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개나무는 이름을 들으면 정답다. 우리 땅에 어딘가에서 자라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나무들 사이에 끼어 언제나 건강하게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이름을 가진 나무이다.

그러나 정작 망개나무의 망개나무는 매우 희귀한 나무이다. 우리가 이 나무가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순전히 ‘멍게’라고도 부르는 청미래덩굴로 착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산에서 붉게 읽어갈 청미래덩굴의 붉은 열매 구경도 좋지만 한번쯤은 진짜 귀한 나무 망개나무 이야기도 들어보자.

망개나무가 우리나라에 처음 발견된 것은 1935년이다. 우리나라 원로 식물분류학자가 유명한 충북 보은의 속리산 법주사 앞에서 발견하시어 비로소 세상에 반듯한 이름을 달고서 소개되었다.

이때만 해도 망개나무는 한국 특산 식물이라는 영예를 가지고 있었지만 일본과 중국 남부지방에도 분포기 확인되어 동아시아의 나무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귀한 나무로써의 가치는 인정받아 속리산을 비롯하여 괴산 사담리 등의 자생지는 천연기념물이 되어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귀하고 유명하다보니 수난도 당하기 시작하였다. 처음 발견된 속리산의 망개나무는 이 나무의 껍질을 다려 먹으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전혀 엉터리 없는 소문이 나게 되어 조금씩 조금씩 잘리고 벚겨 나가던 나무는 급기야 뿌리에도 손상을 입고 고사하기에 이르렀으니 사람의 탐욕이 얼마만큼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 이외에도 망개나무는 불에 아주 잘 타는 특징이 있어 이 나무가 분포하는 몇 안되는 지역에서 불에 아주 잘 타 땔감으로 소문이 나있다.

또 일년이면 일미터 이상씩 미끈하게 자라는 가지는 농사지을 때 땅을 갈아 엎어 고르게 다지는 농기구 써레의 살로 아주 적합하단다. 하지만 망개나무는 이리 쉽게 함부로 취급하면 안되는 나무이다. 분포에 따른 식물학적인 가치는 물론이고 여름내 두고 두고 꽃을 피워 굴을 내는 나무로도 가치가 있고 목재로의 가치도 높으며 풍치수로 심어도 분위기 있는 나무이다.

망개나무는 갈매나무과에 속하는 큰키나무이다. 가을이면 잎을 떨구는 낙엽성이다. 다 자라면 그 키가 이십미터까지도 자란다. 잘 올라가는 수피에는 세로로 갈라진 무늬가 보기에 좋고 큰 줄기는 곧게 자라지만 새로난 가지들이 늘어져 개성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새가지 끝이나 잎겨드랑이에는 연두빛 노랑색의 작은 꽃들이 긴 삼각형 모양으로 모여 달리는데 대추나무 꽃과 생김생김이 비슷하다. 버드나무 잎 같지만 그 보다 폭이 넓은 잎에는 활처럼 휘어진 잎맥이 나란하고 짙은 녹색의 반질거리는 앞면에 비해 잎 뒷면은 분칠한 듯 흰 빛이 돈다. 노랗게 달려 아주 붉게 익어가는 열매가 길게 늘어진 잎새들 사이로 드러나 있는 모습도 좋다.

잘 자란다는 망개나무는 왜 희귀한 나무라고 하는 걸까? 우선 나무 자체가 귀해 종자 얻기가 수월치 않고, 손쉬운 꺾꽂이로는 번식이 잘 안된다. 자생지에서는 자라는 환경 때문에 ksg지 않다는 것인데 대부분 이 나무는 돌이 많은 곳에 또는 바위 틈에 자라 종자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제대로 싹을 틔울 비옥한 토양이 없는 것이다.

나무도 좋은 나무가 터전을 제대로 만나지 못해 사라질까봐 염려되어 증식을 도와주는데 하물며 사람이 환경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다면 적극 돕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원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