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의 원더풀 리얼리티/강수미 지음/ 현실문화 펴냄/ 1만 8000원주목받는 29명의 작가·작품 비평가 시각서 설명

2000년대 이후 기획된 국내 대형 전시회는 미술도 하나의 산업이 됨을 보여주었다. 유례없는 세계적 미술 시장 호황은 ‘개미 컬렉터’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적인 예술인 미술이 영화나 연극과 같은 장르에 비해 여전히 문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현대미술은 전문적 식견 없이 그 가치를 쉽게 논하기 어렵다.

신간 ‘한국미술의 원더풀 리얼리티’는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를 그리는 책이다. “왜 이 작품이 주목받는가”에 대한 가이드 북인 셈이다. 한국 미술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29인의 작가를 소개하고, 어떻게 이들의 작품이 주목을 받게 되었는지 비평가의 시각에서 설명하고 있다.

저자인 강수미는 1997년 외환위기부터 현재까지 지난 10여 년의 시기가 한국미술의 새로운 주기를 형성하는 기간이었다고 말한다.

‘내용상으로 보면 실험적 미술 형식과 내용의 전개→대안적 미술 제도와 담론의 생산→창작과 수용 거의 전 영역에 걸친 미술시장의 압도→이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모색으로 이어지는 특정한 순환을 이른다’(15쪽)

90년대 말, 관례화된 형식을 답습하던 국내 미술계에서 젊은 작가들은 적나라한 시각언어와 여러 매체, 장르를 넘나들고 뒤섞는 표현 방법론으로 도전하며 주목받는다. 이들의 출현은 미술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대안공간을 모태로 주류 미술의 문법을 해체하는 작업활동으로 미술의 외현을 넓힌다.

2000년대 세계 미술시장의 호황과 더불어, 젊은 작가들은 상업화랑의 전속 작가가 된다. 그러나 이 과정이 또한 답습되면서 2000년대 중반이후 젊은 작가들은 ‘시장 정향적 미술’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변한다. 한편 ‘문화예술 대중수용자’가 자리 잡으면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다.

지난 10여 년 간 국내 미술시장에 대한 설명에 이어 유혹, 관찰, 경계, 확장, 정치 등 5가지 키워드로 국내 대표작가 29인의 소개가 시작된다.

‘홍경택이 미술계를 넘어 대중매체 및 일반인들의 관심 영역에 급부상한 계기는, 2007년 5월 홍콩 크리스티 ‘아시아 컨템퍼러리아트’경매에서 이라는 그림이 놀라운 낙찰가로 팔려서다’(29 쪽)

‘박이소는 만 47년의 짧은 생을 살고 간, 한국 현대미술에서 유일무이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다. (중략) 그는 1980년대 뉴욕에서 문화 소수자들을 위한 전시공간을 운영하면서 대안의 미술을 도모한 실천가였으며 1990년대 당시 추상 일변도의 한국 미술계에 포스트 모더니즘론과 문화연구 방법론을 소개하고 이론화한 ‘행복한 순간이 드문’지식인이기도 했다’(288쪽)

전시 기획과 비평을 함께 한 저자는 미술 시장의 생산과 소비의 맥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미학적 수사를 걷어낸 저자의 설명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미술’을 현실로 끌어오는 힘을 갖는다.

언니들, 집을 나가다
언니네트워크 엮음/ 에쎄 펴냄/ 1만 2000원


여성주의 커뮤니티 ‘언니네트워크’가 펴낸 기획 도서. 이 책은 한국에서 비혼의 삶이 얼마나 지속적인 사회적 맥락에서 파생되고, 다양한 선택으로 귀결되는지 28편의 에세이로 보여준다. 20~30대 여성의 홀로서기 이외에도 ‘나쁜 며느리 되기’와 같은 전통적 가족관계와 젊은 세대의 의식 변화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지음/ 이원 옮김/ 바오밥 펴냄/ 1만 2000원


‘워싱턴포스트’에 게제 된 관타나모 방문기를 책으로 나왔다. 마이애미 대학 로스쿨에 다니던 저자는 아프가니스탄 수감자를 위한 통역봉사를 자원하고 2006년 관타나모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수십 차례 출입하며 저자는 ‘이곳에는 아버지를 닮은 소아과 의사, 보행기가 없으면 운신하지 못하는 여든 살의 할아버지, 평범한 이웃같은 염소지기 청년이 있음’을 알게 된다.

타워
배명훈 지음/ 오멜라스 펴냄/ 1만 원


‘테러리스트’, ‘스마트D’ 등으로 문학계 주목을 받은 배명훈의 연작 소설집. 초고층 타워 도시국가 ‘빈스토크’ 의 미세권력 연구가는 실험을 시작한다. 35년산 술병에 전자태그를 붙이고, 그 술병은 상류사회에 유통시킨 후 이동 경로를 추적해 권력 분포 지도를 그리는 것.

연구의 의뢰자는 빈스토크 시장의 재선을 막으려는 야당 선거사무소다. 그러나 추적결과, 권력의 정점이 네발 달린 ‘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연구는 미궁으로 빠져든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