 빠져 느끼는 설렘까지 넓은 감정 스펙트럼을 이질감 없이 오가고 있다.


이세영과 알콩달콩 로맨스 호흡, 시청자도 심쿵

냉온탕을 오가는 캐릭터의 매력 또한 관전 포인트다. 이산이 극중 덕임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온 신경이 쏠려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거나 애태우는 모습은 설렘을 유발하지만, 영조(이덕화)와 대립하는 장면에서는 공포, 책임감 등 복잡한 감정을 작은 떨림과 가쁜 호흡으로 표현해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조성하곤 한다.

그동안 사극에서 강세를 보여온 이세영의 존재도 이준호와의 연기 케미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이세영은 지난 2003년 MBC 드라마 ‘대장금’을 시작으로 KBS 1TV ‘대왕의 꿈’, tvN ‘왕이 된 남자’ 등 출연하는 사극마다 발군의 연기력과 단아한 비주얼을 뽐내며 ‘사극 불패’ 신화를 써내려 왔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정확한 사극 발성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매순간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또 역사를 왜곡하지 않는 수준에서 허구의 세계관을 만들어 내거나, 고증이 완벽한 원작 소설을 활용해 역사 왜곡 논란을 현명하게 피해간 것도 ‘옷소매 붉은 끝동’의 긍정적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이준호.MBC

‘아이돌 꼬리표’ 무색하게 만든 피땀 어린 노력

이준호는 아이돌 그룹 2PM의 멤버이면서 가수 활동과 연기를 병행해왔다. 특히 과거에는 지금과 달리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 대한 색안경이 더욱 짙었다. 그러나 이준호는 예외였다.

데뷔작 영화 ‘감시자들’(2013)을 통해 연기돌 이미지를 제대로 각인시켰고 이후 영화 ‘스물’에서 강하늘, 김우빈과 함께 주연을 맡아 누적 관객수 300만 명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KBS 2TV 드라마 ‘김과장’에서는 ‘먹보 소시오패스’ 캐릭터 서율로 분해 남궁민과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다. 이후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SBS ‘기름진 멜로’ tvN ‘자백’ 등에서도 주연으로서 작품을 이끌며 연기력을 성장시켜 왔다.

이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이산 캐릭터를 위해 왼손잡이지만 오른손으로 젓가락질을 고쳤고 평소 사극 대사를 입에 달고 살았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돌며 이산과 덕임의 로맨스를 점화시킨 ‘옷소매 붉은 끝동’이 올 겨울 안방 극장에 얼마나 더 뜨거운 훈풍을 불러올지 관심을 끈다.



김두연 스포츠한국 기자 dyhero213@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